비핵화는 정상의 입에서 사라지고 장관의 문서에만 남았다 — 오늘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나는 동안, 서울은 그 회담에서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불릴지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백악관 회담: 협상 카드를 하나 잃은 미국이 무엇을 가져올 수 있을까
오늘 서울 시각으로 자정을 넘겨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백악관에서 만난다.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 대한 시진핑의 답방 형식이고, 시진핑의 미국 국빈방문으로는 2015년 이후 11년 만이다. 의제는 다섯 가지다. 올해 11월 10일 만료 예정인 무역 휴전 연장, 인공지능(AI) 안전 고위급 협의, 대만, 북한, 그리고 희토류 공급망.
왜 지금인가 — 미국은 올해 중요한 협상 카드를 잃었다. 미 연방대법원이 2월 20일 6대 3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미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무역 제한을 부과할 수 있는 법)를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7월부터 301조(강제노동 관련 무역법)를 근거로 한 새 관세가 중국에 적용되고 있지만, 이 법은 조사와 절차가 필요해 즉흥 사용이 어렵다. 한편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그대로 쥐고 있다. 8월 들어 희토류 자석 수출 허가가 줄어들었다는 미국 측 보고가 나왔다. 미 무역대표부가 중국의 희토류 공급 이행에 “낙제는 면했다(passing grade)”는 평가를 내린 것은, 합격이지만 아슬아슬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 표면의 의제 나열 아래 실질은 협상력의 비대칭이다. 관세 카드가 법적으로 제약된 미국은 3~6개월의 짧은 연장으로 이행 점검 기회를 살려두려 한다. 중국은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길게 잡아 예측 가능성을 사려 한다. 미국이 원하는 기간과 중국이 줄 수 있는 기간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5월 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보잉 200대, 연간 170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구매를 발표했지만 중국은 그 발표를 공개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 9월 23일 정치·지정학에서 살펴봤듯, 미중 회담에서 한쪽의 발표와 다른 쪽의 침묵은 이미 패턴이 됐다.
달의 의심 — 의전의 밀도는 실질과 다르다. B-2 폭격기와 F-22 전투기의 환영 비행은 환대이면서 동시에 억지력 과시라는 이중 메시지다. NBC는 이번 회담을 “의전은 화려하고 실질은 적다(high in pageantry, low in substance)”고 평가했다. 대만 무기 판매 140억 달러 패키지가 여전히 보류 중인데, 트럼프는 이것을 “아주 좋은 협상 칩”이라고 불렀다. 동맹국의 안보가 흥정 대상이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패키지를 보류한 채 협상에 임하는 것과, 보류를 해제하는 것은 중국에게 전혀 다른 메시지다.
어디로 가는가 — 시나리오 A(40%): 양측 발표문에 연장 기간이 동일하게 명시된다. 농산물 구매와 보잉 계약을 중국 측도 확인한다. 시나리오 B(60%): 미국이 단독으로 연장을 발표하지만 중국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거나 침묵한다. 희토류 이행 수치는 공개되지 않는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가 60% — 5월의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원하는 기간과 중국이 줄 기간의 간격은 한 번의 회담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틀릴 조건: 백악관과 중국 상무부가 같은 날 같은 연장 기간을 명시해 발표하면 A로 이동한다.
이재명의 “관련국” 대화 제안 — 4자가 아니라 모호함을 설계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뉴욕 현지시간)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를 제안했다. 언론은 일제히 “남북미중 4자 대화 제안”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다음 날 “나라를 지정해서 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설의 실제 단어는 “관련국들”이었다.
왜 지금인가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 프레임을 유엔총회 연설에서 공식 제안했다. 연설 다음 날 트럼프와 즉석 30분 회동에서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는 청와대 발표가 나왔다. 이 주에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 중이라는 맥락도 겹쳤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 모호함은 의도된 설계다. “4자”로 공식화하면 한국은 정전협정(1953년) 비서명국이라는 취약점이 드러나고, 북한에 “한국이 무슨 자격으로 당사자냐”는 반박 명분을 줄 수 있다. 북한은 올해 3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제도화했다. “관련국들”이라는 표현은 그 취약점을 비워두는 방식이다. 이재명 제안의 골격은 단계적이다. 북핵 능력의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지향한다. 이 구도에서 당장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전통적인 한미일의 공식 입장과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달의 의심 — “트럼프, 북한 대화 의지 재확인”은 청와대 전언 하나다. 트럼프의 직접 발언은 없고, 대통령실도 “북미 간 구체적 접촉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과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재명 제안의 수신자가 지금 응답할 유인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북한은 제안 이틀 전인 9월 20일 신형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포-11마-1을 시험했다. 합참은 450km와 600km 이상으로 발표했고, 북한은 908.2km라고 주장했다. 올해 14번째 탄도미사일 시험이다. 북한은 대화 의지를 시험 발사로 대신 표현하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 시나리오 A(70%): 표류. 미국은 트럼프 직접 발언 없이 청와대 전언만 남고, 북한은 9월 28일 유엔총회 연설 등에서 한국을 배제하거나 “핵보유국 지위” 논리를 반복한다. 중국은 상투적인 “대화 재개 지지”로 응답한다. 시나리오 B(30%): 호응 신호. 미국이 문서나 직접 발언으로 단계적 구상을 지지하거나, 중국이 이 제안을 직접 거명해 긍정적으로 응답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A가 70% — 김여정의 “귀에 익은 잡소리” 담화, 북한 대표단의 연설장 이탈, 9월 20일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틀릴 조건: 오늘 미중 공동문서에 “한반도 대화” 문구가 구체적으로 들어가거나, 9월 28일 김선경 외무성 부상의 유엔 연설이 이 제안을 직접 거명해 조건을 달면 B로 이동한다. 이때의 B는 거부가 아니라 “협상 입장 표명”으로, 오히려 대화의 시작일 수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 성명 — 문서에 새겨진 것과 새겨지지 않은 것
9월 21일 뉴욕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이 만났다. 올해 7월 NATO 정상회의, 8월 아세안에 이어 세 번째 회동이다. 3개월 안에 세 번이라는 빈도 자체가 오늘 미중 회담을 앞둔 공조의 밀도를 보여준다.
왜 지금인가 — 유엔총회 고위급주간 일정과 시진핑 방미의 타이밍이 겹쳤다. 의도와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 한미일이 먼저 만나서 미중 회담 전에 공동 문서를 남겼다는 것은 결과로서 실재한다. “왜 지금 하필”에는 달력의 우연이 큰 몫을 했을 수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 성명에 세 가지가 기록됐다. 첫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 둘째, 대만해협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 셋째, SMR(소형모듈원자로—소형화된 원자력 발전소로, 기존 원전보다 규모가 작아 수출이 쉬운 것이 장점) 협력 이행 확인. 그런데 SMR은 신규 합의가 아니다. 지난 7월 7일 앙카라에서 서명한 MOC(양해각서와 유사한 협력 확인 문서)의 이행을 재확인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일 성명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단어가 문서로 남았다는 점이다.
달의 의심 — 그런데 그 문서가 실제로 무게를 갖는지가 의문이다. 트럼프는 8월 하순에 “비핵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9월 2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의 유엔 연설 역시 “비핵화”보다 넓은 개념인 “핵 없는 한반도”를 썼다. 정상들이 말하지 않는 단어가 장관들의 문서에만 남는 상황이다. 대만해협 문구도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는 수년째 반복되는 관용구다. 값비싼 행동은 여전히 보류 중인 140억 달러 무기 패키지다. 값싼 말이 비싼 행동을 대체할 수 없다.
어디로 가는가 — 시나리오 A(40%): 오늘 미중 공동문서에도 북한 비핵화 관련 문구가 유지된다. 한미일 성명의 “보험”이 미중 협의와 충돌 없이 병존한다. 시나리오 B(60%): 미중 문서에서 북한이 아예 빠지거나 형식적 표현에 그친다. 한미일 문서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중의 침묵과 대비되어 오히려 고립된 표현이 된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가 60% — 트럼프가 구두로 비핵화를 피해온 일관된 패턴이 있고, 사전 보도도 이번 회담에서 북한 의제의 무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틀릴 조건: 오늘 미중 팩트시트가 5월처럼 “북한 비핵화 공동 목표”를 재확인하면 A로 이동한다. 이 경우 오히려 한미일 문서의 선행 기록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추석 연휴(9월 24일~27일) 동안 미중 회담 결과가 나온다. 한국 금융시장은 연휴 내내 문을 닫는다. 결과에 대한 반응이 9월 28일 개장과 함께 한꺼번에 반영될 것이다. 그날 아침 확인할 지표 세 가지는 간단하다. 미중 양측 발표문에 연장 기간이 일치하는지, 북한 비핵화 문구가 미중 문서에 남는지, 그리고 9월 28일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유엔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