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은 올라갔고, 미사일도 올라갔다 — 이재명의 동결 우선, 백령도 추정 항공기, 이란의 격멸 | 2026년 9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비핵화 목표를 공개 유예하는 발언을 했다. 같은 날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공개하고 백령도 인근 항공기 탐색을 벌였다. 뉴욕에서 선언이 올라가는 동안, 서해 최전방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다.

이재명의 ‘평화공존’이든 트럼프의 ‘협상 또는 격멸’이든, 오늘 두 정상의 언어는 상대의 군사적 행보—북한의 극초음속 시험과 백령도 인근 탐색, 이란의 소강 속 동원태세—를 멈추지 못한 채 나란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선언은 올라갔고, 미사일도 올라갔다 — 이재명의 동결 우선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 외교 원칙의 오랜 관습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는 한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장할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 한 문장이 외신과 국내 언론을 동시에 달궜다.

내용을 풀면 이렇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단계별로 접근하겠다고 제안했다. 먼저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중단하고, 그 다음 중기적으로 축소한 뒤, 최종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그 교환 조건으로는 대북 제재 완화를 내놓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먼저 요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 발언을 두고 ’30년 비핵화 원칙의 이탈’이라는 표현이 쏟아졌는데, 이 프레이밍은 정확하지 않다. 동결과 보상을 교환한다는 아이디어는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이미 담겨 있었고, 이번 단계적 구상은 8월 16일 국내 브리핑에서 이미 예고된 내용이다. 30년 만에 처음 나온 발상이 아니라, 반복돼온 패턴의 국제무대 재진술에 가깝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새로운가. 첫째, 현직 한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대에서 비핵화 목표 자체를 공개적으로 유예시키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선비핵화'(선비핵화—핵 폐기를 대화 조건으로 먼저 걸어두는 입장)라는 오랜 명제를 스스로 폐기하는 발언이었고, 그 자리는 유엔이었다. 둘째, 정식 한미 정상회담 없이 — 결국 뉴욕에서 트럼프와의 공식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 제재 완화 카드를 국제무대에 먼저 던졌다는 것이다. 한미 공조보다는 한국 단독의 외교적 포지셔닝으로 읽힌다.

정치권 반응도 갈렸다. 국민의힘에서는 “동결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일부에서는 “우리도 핵무장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졌다. 이 제안이 미국 정부의 공식 호응을 받았는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발언의 무게를 다른 방식으로 가늠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설을 준비하는 시점인 9월 20일,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포-11마-1’을 발사했다. 9월 22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주애가 참관한 가운데 관영매체가 이를 ‘무력 현대화’의 성과로 공개했다. 한국합참이 탐지한 비행 거리(450·600킬로미터대)와 북한이 발표한 수치(908.2킬로미터)는 불일치한다 — 두 수치를 병기한다. 어느 쪽이 정확하든, 제안이 올라간 그날 북한의 능력치도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제안의 실질적 장벽도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상당수는 행정부 재량이 아닌 의회 입법(NKSPEA)에 근거해, 트럼프가 단독으로 완화하기 어렵다. 유엔 제재 완화는 안보리 결의를 필요로 한다. 즉 이 제안은 즉시 실행 가능한 협상안이라기보다, 11월 북미 재회동 가능성 앞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미북 대화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현상)을 피하기 위해 의제 프레임을 먼저 꺼내든 선제적 포석에 가깝다.

“동결의 기준선을 누가, 언제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나올 때까지, 이 선언의 무게는 잠정적으로만 평가될 수 있다. 어제 정치·지정학 뉴스레터에서 다룬 미중 정상회담과 북미 회동설과 함께 읽으면, 이 발언이 한반도 외교의 어디쯤에서 나왔는지 위치가 잡힌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의제 선점 효과, 45%): 이 제안이 트럼프-김정은 재회동 협상 프레임에 영향을 주어 한국이 의제 형성에 부분적으로 참여한다. 시나리오 B(코리아 패싱 심화, 55%): 미국이 이 제안을 무시하고 독자 대북 거래를 진행하며 한국은 사후 통보만 받는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B에 55%의 무게를 둔다 — 정식 정상회담 없이 공개 압박으로 던져진 제안을 트럼프가 채택할 유인이 현재로서는 작고, 한미 정책 조율의 빈틈이 드러난 것 자체가 코리아 패싱 리스크를 높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향후 일주일 내 미국 국무부 또는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이 제안에 호응하는 발언을 내놓으면 판단은 A로 이동한다.


비용 없는 압박 — 백령도 추정 항공기와 79척의 피항

9월 22일 오전 9시 46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해상에 있던 선박들에 피항 문자가 발송됐다. 이유는 백령도 상공에서 북한 소속으로 추정되는 항공기의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한국 군 당국이 해경에 협조를 요청했고, 현장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50척과 레저보트 29척, 총 79척이 인근 7개 항구로 긴급 피항했다. 북한 추정 비행체는 NLL(북방한계선—서해에 그어진 남북 해상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은 채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 가능한 사실은 셋이다.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포착됐고, 79척이 피항했으며, NLL은 침범하지 않았다. 항공기의 정확한 기종과 국적은 여전히 ‘추정’ 단계이고, 79척의 피항은 북한이 강제한 것이 아니라 한국 측의 사전 방어 프로토콜이 작동한 결과다.

그렇게 보면 분석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NLL을 넘지 않은 비행체 한 대가, 한국 자신의 방어 대응 체계를 통해 79척 규모의 실질적인 조업 중단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평양 입장에서는 군사적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고도, 사실상 비용 없이 심리적 압박과 경제적 disruption을 동시에 얻어낸 셈이다.

이 사건의 시각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9월 22일 한국 시간 오전의 이 일은,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 연설(뉴욕 현지시간 9월 22일, 한국 시간으로는 9월 23일 새벽)보다 먼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것을 “평화 선언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응답”으로 읽는 것은 인과관계를 거꾸로 놓는 해석이다. 다만 인과가 아닌 병치로서의 의미는 다르다. 서울이 뉴욕에서 “싸울 필요 없는 평화공존”을 선언하는 그 하루 동안, 서해 최전방에서는 미확인 항공기가 어선단을 피항시켰다. 그리고 같은 주에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을 공개했다.

NLL 미침범이라는 절제된 수위는 이 사건이 정면 도발이라기보다 낮은 강도의 탐색(probing)에 가깝다는 판단을 뒷받침한다. 평양은 전략적 트랙(미사일 능력 과시)과 전술적 트랙(NLL 인근 활동) 두 축을 동시에, 각각 낮은 위험으로 병행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 방어 프로토콜의 반응 시간과 행동 경계를 계속 측정하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저강도 탐색 지속, 65%): NLL을 침범하지 않는 산발적 군사 활동이 이어지며 한국의 방어 프로토콜을 반복 테스트한다. 시나리오 B(NLL 침범으로 수위 격상, 35%): 이재명의 평화 제안이 미국에서 무반응으로 끝날 경우 북한이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A에 65%의 무게를 둔다 — NLL 미침범은 현재 북한이 긴장 수위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24시간 내 북한이 NLL을 침범하거나 국지적 포격을 실행하면 B로 이동한다.


“협상하거나, 격멸되거나” — 트럼프의 이란 최후통첩과 소강의 역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에 대해 “협상하거나, 격멸(annihilate)되거나”라는 최후통첩식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은 현재 이란과 전쟁 중이다. 개전은 2026년 2월 28일, 9월 22일 기준으로 207일째다. 이란 대표단은 이 발언 직후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이 발언의 문맥을 이해하려면 전쟁의 현재 상태를 먼저 봐야 한다. 2026년 4월 조건부 휴전이 체결됐다가 수 주 만에 붕괴했고, 6월에 MOU(양해각서—구속력 없는 합의문)가 다시 맺어졌으나 역시 6월 말 무너졌다. 9월 1일 미국이 1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며 본격 교전이 재개됐다. 그러나 9월 22일 기준으로 9일 이상 이란의 신규 미사일·드론 공격이 없는 소강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격멸”이라는 자극적 언어가 나온 것은 재확전이 격화되는 국면이 아니라, 오히려 소강 국면에서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IRGC(이란 혁명수비대—이란 정규군과 별개로 존재하는 혁명 수호 군사 조직)의 군사행동이 잦아든 것이 협상의 신호인지, 재충전의 시간인지는 이 발언 하나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전쟁에는 별개의 채널도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와 특사 위트코프가 UNGA 사이드라인에서 이란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란이 제시한 조건은 “미국의 군사 압박을 완화하고 봉쇄를 해제하면 호르무즈를 재개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조건은 “이란이 굴복한 뒤 협상”이다. 두 조건이 서로를 정확히 상쇄한다.

트럼프는 미국 중간선거(11월 3일) 이후 타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즉 앞으로 최소 6주간은 공식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일정표를 트럼프 본인이 내놓은 것이다. 이미 두 차례 합의가 수 주 만에 붕괴한 기저율을 감안하면, 진짜 질문은 “협상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합의가 며칠이나 버티는가”다.

한국에 대한 직접 영향은 에너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한국 수입 원유의 약 70%를 차지한다. 9월 22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9.27달러로, 9월 16일의 105.83달러에서 하락했다. 그러나 이 하락을 시장이 종전을 기대한다는 신호로 읽는 것은 시기상조다 — 단기 가격 움직임 하나로 방향을 단정하기엔 이르다. 전쟁이 길어지거나 호르무즈 봉쇄가 실질화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 직접 청구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중간선거 후 이면 협상, 40%): 11월 3일 이후 쿠슈너-이란 채널이 구체적 합의로 이어지고 소강 국면이 공식화된다. 시나리오 B(소모전 연장, 60%): 이란의 집단 퇴장 신호와 과거 2회 합의 붕괴 전례가 반복되며 전쟁이 11월 이후까지 이어진다. 달의 현재 판단은 시나리오 B에 60%의 무게를 둔다 — 트럼프의 협상 의지보다 양측의 조건이 서로를 정확히 상쇄하는 구조가 더 강력한 제약이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UNGA 기간 중 이란 측이 공식 협상 복귀 성명을 발표하면 A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