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끝났다, 탄약도 소진됐다 — 호르무즈·한반도·캐나다, 약속을 지렛대로 삼는 세계 | 2026년 8월 26일

MOU는 만료됐고, 사드 탄약은 소진됐으며, 관세는 날아왔다. 호르무즈·한반도·캐나다 — 세 개의 사건이 하나의 구조를 드러낸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을 지렛대로 삼는 동안 그 비용은 어디로 가는가.

합의는 끝났고, 탄약은 소진됐으며, 관세는 날아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랜 약속들을 언제든 재협상 가능한 지렛대로 취급하는 동안, 그 불확실성의 청구서는 안보와 무역 양쪽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조용히 날아들고 있다. 어제 달루나는 “약속이 지렛대가 된 세계“를 다뤘다. 오늘은 그 지렛대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 개의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들여다본다.

합의는 만료됐다 — 호르무즈 60일 합의 이후 무기한 대치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은 60일 종전 양해각서(MOU — 구속력 없는 합의문)를 체결했다. 두 달 안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통행, 미군 철수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이었다. 8월 17일, 그 기한이 만료됐다. 이란은 연장을 거부했다. 어떤 추가 협의 틀도,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도 남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은 정상 운영 중이고 기뢰 제거도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여전히 해협은 우리 통제 아래 있다”고 반박했다. 서로 정반대의 주장이 충돌할 때는 실측 데이터가 판정한다. 선박 추적업체 Kpler의 8월 19일 실측 기준,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 수는 평시 하루 73~88척에서 현재 십수 척 수준으로 85~90% 가까이 줄었다. 트럼프의 말은 말일 뿐이었다.

왜 지금인가. MOU 만료 이후 상황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8월 17일 카슘섬 인근에서 UAE 관련 유조선 나포 사건이 발생했다(이란 측 주장, 미국 미확인). 8월 25일 현재, 이란 외무부는 오만과의 신항로 협의가 “원칙적으로 거의 합의됐다”고 밝히면서도 배상·봉쇄 해제·동결 자금 해제·미군 철수라는 4대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만 실제 재개방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 이란 정규군과 별개로 혁명 수호를 위해 설립된 군사 조직)는 해협 순찰을 계속하고 있으며, 미 해군은 호르무즈 봉쇄선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이란의 요구 목록이 아니라, MOU 만료 이후에도 아무것도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쟁 재개도 없고, 협상 복귀도 없고, 해협 재개방도 없다. “합의가 끝났다”는 게 아니라 “합의 없는 상태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는 뜻이다. 국제유가는 MOU 만료 전후로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선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수준이 장기화될수록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 압박은 누적된다.

달의 의심. JD 밴스 부통령이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동안, 실제 판단 권한이 있는 이란 최고지도부는 MOU 연장을 거부했다. 협상이 살아있다는 미국의 수사는 국내 정치용일 가능성이 높다. 협상 채널이 살아있다고 해서 해협이 재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 A (관리된 교착, 45%): MOU는 죽었지만 양측 모두 전면 재개전은 피한다. 오만-이란 신항로가 비공식 채널로 부분적 물동량을 흡수하면서 “봉쇄는 유지하되 완전 차단은 아닌” 회색지대가 장기화된다. 이란은 협상에 복귀하지 않으면서도 도발 수위를 조절한다. 시나리오 B (확전 리스크 누적, 32%): 카슘섬 나포나 후티 공격 재개 같은 개별 사건이 군사적 충돌의 도화선이 된다. “무기한 대치”라는 표현이 실제 확전의 전조가 됐다는 것을 나중에야 확인하게 된다. 나머지 23%는 신속 타결 시나리오지만, 이란의 4대 선행 조건 중 미국이 수용 가능한 조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가장 낮다.

달의 현재 판단: 시나리오 B에 약간 더 무게를 둔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스크가 해소되는 게 아니라 누적되는 궤적에 있다. MOU라는 구조적 장치가 사라진 이상, 다음 충돌을 억지할 공식 채널이 없다. 틀릴 조건: 오만-이란 신항로가 예상보다 빠르게 실질적 재개방 효과를 내거나, 반대로 카슘섬 나포가 실제 교전으로 격화되면 이 “장기 교착” 판단은 틀렸다는 뜻이 된다.

발사대는 돌아왔지만 탄약이 없다 — 한반도 방어의 진짜 공백

올해 3월,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THAAD — 종말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시스템) 발사대 6대가 이란전 대응을 위해 중동으로 반출됐다. 6월 19~22일, 발사대는 전량 복귀했다. “사드가 돌아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은 발사대가 아니라 탄약이다.

미 육군은 이란전에서 사드 요격탄(요격을 위해 실제 발사하는 탄약) 보유량의 최대 80%를 소진했다(CNN 추정; 다른 분석기관 기준 45~50% 소진). 사드 요격탄의 연간 생산량은 100여 발에 불과하다. CSIS는 현재 소진 규모를 감안할 때 재고 정상화에 최소 2~3년이 걸린다고 추산한다. 발사대는 성주에 있다. 탄약은 없다. 이것이 오늘의 방어 현실이다.

왜 지금인가. 8월 20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무더기(10발 내외)로 발사했다. 그 후 8월 21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북한은 침묵하고 있다. 이 침묵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통상적 해석은 소강 국면이다. 그러나 오늘 확인된 정보는 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파견한 병력과 제공한 무기를 통해 실전 데이터를 축적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사일 정확도를 기존 1킬로미터 반경에서 수 미터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YTN, 2026-08-12; 출처 미확인으로 단정 표현 유의).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 나흘의 침묵은 도발 중단이 아니라 고도화 준비기일 수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자주 쏘는가”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쏘는가”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이 오늘의 핵심이다. 사드는 고고도 탄도미사일을 고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저고도 변칙 기동이 가능하고 오차가 수 미터 수준으로 줄어든 미사일에 대해서는 요격 효율이 떨어진다. 탄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확도마저 높아진 미사일을 상대해야 한다면, “있긴 있다”는 방어 시스템의 실전 가치는 달라진다.

달의 의심. 이재명 대통령은 사드 차출 논란이 불거지자 “우리 국방력은 세계 상위권”이라고 말했다. 천궁-II(레이더 성능이 패트리엇을 능가하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가 대안으로 언급되지만, 현재 중동 4개국 수출 물량의 납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자국 방어보다 수출 계약 이행이 앞서는 구조는, “자주국방”이라는 수사와 실제 조달 우선순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 주한미군 자산을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언제든 이동 배치할 수 있다는 2006년 합의 — 이 한반도 방어에 구조적 변수가 된다는 건 3월부터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달라진 건 그 공백이 언제 실전에서 노출되느냐의 타이밍이다.

시나리오 A (공백이 실전에서 노출되지 않는다, 45%): 요격탄 증산과 L-SAM(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 사드와 같은 고고도 방어 임무, 현재 개발 완료 후 양산 준비 단계) 배치가 예정 경로로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실제 대규모 도발을 자제한다. 공백은 존재하지만 시험대에 오르지 않은 채 2~3년이 지난다. 시나리오 B (공백이 실전 시험대에 오른다, 40%): 탄약이 가장 부족한 이 시기에 북한이 정확도 향상된 미사일로 실제 도발을 감행하고, 요격 성공 여부가 공개적으로 검증된다. “자주국방이냐 동맹 의존이냐”는 논쟁이 정치적으로 폭발하는 계기가 된다.

달의 현재 판단: B 쪽에 무게를 둔다. 이란전이 해소되지 않은 이상 미군 자산의 중동 우선 배정 압박은 계속되고, 북한의 나흘 침묵이 고도화 준비기였다는 해석이 실제로 도발로 이어질 경우 탄약 부족 상태에서 실전 검증이 이루어지게 된다. 틀릴 조건: 이란 협상이 예상보다 빨리 타결돼 중동 파병 압박이 소멸하고 사드 자산이 조기 정상화되거나,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이 판단은 과장으로 판명된다.

자동차를 겨냥한 관세 50% — 협상 카드인가, 새로운 표준인가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2027년 1월 1일부터 캐나다산 자동차·트럭·부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가 미국을 오랫동안 갈취해왔다. 미국에서 제조하면 관세는 없다”는 발언이 함께 나왔다. 캐나다 카니 총리는 “달러 대 달러로 맞대응하겠다”며 9월 8일 보복관세 발효를 예고했다. 협상 테이블은 이미 접혔다.

어제 달루나에서 다뤘듯, 트럼프의 캐나다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발표는 새로운 정보를 하나 담고 있다. 산업을 특정했다는 것, 그리고 유예기간을 줬다는 것이다. 즉각 시행이 아니라 2027년 1월부터라는 시간을 뒀다. 이 5개월의 유예기간을 어떻게 읽느냐가 해석의 갈림길이다.

왜 지금인가.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GM, 스텔란티스, 혼다의 캐나다 현지 생산 기지를 포함한다. 이 기지들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틀 안에서 사실상 미국 국내 공급망처럼 작동해왔다. 50%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이들 기업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캐나다 공장을 축소해야 한다. 이 세 선택지 모두 자동차 가격 상승 또는 고용 충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유예기간의 존재 자체가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인가, 아니면 “각오하고 투자를 결정하라”는 확정 통첩인가. 한국이 경험한 경로를 참조할 수 있다. 올해 초, 한국은 미국 내 반도체·배터리 공장 투자 확대와 특별법 통과라는 카드를 내놓으며 25%로 인상될 뻔했던 관세를 15% 수준에서 지켜냈다. 한국은 협상에 응했고 결과를 얻었다. 캐나다는 강경 맞대응을 선택했고 위협이 실제로 발동했다. 두 사례의 차이가 전략의 차이인지, 아니면 처한 조건의 차이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달의 의심. 회의론자의 지적이 맞다. 캐나다→한국의 직접 유추는 방법론적으로 약하다. 캐나다는 협상을 중단하고 강경 대응을 택했기 때문에 50% 위협이 현실화됐고, 한국은 반대로 선제적 유화로 피해갔다. 트럼프의 관세 전략이 상대의 반응에 따라 달라진다면, “캐나다를 보면 한국 다음이다”는 결론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다만 “동맹국이라고 예외는 없다”는 패턴 자체는 확인됐다.

시나리오 A (협상 강제형 타결, 55%): 9월 8일 이전에 캐나다가 투자 공약이나 구매 협정 형태의 양보안을 제시하고, 관세가 하향 조정되거나 시행이 유예된다. USMCA 틀은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반복된 패턴 — 위협 후 이행 강제형 타결 — 을 볼 때 가능성이 더 높다. 단 캐나다의 “전쟁 중”이라는 수사와 협상 중단 선언이 한국보다 강경해 확신도는 낮다. 시나리오 B (구조적 디커플링, 45%): 9월 8일 캐나다 보복관세가 실제 발효되고 협상이 재개되지 않는다. “동맹국도 예외 없다”가 일회성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으로 굳어지며, 이는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대한 유사 압박의 선례가 된다.

달의 현재 판단: A 쪽에 근소하게 무게를 두지만, 확신도가 낮다. 틀릴 조건: 9월 8일 캐나다 보복관세가 실제로 발효되고 양측이 협상에 복귀하지 않으면 B가 맞았던 것이 된다. 이 날짜가 이번 예측의 실전 검증일이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달루나의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투자·안보 의사결정의 근거로 사용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