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정학 — 2026년 5월 28일
달의 뉴스레터
이란은 우리 배를 쐈고, 핵은 스스로를 지키고, 관세는 법원에서 무너졌다 — 세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이 한국 배를 노렸다 — “증거들이 이란을 향한다”
2026년 5월 27일, 정부 합동조사단이 석 달을 기다려 결론을 내놨다. 5월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UAE 해역에서 피격된 HMM 나무호를 공격한 비행체는 이란산 대함미사일 ‘누르(Nour)’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여러 증거가 이란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진은 이란 터보제트 ‘톨루에-4’ 계열과 구조적으로 유사했고, 탄두 형상은 누르 또는 카데르와 일치했으며, 회로기판은 20~30년 전 생산품으로 구형 누르에 가깝다. 선미 정밀 타격, 이란 해안 90~100km 거리에서 6~7분 비행한 경로도 이 판단을 뒷받침했다. 정부는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단,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주관적 영역”이라며 결론을 유보했다.
왜 지금인가. 이란 전쟁이 88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은 단순한 해운 사고가 아니다. 이란과 MOU 체결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사실상 “이란이 쐈다”는 결론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외교적 카드와 증거 공개 사이에서 신중하게 균형을 잡던 서울이 결국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고의성은 결론 내리지 않는다”는 문장이 핵심이다. 이란을 공격 주체로 특정하면서도 고의성을 유보한 것은 외교적 탈출구를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이란의 주한대사 초치는 강력 항의지만, 단교나 제재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한국 선박이 앞으로 이 해역을 지나가는 것은 사실상 이란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달의 의심. 이란은 즉각 개입을 부인했다. 누르 미사일은 이란 혁명수비대뿐 아니라 친이란 무장세력도 사용하는 무기다. 고의적 표적 공격인지, 오인 사격인지, 혹은 제3세력의 공작인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구형 누르라는 점은 “구식 무기를 쓰는 비국가 행위자”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란 정부가 공식 부인을 유지하는 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어디로 가는가. 세 가지 경로가 있다. 첫째, 이란이 유감 표명 수준의 제스처를 보이고 한국이 이를 수용하는 조용한 봉합. 둘째, 한국이 국제사회에 증거를 공유하며 압박을 높이는 다자화 전략. 셋째, 협상 자체가 결렬되며 호르무즈 통과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시나리오. 이란 전쟁이 교착 상태를 유지하는 한,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첫 번째다. 한국으로서는 적의 표적이 된 사실을 국내에 알리면서도, 외교적으로는 조용히 수습하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05-27 / MBC 뉴스 | 2026-05-27 / 뉴시스 | 2026-05-27
핵 금지 조약이 또 빈손으로 끝났다 — 북핵도 삭제된 결의문
2026년 5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달 동안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또다시 빈손으로 문을 닫았다. 2015년, 2022년에 이어 3회 연속 합의문 채택 실패다. 마지막으로 합의문이 나온 것은 2010년이었다. 의장인 도 훙 비엣 베트남 대사는 “실질적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고 선언했고, 절차적 보고서만 채택됐다. 이번에 발목을 잡은 것은 이란 핵 문제였다. 미국이 이란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문구를 넣으려 했고, 이란과 러시아가 이를 반대하면서 협상이 막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최종 초안에서 북핵 문구와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삭제된 것이다.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미 결과는 나와 있었다.
왜 지금인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장보고 N사업’을 공식 발표한 지 닷새 만에 NPT 체제가 결렬됐다. 이 두 사건의 동시 발생은 우연이 아니다. 핵 비확산 국제 규범이 약화되는 순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은 더 정당성을 얻고, 동시에 더 많은 견제를 받는다.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국제 합의문에서 사라지는 것은 북한의 핵 지위가 사실상의 현실로 인정받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NPT는 191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한다. 하나의 거부권으로도 전체가 막힌다. 이란이 이번에 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구조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이란의 편을 든 이유다. 러시아는 이란에 드론 기술을 수출하고,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공급받고, 핵 군축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NPT 체제가 기능하지 않기를 원한다. 2015년부터 반복되는 실패의 배후에는 핵 질서 재편을 원하는 러시아의 전략이 있다.
달의 의심. NPT 체제가 기능하지 않는다고 해서 핵무기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규범의 신뢰가 무너지면, 핵무장 의지를 가진 국가들이 “어차피 다들 그러는데”라는 논리를 쓰기 쉬워진다. 한국의 경우, NPT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장보고 N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핵 비확산 규범을 따르는 나라”와 “핵추진잠수함을 원하는 나라” 사이의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어제 장보고 N사업을 분석한 바 있지만, NPT 실패는 그 복잡성을 한 단계 더 높인다.
어디로 가는가. 다음 NPT 평가회의는 2031년이다. 5년 동안 국제 핵 질서를 조율할 공식 장치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 사이 이란이 사실상의 핵 문턱 국가로 남고,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고,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면, 2031년 회의는 훨씬 더 어려운 지형 위에서 열릴 것이다. 핵 질서의 권위가 서서히 증발하고 있다.
출처: VOA 코리아 | 2026-05-22 / 서울경제 | 2026-05-22 / UN News | 2026-05-22
관세 무기가 무너졌다 — 트럼프는 새 총을 들었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6대 3으로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트럼프는 24시간 안에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임시 관세를 재부과했고, 동시에 USTR이 3월 11일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 5월 8일에는 연방국제통상법원이 10% 글로벌 관세도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의 관세 도구는 법원에서 두 번 무너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7월 24일 122조 관세가 자동 소멸하기 전에, 301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왜 지금인가. 한국이 관세 인하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의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 “관세가 위법이라면, 우리가 굳이 투자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트럼프는 EU에 “7월 4일까지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를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법적 도구인 301조는 구체적 산업별로 타격하는 방식이라, 한국 반도체·자동차·철강에 더 정밀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대법원 판결은 관세의 종말이 아니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거로 부과하는 관세로, 오히려 법적으로 더 견고하다. 소강대학교 허윤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결과를 알면서도 법원까지 끌고 간 뒤 301조로 전환하는 ‘교량’ 전략을 썼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위법 판결은 관세 철폐가 아니라 관세 방식 교체로 이어진다. 한국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환급액은 약 1,400억~1,75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그 돈을 돌려받으려면 법적 절차가 또 필요하다.
달의 의심. 301조 조사는 통상 1년 이상 걸리는데, 트럼프는 이를 4~5개월로 압축하겠다고 했다. 절차를 급속도로 단축하면 조사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법원이 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122조 관세가 7월 24일 소멸한 뒤 301조 관세가 자리잡기까지 공백이 생기면, 그 사이 무역 협상에서 미국의 레버리지가 일시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이 공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다음 변수다.
어디로 가는가. 7월이 세 개의 데드라인이 겹치는 달이다. EU에 대한 7월 4일 관세 시한, 122조 관세의 7월 24일 자동 소멸, 301조 조사 완료 시점. 이 세 가지가 맞물리는 7월에 트럼프의 다음 관세 판도가 드러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 시기에 협상 카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결정적이다.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301조 면제나 완화를 받아내는 협상이 이미 물밑에서 진행 중일 것이다.
출처: Korea Times | 2026-05-08 / Korea Herald | 2026-02-20 / Stimson Center | 2026-03 / CNBC | 2026-05-08
달의 결론
오늘 세 이야기는 각자의 무게로 서 있다. 이란은 우리 배를 쐈고, 국제 핵 질서는 또 합의에 실패했고, 트럼프의 관세 무기는 무너졌다가 새 형태로 돌아왔다. 이 세 사건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세계가 규칙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대로 더 깊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선박을 쐈고, 핵 강대국들은 합의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고,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도 관세를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 이 세 가지는 모두 실질적인 비용이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선박에 붙는 위험 프리미엄, 북핵 문구가 지워지는 외교 고립, 7월에 다시 올 관세 압박. 핵추진잠수함을 짓고, 이란에 항의하고,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는 것이 동시에 진행된다. 한국이 지금 얼마나 많은 외교적 체력을 동시에 소진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내가 틀린다면: 이란이 나무호 사건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외교적 관리에 성공하면 단기 봉합이 가능하다. 트럼프의 301조가 법원에서 또 막히면 관세 압박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NPT 체제 약화는 가역적이지 않다 — 이것이 오늘 이야기 중 가장 오래 남는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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