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2026년 5월 2일
달의 뉴스레터
파월이 떠났다. 워시가 온다. 그리고 분열된 Fed 앞에서, 한국은 반도체 하나로 1.7% 성장했다고 자축하고 있다.
파월의 마지막 방어선 — 8대4 분열과 워시 체제의 불확실성
어제 이 섹션에서 파월의 동결 결정을 다뤘다. 오늘은 그 다음 날, 그 결정이 남긴 상처를 본다.
4월 29일, 제롬 파월은 마지막으로 FOMC를 주재했다. 결과는 금리 동결(3.50~3.75%). 표면만 보면 평범한 결론이다. 그러나 투표 구조는 달랐다. 8대4. 199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명의 반대표가 나왔다.
분열은 단순하지 않았다. 스티븐 미란 이사는 0.25%p 인하를 원했다. 반면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세 명은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성명서에 담긴 ‘완화 편향’ 문구에 반대했다. 즉, 한쪽은 “지금 당장 내려라”, 다른 쪽은 “아예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지 마라”를 외쳤다. 이 두 반대 방향이 같은 날 동시에 터졌다.
파월은 의장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연준 이사로 남기로 했다. 1948년 마리너 에클스 이후 처음이다. 그는 “고프로필 반대자가 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독립성 훼손 시도가 “선택의 여지를 없앴다”고 말했다.
케빈 워시는 이미 상원 금융위에서 13대11 당파 표결로 통과됐다. 역사상 최초의 완전 당파 표결이었다. 워시는 취임 선언으로 “점도표 폐기, 포워드 가이던스 종료, 기자회견 방식 변경”을 약속했다. Fed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왜 지금인가. 파월 체제의 마지막 회의에서 4인 반대표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란은 트럼프가 임명한 이사로, 인하 요구 신호를 이미 여러 차례 보냈다. 해맥·카시카리·로건은 반대 방향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강함을 각인하려 했다. 워시 체제가 출범하기 직전, 각 진영이 자기 포지션을 최대한 명확히 남기려 한 타이밍이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워시가 의장석에 앉더라도 FOMC를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미란이 빠진 자리에 워시가 들어오면 도비시 진영은 오히려 줄어든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3.3%에 고착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려면 7표가 필요한데, 그 7표를 어디서 구할지가 워시의 진짜 문제다. Natixis 이코노미스트 크리스토퍼 호지는 “워시는 오랫동안 가장 영향력 없는 의장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달의 의심. 파월이 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이 정말 “독립성 수호”를 위한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워시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 빈 자리가 없으면 트럼프가 새 이사를 임명할 기회가 줄어들고, 파월이 그 방파제가 된다는 역설이 생긴다. Fortune은 “파월이 워시를 도와주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 독립성 수호와 인사 배치 게임이 교묘하게 겹쳐 있다.
어디로 가는가. 6월 FOMC가 워시의 첫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현재 연내 인하 가능성을 거의 소멸(확률 10% 미만)로 보고 있다. 2027년 3분기 25bp 인상 가능성을 J.P.모건이 언급할 만큼, 다음 움직임이 인하가 아닐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테이블에 오른 상태다. 오늘의 금융시장은 그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 2년물 국채 수익률 3.94%, 10년물 4.41%.
출처: CNBC | 2026-04-29
출처: Axios | 2026-04-30
출처: Fortune | 2026-05-01
→ 이란-미국 전쟁이 Fed를 어떻게 압박하는지는 오늘 정치·지정학 섹션에서 다뤘습니다.
한국 GDP 1.7% — 반도체가 만든 숫자, 반도체가 무너뜨릴 숫자
한국은행이 4월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7%다. 시장 예상(0.9%)의 두 배.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고치. JP모건은 연간 전망을 3%로 상향했고, 씨티와 골드만삭스도 각각 2.9%, 2.5%로 올렸다.
숫자만 보면 완벽한 반등이다. 수출이 5.1% 급증했고, 설비투자 4.8%, 건설투자 2.8%가 동반됐다. 심지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7.5% 상승해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역 조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아래를 보면 다른 그림이 있다. 수출 5.1% 증가의 핵심은 AI 반도체,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심화되고 있고, 반도체 외 제조업은 여전히 침체권이다. 민간소비는 고작 0.5% 증가에 그쳤다 — 국민이 느끼는 경제와 통계 숫자의 온도차가 여기서 나온다.
더 깊은 문제는 잠재성장률이다. OECD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1.71%, 내년 1.57%로 전망한다. KDI 추정치는 1.6%다. 지금의 1.7% 분기 성장률이 반도체 없이 계산된다면, 실질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톨릭대 양준석 교수는 “반도체 수출에 충격이 오면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왜 지금인가. GDP 속보치 발표(4월 23일)가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수치 자체의 놀라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5월 초, 이 숫자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FOMC 동결, 유가 $114 고착, 원달러 1,475원 — 반도체 수출을 뒷받침했던 환율 효과와 AI 수요 폭증이 2분기에도 지속될지에 대한 신호들이 이번 주에 집중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 숫자는 한국 경제의 회복이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이 만든 착시다. 실질 GDI 7.5% 상승은 반도체 수출 단가 상승(교역 조건 개선)이 거의 전부다. 교역 조건이 내려오는 순간, 이 숫자는 역전된다. 4분기 -0.2%에서 단숨에 +1.7%로 튄 것도 저기저 효과가 절반이다.
달의 의심. JP모건의 연간 3% 전망 상향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이 전망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연간 유지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런데 중동전쟁 영향이 1분기에는 열흘밖에 반영되지 않았다(한국은행 이동원 국장 발언). 2분기부터는 유가 충격, 소비 심리 악화(소비자심리지수 99.2, 비관 전환)가 본격 반영된다. OECD는 이미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내렸다. 누가 맞을 것인가.
어디로 가는가.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0%에서 유지하고 있다. 인하 카드를 아직 쥔 상태다. 그러나 유가발 인플레이션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쓰기 어렵다. 신현송 신임 총재 체제의 첫 시험대가 2분기 지표에서 나올 것이다. 달이 주목하는 지점은 하나다 —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2분기에 얼마나 유지되느냐. HBM 단가가 내려오거나 AI 투자 사이클이 숨을 고르면, 3%라는 JP모건 전망은 가장 먼저 하향 조정될 것이다.
출처: EconMingle (한국은행 발표 기반) | 2026-04-23 발표
출처: 리포터아 | 2026-04-26
출처: 세계일보 (OECD 잠재성장률 전망) | 2026-04-26
→ 반도체 수출 구조와 기업 실적에 대한 더 깊은 분석은 어제 경제·금융 섹션(5월 1일)을 참조하세요.
유가 $114, 금 $4,571 —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모든 중앙은행의 손을 묶다
어제도 유가 급등을 언급했지만 오늘은 다른 각도에서 읽는다 — 에너지 충격이 어떻게 모든 중앙은행의 정책 공간을 동시에 가두는지, 그리고 금이 그 불안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4월 30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66. 전쟁 전 대비 55% 이상 올랐다. 금은 5월 1일 $4,571.29(전일 대비 -1.12%)로 약간 내렸지만, 1년 전보다 41% 높다. 원/달러 환율은 1,475원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세 숫자가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 있다.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공간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CPI는 3월 3.3%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상승분의 대부분이 에너지 비용에서 왔다.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Fed는 “에너지 포함” 지표를 무시할 수 없다.
금의 흐름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금 수요(OTC 포함)는 1,230.9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의 불확실성,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달러 가치 약세 가능성 —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Reuters 조사에서 31개 기관 중간값은 올해 금 가격을 $4,916으로 전망했다.
한국에 미치는 경로는 직접적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6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한다. 유가가 $114에 고착되면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등하고, 이는 무역수지를 직격한다. 원화 약세(1,475원)도 수입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린다. 1분기 GDP가 수출 호조로 빛났더라도, 수입 비용 증가는 2분기부터 다른 방향의 압력이 된다.
왜 지금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FOMC 결정이 나온 다음 날인 지금 이 에너지 가격 수준이 더 중요해졌다. 5월에도 $100 이상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6월 FOMC에서도 인하는 불가능하다. 유가 흐름이 사실상 글로벌 통화정책의 타임라인을 결정하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금 $4,571의 의미는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가 아니다. 달러 체제 자체에 대한 불신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다. 파월-워시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연준 독립성 논란, 트럼프 행정부의 Fed 압박 — 이것들이 “중앙은행이 정치 압력에 굴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고, 그 우려는 금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달의 의심. 분석가들이 유가를 $80로 전망하는 근거는 “이란과의 협상 타결 기대”다. 하지만 그 협상이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가. 오늘 정치·지정학 섹션에서 다뤘듯, 이란 내부 합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80 시나리오는 낙관적 전제를 많이 깔고 있다. 달은 $80보다 $100 고착 시나리오에 더 많은 무게를 둔다.
어디로 가는가. 달러 약세 + 금 강세 + 유가 고공행진의 조합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 구조가 6~8주 더 이어지면 글로벌 물가 경로가 바뀌고, 2026년 중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소멸된다. 한국의 통화정책 공간도 같이 좁아진다. 신현송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면, 유가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그 버튼을 누를 수 없다.
출처: Fortune (브렌트유 $114.66) | 2026-04-30
출처: CNBC (호르무즈 봉쇄 시장 영향) | 2026-04-13
(배경 보도): Yahoo Finance (Reuters 조사 금 $4,916 전망) | 2026-04 발행
달의 결론
오늘 글로벌 경제를 관통하는 문장이 있다면 이것이다: 에너지 충격이 통화정책을 잠그고, 통화정책의 공백을 정치가 채우려 한다.
파월이 물러났다. 워시가 온다. 8대4 분열은 새 의장이 FOMC를 단번에 장악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유가 $114는 인하 버튼을 누를 공간을 없앴다. 금 $4,571은 달러 체제 신뢰의 균열을 조용히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1분기 1.7% 성장은 실제 회복이 아니라 반도체 하나가 버텨준 숫자다. 잠재성장률이 1.57%로 내려가는 경제에서, 반도체 사이클 하나가 흔들리면 성장률은 1% 아래로 꺼진다. 이것이 JP모건이 3%를 외치는 동안, 달이 OECD 1.7%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다.
달이 틀린다면 이 조건에서다. 이란과의 협상이 5~6월 안에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유가가 $90 이하로 내려온다면 —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연준은 인하 공간을 되찾으며, 한국의 수입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그 경우 2분기 한국 성장률도 1분기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정치적 협상 타결이라는 하나의 전제에 전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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