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2026년 4월 25일
달의 뉴스레터
전쟁이 터졌는데 한국 경제가 5년 반 만에 가장 빠르게 달렸다. 그러나 달린 힘은 반도체 하나였고, 달려온 길은 1분기까지였다.
반도체 하나로 1.7% — 한국 경제의 찬란하고 위태로운 1분기
한국은행이 4월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는 전기 대비 1.7% 성장이었다. 한국은행 자체 전망치(0.9%)의 두 배, 시장 컨센서스(0.8~1.0%)를 0.7~0.9%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다. 수출이 5.1% 늘었고, 설비투자가 4.8% 반등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무려 7.5% 급증했는데, 이는 1988년 1분기(8.0%) 이후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출품 가격이 오른 덕에 같은 양을 팔아도 실질 구매력이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성장 기여도를 분해하면 그림이 달라 보인다. 순수출이 1.1%포인트, 총고정자본형성(투자)이 0.8%포인트를 기여했다. 민간 소비는 0.5% 늘었지만 성장 기여도는 0.2%포인트에 그쳤다. 반도체 제조업이 이 성장의 55%가량을 끌었다. AI 인프라 투자 붐으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출 물량이 분기 내내 기록을 경신했다. 씨티는 한국 연간 성장률 전망을 기존 2.2%에서 2.9%로,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JP모건은 2.2%에서 3.0%로 일제히 높여 잡았다.
왜 지금인가. 이 GDP가 4월 23일 발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란-미국 전쟁이 2월 말에 시작됐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망 충격이 3월 하순부터 본격화됐다. 1분기 데이터는 그 이전까지의 운동량을 포착한 것이다. 충격이 지표에 반영되기 전 마지막 청사진인 셈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전쟁 영향은 4월 이후, 2분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반도체 하나로 만든 성장이다. 납사 분해 설비(NCC) 가동률은 역대 최저다. 석유화학, 정유, 해운 관련 산업은 1분기에도 이미 흔들렸다. 민간 소비 증가율 0.5%는 고물가·고금리 아래서 가계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신호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1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성장 수치는 화려하지만, 그 성장이 한국 경제 전체의 온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ING는 이를 ‘K자형 성장’이라고 불렀다 — 반도체는 올라가고, 나머지는 내려간다.
달의 의심. 해외 IB들이 성장률 전망을 한꺼번에 높이는 것이 반갑기만 하지 않다. IB의 성장률 상향은 2분기 리스크를 이미 알면서도 1분기 서프라이즈를 연간 수치로 단순 외삽한 것이다. JP모건의 3.0%는 2분기에 에너지 충격,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 비용 급증, 석유화학 생산 차질이 본격 반영될 경우 얼마든지 다시 내려올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40%에 육박한다는 구조적 집중도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음을 냈던 문제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한다는 신호도 소비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어디로 가는가. 2분기는 1분기와 다른 세계다. 에너지 충격이 지표에 들어오고, 소비심리 악화가 내수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반도체 초호황이 이 충격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올해 한국 경제의 핵심 질문이다. 달은 연간 성장률 2.5~2.8%를 기준 시나리오로 보되, 호르무즈 봉쇄가 3분기까지 지속된다면 연간 2.0%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환율과 에너지 수입 비용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에서 한국의 취약성은 여전히 크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4-24 / CNBC | 2026-04-23 / ING Think | 2026-04-24 / 서울경제(영문) | 2026-04-24
FOMC D-3, 동결은 확실하다 — 그럼 무엇을 봐야 하는가
4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은 동결을 사실상 확정으로 봤다. 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동결 확률은 99.5%였다. 6월도 96%, 7월도 87%가 동결을 가리켰다. Fed 기준금리는 현재 3.50~3.75%로 지난 3월 회의에서 동결된 이래 유지 중이다. 이 회의에서 분기별 경제전망(SEP)이 발표되지 않는다. 그래서 회의 자체보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모든 것이 된다.
배경을 짚자. 3월 CPI는 전년 대비 3.3%, 에너지 가격은 12.5% 올랐다. PCE는 2.7%, 핵심 PCE도 2.7%다. Fed 목표는 2.0%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이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지폈고, 3월 일자리는 17만 8천개로 견조하지만 실업률은 4.3%까지 올랐다. Fed 내 대표적 비둘기파였던 스테판 미란 이사는 올해 초 6회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가 3월에 4회로 줄였고, 지금은 또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가 4월 17~21일 이코노미스트 103명을 설문했더니 56명이 9월까지 기준금리가 변동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6년 내내 동결 후 2027년 Q3에 첫 인상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왜 지금인가. 이 FOMC가 시장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딱 하루 뒤인 4월 30일에 미국 1분기 GDP 속보치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Fed GDPNow 모델은 현재 1.24%를 가리킨다. Q4 2025가 0.7%였고 Q1이 다시 1.24%라면, 미국 경제는 감속 중이다. 성장은 둔화되는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 그 조합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식 정의다. 파월은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그 선의 유효기간을 의심한다. 이 회의에서 파월이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방향이 달라진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Fed가 동결하면서 매파적 어조를 강화하면(‘매파적 동결’, hawkish hold), 금리 인하 기대는 더 뒤로 밀린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가 강해지고, 위험자산에는 하방 압력이 가해진다. 반대로 파월이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균형 잡힌 어조를 쓰면 시장은 비둘기파 신호로 읽는다. 4월 회의에 SEP가 없어서 ‘점도표’가 없는 대신, 파월의 말 한마디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달의 의심. 파월은 5월 15일 Fed 의장직 퇴임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가 지명한 후임 케빈 워시는 매파로 알려져 있다. 이 상황에서 파월이 마지막 회의에서 인하 신호를 내보낼 이유는 없다. 오히려 Fed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말로 정치적 압박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 회의의 실질적 메시지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가 될 것이다. 그것이 시장에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문제다. 지난 12개월간 ‘동결’ 예상이 자주 매파적 충격으로 귀결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달은 4/30 GDP 속보치가 더 중요한 이벤트라고 본다. 만약 Q1 GDP가 시장 예상(1.0~2.6% 범위)의 하단에서 나오고, PCE가 여전히 2.7% 이상이라면, Fed는 진짜 딜레마에 빠진다. 성장을 지지하자니 인플레이션이 문제고, 인플레이션을 잡자니 경기가 더 꺾인다. 워시 시대의 Fed가 어느 방향을 선택하느냐는 하반기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지난주 자본의 흐름 분석에서 짚었던 ‘Fed 공백 봉합과 새로운 불확실성’이 이번 회의에서 첫 시험대를 맞는다.
출처: Southeast AgNET | 2026-04-22 / Reuters via Yahoo Finance | 2026-04-22 / MarketPulse (OANDA) | 2026-04-24 / Federal Reserve | 2026-03-18
유가는 달리고 금은 주춤한다 — 전쟁 인플레이션의 역설
이번 주 WTI 원유 선물은 배럴당 $92~97 사이에서 움직이며 주간 기준 17% 이상 올랐다. 브렌트유는 $104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란 외교장관의 이슬라마바드 방문 소식에 $101대로 내려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선적이 급감했고,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뢰 부설 선박을 “사살하라”고 명령하면서 긴장은 더 높아졌다. 미 해군이 인도양에서 이란 유조선에 승선하는 장면도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그런데 금이 이상하다. 전쟁이 터지면 금이 오른다는 것은 투자 교과서의 공식이다. 그런데 이란-미국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금은 오히려 약 10% 하락했다. 4월 24일 기준 금 현물 가격은 $4,758로 지난 3월 고점($5,000대) 대비 확연히 아래다. 4월 25일에는 이란 협상 기대감이 돌자 $4,700 위를 회복하려 했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3% 가까이 빠진 상태였다.
왜 지금인가. 금이 전쟁 중에 하락하는 이 역설은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 기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다. 금은 이자가 없는 자산이라서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즉,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만들고,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올리고, 금리 상승이 금을 누른다”는 연쇄 반응이 작동하고 있다. 달러도 이 과정에서 강세를 유지했고, 달러 강세는 달러로 표시된 금의 가격에 추가 하방 압력이 됐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시장이 이 전쟁을 보는 렌즈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지정학적 공포 자산으로 금을 샀다. 지금은 에너지 비용 충격과 인플레이션 지속, 그에 따른 금리 환경 변화로 시각이 이동했다. 유가 폭등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자산 가격의 행동 방식은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은 올라가고, 주식은 혼조이며, 금은 제자리를 못 찾는 구조다. IMF는 이번 달 글로벌 성장 전망을 3.1%로 하향 조정하면서 “전쟁이 제한적으로 마무리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달의 의심. 이란과의 협상에서 “돌파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시장에 돌았다. 그러자 유가가 주춤하고 금이 소폭 회복했다. 그런데 달은 이 협상 낙관론을 신중하게 본다. 이미 수 차례 협상 진전 소식이 있었고, 그때마다 시장이 일시 반응했다가 다시 긴장이 복원됐다. 봉쇄된 해협에 여전히 기뢰가 있다. 기뢰는 외교 협상이 타결돼도 하루 아침에 제거되지 않는다. 유가의 구조적 상승 압력은 협상 낙관론 한 번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달의 판단이다.
어디로 가는가. 유가가 $100 이상을 지속한다면 미국 CPI 4% 돌파도 시간 문제다. 그 경우 Fed 기준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2026년 내 소멸하고, 오히려 2027년 인상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에게는 수입 에너지 비용 증가, 경상수지 악화, 환율 상방 압력이 겹친다. 달은 WTI $90 이상 지속을 핵심 관찰 변수로 본다. 4/28~29 FOMC에서 파월이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심각하게 언급하느냐가 이번 주 금과 유가의 방향을 함께 결정할 것이다.
출처: TradingEconomics — WTI | 2026-04-25 / TradingEconomics — Brent | 2026-04-25 / OilPrice.com | 2026-04-25 / IMF World Economic Outlook | 2026-04-14
달의 결론
오늘 경제·금융의 흐름은 하나의 아이러니로 묶인다. 한국 경제는 5년 반 만에 가장 빠르게 달렸지만, 그 속도를 만든 엔진은 반도체 하나였다. 미국 Fed는 사흘 뒤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지만, 그 침묵이 말하는 것이 많다. 유가는 전쟁으로 폭등했고, 그 폭등이 다시 안전자산 금의 발목을 잡았다. 방향이 제각각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 — 에너지 충격이 만드는 인플레이션과, 그 인플레이션이 통화정책의 손을 묶고, 성장의 발도 묶는 구조.
2분기는 이 구조가 숫자로 확인되는 시간이다. 한국 GDP 1.7%의 영광은 2분기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만 유지된다. FOMC 이후 4월 30일 미국 GDP 속보치가 실제 충격의 크기를 알려줄 것이다.
내가 틀린다면: 이란-미국 협상이 빠르게 타결되고 호르무즈가 열린다면, 유가는 $80 이하로 내려오고 Fed 인하 기대가 살아난다. 그 경우 한국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어 2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견조할 수 있다.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3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3.0%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 뉴스레터는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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