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4·K방산 사우디 8조·포스코 LFP 1조 | 2026년 9월 28일

엔비디아의 HBM4 인증, 사우디의 현지생산 조건, 미국의 LFP 관세 정책 — 오늘 기업계를 가르는 것은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세 곳의 외부 심판이 각각 삼성·K방산·K배터리 소재의 성패를 결정하는 구도다.

엔비디아의 HBM4 인증, 사우디의 현지생산 조건, 미국의 LFP 관세 정책 — 오늘 기업계를 가르는 것은 기술력의 차이가 아니라 세 곳의 외부 심판이 각각 삼성·K방산·K배터리 소재의 성패를 결정하는 구도다.

삼성이 HBM4를 혼자 찍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9월 28일 아침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를 약 190조 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 컨센서스는 111조7408억원, SK하이닉스는 78조129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24.5%와 29.0% 증가한 수치다. 숫자 자체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오늘 진짜 읽어야 할 것은 이 190조 뒤에 숨은 파운드리 전략 분기다.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4를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다이—메모리 칩을 쌓기 위한 기반 칩—를 TSMC의 12나노 공정에 맡긴다. 삼성전자는 자체 4나노 4세대 공정으로 직접 찍는다. 나노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를 더 촘촘하게 새기는 첨단 공정이라 성능과 전력효율에서 유리하다. 삼성은 이 4나노 공정이 양산 4년차로 수율과 성능이 검증됐다고 강조하며 HBM 월 웨이퍼 투입량을 올해 약 18만 장에서 내년 약 25만 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왜 지금인가. 엔비디아의 루빈 GPU가 내년부터 본격 출하되는데, 이 칩에 들어갈 HBM4 공급자 선정이 사실상 올 하반기에 결정난다. HBM4 시장 점유율은 현재 SK하이닉스 약 50%, 삼성 약 33%(Counterpoint 2분기 기준, 조사기관마다 상이)이며 삼성이 격차를 좁히려면 이 사이클이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삼성의 “HBM4 내재화”라는 표현 뒤에는 불편한 구조적 사실이 있다. DS(반도체 사업부)가 HBM4 베이스다이를 자사 파운드리 라인에 발주한다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부 입장에서 보면 외부 고객이 아니라 같은 회사 내부에서 오는 물량이다. 최근 분기 파운드리 부문의 “일시 흑자” 조짐도 엔비디아·퀄컴 같은 외부 고객 유치 성과가 아니라 DS 부문 내부 이전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크다. 자기 팔을 사줘서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과는 다른 이야기다.

달의 의심. “2배 생산 확대”라는 헤드라인도 뜯어보면 다르다. 웨이퍼 투입량 자체는 약 39% 증가인데, HBM4 비중이 40%대에서 80%대로 높아지는 제품 믹스 전환 효과가 더해져 HBM4 환산 수량이 약 2.5배가 된다. 증설이 아니라 믹스 교체가 핵심이다. SK하이닉스가 TSMC를 “외주”에 의존한다는 것도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최고 공정을 골라 쓰는 합리적 아웃소싱일 수 있다. 실제로 오늘 자료에는 삼성 파운드리 4나노의 외부 대형 고객이 없다는 점이 빠져 있다.

어디로. 10월 8일 전후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가 첫 검증대다. 컨센서스 111.7조 원이 원화 강세 하향 조정을 이미 반영한 수치라면 실제치가 이에 근접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약 55%다. 그러나 하향 조정 전 수치라면 추가 하향 여지가 남아 있어 컨센서스 하회 확률이 높아진다. 파운드리의 구조적 흑자 전환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본다. 틀릴 조건: 10월 8일 잠정 실적이 111.7조 원을 10% 이상 큰 폭으로 하회할 경우, 오늘 우호적인 실적 서사 전체가 흔들린다.

K방산 사우디 8조 수주전 — “원팀”의 실체와 한계

국내 방산업계가 사우디아라비아 차기 호위함 사업을 노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출형 6000톤급 호위함 ‘HDF-6000’을,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함정 수출 ‘원팀’ 체제를 가동했다. 전체 사업 규모는 호위함 5척(약 3조 원)과 잠수함 4~6척(약 5조 원)을 합친 8조 원 이상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26년 K방산 수출 총액은 연초 기준 약 56조 원(약 377억달러) 달성이 관측됐으며, 업계는 이 사업을 연도 최대 잭팟 수주 후보로 꼽는다.

왜 지금인가. 8월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과 K9 자주포 시제품 계약을 체결했다. K방산이 세계 최강 지상군 조달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계약이다. 10월에 열리는 AUSA 2026(미국 육군협회 연례 방산 전시회)에서 한화는 이 계약의 후속 수주를 노린다. 1월 노르웨이가 미국산 HIMARS(고기동성 다연장 로켓포) 대신 한국산 ‘천무’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약 20억 달러에 계약한 데 이어, 8월 미국 직접 계약까지 이어지면서 K방산의 행보가 가속화됐다. 이 흐름 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차기 호위함 수주전도 같은 방향에 있다—사우디는 ‘비전 2030’의 해군 현대화에 막대한 예산을 쏟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K방산 2막이라 불리는 이번 구도에서 핵심은 무기 판매가 아니라 운용·정비(MRO, 유지보수 서비스)와 현지 생산까지 포함한 패키지다. 한화는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총괄법인을 설립해 현지화 거점을 마련했고, HD현대도 사우디 현지 파트너와 협력 구조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MRO를 잡는다는 것은 납품 후 20~30년치 후속 수익까지 포함하는 계약 구조다.

달의 의심. 이 이야기는 아직 “수주전” 단계이지 “수주”가 아니다. 사우디 함정 수출 시장에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 전통적인 군함 강자들이 이미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들의 존재가 오늘 자료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56조 수출 전망도 “추진 중인 계약 파이프라인”을 합산한 것이지 체결된 수주 잔고와는 다르다. 파이프라인을 수주로 헷갈리는 것은 방산 섹터에서 가장 흔한 오류다. 또한 사우디의 자국 방산 육성 야심(SAMI, 사우디아라비아 군사산업공사)은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구조라, 8조 원 전액이 한국 기업 매출로 잡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관련 분석은 지난 9월 27일 기업·산업 뉴스레터에서 총수들의 해외 행보와 함께 다룬 바 있다.

어디로. 최종 수주 성사 확률을 중립 수준인 40~50%로 본다. 사우디 해군이 원하는 것은 배 5척이 아니라 자국 방산 생태계 구축이며,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K방산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가른다. 틀릴 조건: 사우디 SAMI의 현지생산 요구 비율이 50%를 넘어설 경우,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려 한국 컨소시엄이 입찰에서 이기고도 수익성에서 질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SK온 LFP 1조 계약 — 방향 전환인가, 정책 기댄 방어전인가

9월 22일 포스코퓨처엠이 SK온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년간 1조742억원이며, 2027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공급된다. LFP 배터리는 중국 CATL·BYD가 주도하는 저비용·안전성 강점의 배터리 종류로, NCM(니켈·코발트·망간)이라 불리는 하이니켈 계열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화재 위험이 낮고 제조비가 저렴해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중저가 전기차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셀에서 에너지 저장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소재다.

왜 지금인가.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하이니켈 중심으로 전략을 맞춰오다 수익성이 낮은 구미 양극재 공장을 매각하고 포항 공장 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개조하는 방향 전환을 선택했다. SK온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LFP 양극재 내재화가 없어 이번 외부 조달 계약이 ESS 시장 대응의 핵심 축이 된다. 계약 시점은 미국의 중국산 LFP 배터리에 대한 고율 관세가 유지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 계약의 경쟁력이 기술에서 오는 것인지 정책에서 오는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CATL과 BYD는 LFP 양극재 원가 경쟁에서 한국 업체보다 여전히 앞서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이 계약을 따낸 것은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FEOC(우려 외국 기업) 규정과 중국산 배터리 관세가 중국산 LFP를 미국 ESS 시장에서 배제하는 정책 울타리 덕분이다. 다시 말해 LFP 피봇의 실질적 해자는 기술이 아니라 미국 통상 정책이다.

달의 의심. 연 3600억 원 수준의 계약을 “전략적 방향 전환”으로 부르는 것은 규모에 비해 과장이다. 구미 공장 매각과 포항 개조 조합은 성장 서사보다 구조조정 냄새가 강하다. CATL과 BYD가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 등 제3국 우회 생산을 늘리고 있고, 미국 정책이 바뀌면 이 계약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린다. 리스크는 미국 ESS 시장에서 2026년 공급과잉 징후가 이미 일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이다—물량 확대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어디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 비중이 커지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고, 포스코퓨처엠의 LFP 피봇이 유사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은 약 70%로 본다. 그러나 이 계약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 확률은 30% 미만이다. LFP는 매출 다변화 효과는 있지만 마진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틀릴 조건: 미국 정부가 LFP에 대한 FEOC 우려국 적용 범위를 완화하거나 관세를 조정할 경우 정책 해자가 무너지고 중국 업체가 미국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