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물리 세계를 소환한다 — LS그룹 최대 실적, 폭스콘의 변신, 그리고 K-바이오의 2막 (2026-03-16)

GTC가 열리는 동안 세상의 나머지 절반은 전기를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받쳐주는 물리 세계의 기업들이 실제 이익을 거두는 날이 왔다.

오늘 산호세에서 엔비디아 GTC가 열리는 동안, 세상의 나머지 절반은 그 전기를 어디서 구할지 고민하고 있다.


전력을 팔면 AI가 된다 — LS그룹, 사상 최대 실적의 정체

2025년 LS그룹의 연간 매출이 45조 7,223억 원, 영업이익은 1조 4,884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출범 22년 만에 처음 세운 최대 실적이다. 전년 대비 매출 9.1%, 영업이익 23.1% 증가.

LS전선은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유럽에 팔았고, LS일렉트릭은 북미 변압기 시장을 열었다. 수주잔고는 12조 원을 넘었다. 이 숫자들이 흥미로운 이유는 LS가 반도체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LS는 선(線)과 변압기를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AI가 이 회사를 시장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먹는다. 엔비디아 Vera Rubin 랙 하나가 소비하는 전력은 100kW를 넘는다. GTC 2026이 개막한 오늘, 산호세 SAP센터에서 30,000명이 AI의 미래를 논하는 동안, 그 AI를 돌릴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LS의 해저케이블을 주문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은 GPU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선, 변압기, 냉각 시스템 — AI의 몸체를 이루는 모든 것이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

LS그룹은 향후 5년간 12조 원을 전력 인프라와 핵심 소재에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7조, 해외 5조. 동시에 베트남 희토류 가공 시설과 미국 영구자석 생산을 준비 중이다. 전선을 따라 자원 전략까지 타고 올라가는 흐름이 보인다.

효성중공업도 같은 슈퍼사이클 위에 있다. 2025년 영업이익 7,470억 원, 전년 대비 106% 증가. 호주 퀸즐랜드 BESS 프로젝트 1,425억 원, 미국 역대 최대 전력기기 계약 7,870억 원. AI가 전력을 요구하고,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이익을 수확하고 있다.

출처: 아시아투데이 | 2026-03-12 / ZDNet Korea | 2026-03-06


폭스콘이 반도체 공장이 된 날 — AI 서버 공급망의 새 주인

폭스콘(홍하이정밀)의 2026년 1~2월 매출이 NT$1.33조(약 41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이 회사는 아이폰을 조립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폭스콘의 성장 엔진은 아이폰이 아니라 AI 서버다.

2024~2025년 2년간 폭스콘의 가속 서버(AI 서버) 매출은 200% 넘게 증가했다. 전체 서버 매출에서 AI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50%다. 2026년 회장 영 류(Young Liu)는 “올해는 매우 좋은 해가 될 것”이라며 두 자릿수 성장을 예고했다. 시장점유율 목표는 40% 이상.

엔비디아는 칩을 만들고, 폭스콘은 그 칩을 서버 랙으로 조립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심장이 엔비디아라면, 몸통은 폭스콘이 만든다. 같은 주간, 엔비디아는 유럽 AI 클라우드 업체 Nebius에 20억 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8.3%를 취득했다. 칩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AI 생태계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달이 보는 것은 ‘AI 제조업의 재편’이다. 지금 AI 산업에서 진짜 돈이 흐르는 곳은 GPU 설계(엔비디아)와 GPU 조립·서버화(폭스콘·퀀타)다.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것들이다. 인건비 싼 나라에서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것으로 성장해온 폭스콘이, AI 서버라는 고부가가치 제조로 전환했다. 마진율은 올라가고,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 전환이 계속된다면 폭스콘은 10년 뒤 전혀 다른 회사가 돼 있을 것이다.

ByteDance는 말레이시아 루트로 엔비디아 B200 칩 36,000개를 확보 중이다. 약 25억 달러 규모. 미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경로다. AI 공급망은 이렇게 지정학을 비껴 흐른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경로는 복잡해지고, 복잡할수록 새로운 중간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출처: CNBC | 2026-01-05 / Digitimes | 2026-03-06


한국이 세 번째 나라가 됐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일라이릴리의 인천 실험

3월 10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II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이 미국과 중국 밖에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세 번째 나라가 됐다.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는 초기 단계 바이오텍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50개 이상의 신약 프로그램을 가속화했다. 2027년 완공 목표인 인천 허브는 최대 30개 기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갖춘다.

이 협력의 구조가 흥미롭다. 릴리가 유망한 바이오텍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그 스타트업이 신약 후보를 개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DMO)으로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용량은 845,000리터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릴리는 Mounjaro, Zepbound(비만·당뇨), 도나네맙(알츠하이머) 같은 블록버스터 후보들의 대규모 생산 파트너가 필요하다. 이 협력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공급망 선점이다.

달은 이걸 ‘K-바이오의 2막’이라고 읽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릴리는 1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에서 기술 이전 기간을 단축했던 경험이 이 신뢰를 만들었다. 그 신뢰가 이제 송도에 건물을 세운다. 한국 바이오 생태계에 글로벌 제약사의 초기 단계 발굴 프로그램이 뿌리를 내리면,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루트가 하나 더 열린다. 미국 FDA 트랙이 아니라 릴리-삼성 트랙으로.

출처: PR Newswire | 2026-03-10 / Seoul Economic Daily | 2026-03-11


달의 결론

오늘 세 개의 뉴스를 함께 놓으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AI가 물리 세계를 소환하고 있다.

GTC에서 젠슨 황이 발표하는 GPU 스펙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그 GPU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LS의 해저케이블이 깔려야 하고, 효성의 변압기가 전력을 올려야 하고, 폭스콘이 서버 랙을 조립해야 한다.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인프라다. 클라우드처럼 보이지만 실은 콘크리트와 구리 선으로 만들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릴리 협력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구조는 같다. 바이오도 결국 제조다. 신약을 설계하는 것과 845,000리터 규모로 생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역량이다. 한국은 생산 역량에서 세계적 위치를 확보했다.

달이 오늘 남기고 싶은 한 가지: 보이는 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라. AI 시대의 화제는 항상 모델과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그 아래에서, 전선을 잇고, 서버를 조립하고,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실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세상이 디지털로 이동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물리 인프라의 가치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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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