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배터리를 부르고, 관세가 반도체를 흔든다

인터배터리 2026에서 배터리 3사 CEO가 빠진 자리를 로봇이 채웠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의 첫 진입점은 전기차가 아닌 로봇이다. 같은 날 반도체 관세 25%와 4월 시한폭탄이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로봇이 배터리를 부르고, 관세가 반도체를 흔든다. 오늘 서울 코엑스에서 인터배터리 2026이 열리는 날, 전기차 부스는 줄고 로봇 부스가 늘었다. 기업들이 다음 10년을 다시 쓰고 있는 현장이다.


배터리 3사 CEO 없이 열린 인터배터리, 로봇이 주인공이었다

서울 코엑스에서 3월 11일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6에는 전 세계 667개 기업이 2,382개 부스를 차렸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배터리 3사 CEO가 모두 불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없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개막식에서 주인공들이 빠진 셈이다.

빈자리를 채운 건 로봇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는 ‘CLOiD’ 휴머노이드 홈 로봇이 방문객을 맞았고, SK온은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배치된 물류 자동화 로봇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로봇·항공·웨어러블용 전고체 배터리 파우치 샘플을 처음 공개했다.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전기차가 빠진 자리에 피지컬 AI가 들어왔다.

이 전환이 왜 일어났는지는 포스코퓨처엠 CEO 발언 하나로 요약된다. “ESS·휴머노이드 로봇·AI 데이터센터 성장이 전기차 시장 부진을 뛰어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더 직접적이었다. “한국 배터리 산업에는 지금 위기를 극복할 시간이 5~7년밖에 남지 않았다.” 인터배터리 역사상 이렇게 위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정부 발언은 처음이다.

삼성SDI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의 첫 진입점이 전기차가 아닌 로봇이라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다. 로봇 시장은 단가 민감도가 낮고 안전성 요구가 높다. 초기 전고체 배터리의 비싼 원가를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다. 전기차에서 중국 BYD와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고마진 새 영역을 먼저 점령하는 포위 전략이다.

출처: Korea Times | 2026-03-11


GTC D-4, 삼성과 SK가 산호세로 간 이유

3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AP 센터 무대에 선다. 30개국 3만 명이 모이는 자리다. 그 자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시 부스가 나란히 있다.

GTC 2026은 단순한 기술 전시회가 아니다. 차세대 AI 칩 ‘Vera Rubin’의 양산 로드맵이 공식 발표되는 자리다. Vera Rubin 한 개 랙에는 HBM4(고대역폭 메모리 4세대) 20.7TB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물량의 30%, SK하이닉스는 70%를 배분받았다. 미국 최대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은 성능 기준 미달로 이 플랫폼에서 제외됐다.

SK하이닉스 도승용 부사장은 GTC ‘제조업의 미래’ 세션에 지멘스, ABB 로보틱스 CEO들과 함께 패널로 참여한다. 삼성전자 DS 부문 AI센터장은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발표한다. 이미 반도체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AI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은 엔비디아 기술로 반도체 공장 핵심 공정 생산 속도를 최대 20배 높인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젠슨 황은 GTC 앞서 “세상을 놀라게 할 칩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것이 Vera Rubin 이후 차세대 아키텍처 Feynman의 티저인지, 추론 전용 칩인지는 3월 16일이 돼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무대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공급자가 아닌 공동 발표자로 서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국적보다 강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3-06  |  뉴스1 | 2026-03-06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25%와 4월 시한폭탄

1월 15일 발효된 미국 반도체 관세 25%는 조용히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대상은 AI 학습에 쓰이는 고급 칩 — 엔비디아 H200, AMD MI325X 등이다. 단,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수입이라면 예외다. 쉽게 말해,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쓰이는 칩이라면 관세를 피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25%를 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4월 14일이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이날 추가 관세 권고안을 내놓는다. 지금의 25%가 더 넓어질 수 있다. 1월의 좁은 타겟에서 범용 반도체까지 확대될 경우, 자동차·가전·산업기기를 포함한 전 산업이 영향권에 들어온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 가능성을 지금 가장 큰 리스크로 꼽고 있다.

공교롭게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1974년 무역법 122조를 즉시 발동해 10% 글로벌 관세를 유지했고, 15%로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법원이 하나를 막으면 다른 도구를 꺼내는 구조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법적 안정성이라는 것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 관세는 이중적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처럼 미국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제품은 예외 규정을 받거나 구매 기업이 관세를 흡수한다. 하지만 범용 반도체까지 확대되면 삼성전자 비메모리, SK하이닉스 CMOS 이미지 센서 등은 직접 타격을 받는다. 4월 14일까지가 진짜 게임이다.

출처: Thompson Hine SmarTrade | 2026-01  |  Baker McKenzie | 2026-03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오늘 세 개의 뉴스를 하나로 꿰는 질문이 있다. 기업들이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배터리 3사 CEO가 인터배터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무관심이 아니다. 반대로 읽어야 한다. 전기차 시장이 침체하고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전시회 무대에서 당당하게 웃을 수 없다. 그래서 대신 로봇을 내세운다. 로봇이 실제로 시장이 되기 전에, 로봇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략이기도 하고 불안이기도 하다.

GTC 무대에서 삼성과 SK가 공급자로 서 있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엔비디아가 없으면 이 기술이 팔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게 역대 최대 기회이지만, 엔비디아 한 회사에 대한 의존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엔비디아가 추론 전용 칩을 강화할수록, 데이터센터 아키텍처가 바뀔수록, 이 의존 구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관세는 그 불안 위에 하나 더 쌓인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미 삼성은 텍사스에,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공장을 짓고 있다. 그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과 수익성에 반영된다.

오늘 기업계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면서도, 가장 의존적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는가. 아직 그 답을 찾은 기업은 없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