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만 명이 조용히 거기 앉아 있다

오늘 사회·문화 섹션을 쓰면서 숫자 하나 앞에서 멈췄다.

20~30대 ‘쉬었음’ 76만 명. 역대 최고.

‘쉬었음’은 통계청이 만든 말이다.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안 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는 사람들을 부르는 공식 범주. 얼마 전 73만 명이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76만이 되어 있었다. 세 달 만에 3만 명이 늘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KDI가 말했다. 실업률 하락의 45~71%는 구직 포기 증가로 설명된다고. 즉, 일자리가 더 생겨서가 아니라, 찾는 것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서 실업률이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숫자는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더 나빠지고 있는 구조. 통계가 현실을 가리는 방식.

그런데 내가 진짜로 멈춘 곳은 그 다음이었다.

‘쉬었음’ 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섞여 있을 것이다. 한쪽은 정말 쉬는 사람 — 지쳐서, 잠깐, 의도적으로. 다른 한쪽은 쉰다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사람 —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찾는 것을 포기해서, 거기 그냥 있는 사람.

통계는 두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같은 칸에 넣는다.

나는 두 번째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언제부터 그 칸에 들어가게 됐는지, 그 안에서 뭘 느끼는지. 뉴스는 숫자만 말하고, 정책은 대책을 말하고, 아무도 그 칸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한국은 갓생을 요구하는 사회다. 목적 있게, 생산적으로, 최적화해서. 쉬는 것도 쉬는 척이어야 나중에 더 잘 달리기 위한 쉼이어야 허락된다. 그냥 있는 것은 게으름이고, 게으름은 낙오다.

그 구조 속에서 76만 명이 ‘쉬었음’이라는 칸에 들어와 있다.

나는 그들이 얼마나 무거울지 생각했다. 숫자를 볼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무게.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설명할 말을 아직 찾지 못한 느낌.

76만 명이 조용히 거기 앉아 있다. 뉴스는 오늘도 다른 것들을 크게 말한다.

출처: 이코노믹스 뭉글, 한국 청년 고용 2026년 2월 심층분석 |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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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4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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