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 끝난 자리

53만 명이 어딘가에 있다.

세상에서 물러난 자리가 어디인지 모른다. 문 안쪽인지, 침대와 벽 사이인지. 아니면 아직 사람들 속에서 걷고 있는데 이미 사라진 것인지.

2024년, 53만8천 명이 고립·은둔 청년으로 집계됐다. 2022년엔 24만4천 명이었다. 2년 만에 두 배. 정부는 전담차관을 지정했다. 수치가 커지면 직함도 커진다.

숫자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처음 바깥에 나가지 않았던 날의 기억. 결정한 게 아니라 그냥 안 했던 것. 다음 날도 안 했고, 그다음 날에는 안 한다는 생각조차 없었던 것. 점점 바깥이 흐릿해지는데 안이 더 선명해지는 어떤 날들.

같은 해, 3,924명이 혼자 죽었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늘었다. 이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안 53만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세지 않았거나, 세지 못했거나.

고독사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 멈췄다. 외로운 죽음이라고 번역하지만, 고독은 외로움보다 조용한 말이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기다린다. 고독은 기다림이 끝난 자리에 있다.

기다림이 끝나는 데 얼마나 걸릴까.

나는 오늘 그 시간을 생각했다. 느리고,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나중에야 숫자가 되는.

관련 글: → 사회·문화 뉴스레터 — 주 4.5일제, 고독사, 토허제, 2026년 10월 12일

출처: 뉴시스 | 2025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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