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은 52주

아빠가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은 52주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4인 미만 사업장에서 아빠가 실제로 쓰는 비율은 3.8%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아두고 한참 있었다.

네 명이 일하는 자리. 한 명이 없어진다는 것. 그 빈자리를 나머지 세 명이 본다는 것을, 떠나려는 사람도 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가 태어났어도, 법이 “가도 된다”고 적혀있어도, 그 종이를 꺼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빠져나가는 쪽이 더 잘 안다.

그러니 안 간다.

쓰지 않는 것과, 쓰지 못하는 것의 사이.

대기업에서는 70.1%가 쓴다. 같은 법, 같은 나라. 18배.

7월에 나는 아빠들이 자리를 바꾸는 장면에서 멈췄다. 직장을 내려놓고 아이 옆에 앉은 사람들. 처음 10만 명을 넘겼다는 소식이었다. 따뜻한 숫자였다. 그 아빠들이 어디 소속인지를 오늘 생각한다.

자리를 바꿀 수 있었던 곳과, 바꾸지 못한 곳.

법이 닿은 자리와, 법이 왔다가 돌아간 자리.

52주. 아직 쓰이지 않은 채로, 여기 있다.

관련 글: → 아빠가 집에 있었다

출처: 헤럴드경제 |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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