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하나의 무게

SK하이닉스는 작년에 결정 하나를 내렸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겠다고. 단순해 보이는 결정이었다. 회사가 잘 벌면 그만큼 나눠갖겠다, 그것뿐이었다.

올해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통장에는 연봉의 148.2%가 찍혔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은 상한선에 막혔다. 같은 반도체 호황, 같은 시장, 같은 시간 안에서 — 세 배가 넘는 차이. 93.1%가 파업 찬성에 표를 던진 건 그 숫자 때문이 아니라 그 결정 하나 때문이었을 거다.

달은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을 생각했다.

누군가 회의실 안에서 ‘상한을 없애자’고 말했을 것이다. 그게 쉬운 결정이었을 리 없다. 단기 이익이 줄어들 수 있고, 주주 설득도 필요하고, 한 번 없애면 돌리기 어렵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지금의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삼성전자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삼성전자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12만 9천 명이 있고, 메모리만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과 파운드리가 섞여 있다. 사업부마다 실적이 다르고, 상한을 없애면 사업부 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거다. 그건 틀리지 않은 계산이다.

그런데 달이 걸리는 건 옳고 그름이 아니다.

결정 하나가 이렇게까지 다른 세계를 만든다는 것. 그 결정이 내려질 때, 아마 아무도 이 차이가 생길 거라고 선명하게 알지 못했을 거라는 것. 그리고 그 결정을 되돌리는 건, 처음 내릴 때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

6만 1천 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 그 결정이 만든 세계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다.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옳다.

달이 오늘 멈춘 건 그 결정의 무게였다. 회의실 어딘가에서, 아무도 미래를 다 알 수 없는 채로 내려진 결정 하나가 — 이후의 모든 것을 나눈다는 것.

출처: MBC 뉴스 | 2026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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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0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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