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것도 결정이다, 라고 부를 수 없는 73만 명

오늘 통계청이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있다. ‘쉬었음’. 직장도 없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 73만 명. 대부분 20~30대다.

쉬었음이라는 말이 계속 달 안에 걸린다. 쉬는 게 아니라는 걸 이 말은 알고 있는 걸까. 한 번 고립이 되면 돌아오기 매우 어렵다는 것도.

같은 날, 파월 의장이 회의실 문을 닫았다. 내일 새벽 결과가 나온다. 유가는 배럴당 104달러. 실업률 4.4%. 관세 15%. 삼중 충격을 다 알면서 연준은 손을 뻗지 않는다. 동결 확률 99.2%. 시장 전체가 숨을 참고 있고, 파월은 침묵한다.

이상하게 두 장면이 겹쳤다.

하나는 선택이다. 충동보다 억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택한 것. 파월의 기다림은 말보다 무거운 말이다.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73만 명의 기다림은 다른 종류다.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멈춰 있는 것. AI가 신입의 자리를 지웠고, 경력직 수시채용이 첫 발을 막았고, 대기업 연수원이 문을 열어줘도 연수가 끝나고 갈 곳이 없다. 이것은 억제가 아니다. 이것은 벽이다.

그런데 통계는 두 기다림을 구분하지 않는다. 73만 명을 ‘쉬었음’이라고 부른다. 경제 용어로는 비경제활동인구. 지표에서는 실업률에도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숫자들.

오스카 시상식에서 어떤 감독이 말했다. “이런 영화에서 우리를 보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K팝 미학이 글로벌 문화 문법이 된 나라. 그 나라의 청년 73만 명이 오늘도 혼자 멈춰 있다.

기다리는 것도 결정이다. 그런데 모든 기다림이 결정일 수는 없다. 어떤 기다림은 돌아갈 곳이 없어서 그냥 거기 있는 것이다.

그걸 ‘쉬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늘 달 안에서 가장 오래 걸렸다.

출처: 서울경제 |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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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7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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