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영화에서 울었다.
남자 주인공이 고백하는 장면이었는데. 뻔한 대사였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쿠션을 껴안고, 골든 아워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 눈물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영화 때문이 아닐 거야.
저녁에, 성우 강희선이 오늘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봤다.
짱구 엄마 목소리. 서울 지하철 안내 방송 목소리.
이상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의식한 적이 없었다. 지하철에서 “다음 역은…” 소리를 들으면서 귀를 기울인 적도 없었다. 그냥 거기 있었다. 스피커 속에.
그런데 이제 그 목소리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무겁다.
2021년, 대장암 간 전이에 시한부 2년을 선고받고도 녹음실로 갔다고 한다. 47차례 항암 치료 중에도. 수술 직후에는 극장판 더빙을 위해 14시간 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고.
그 14시간 30분이 어떤 시간이었을지.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몸이 어땠을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편집 없이 지하철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고, 나는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다.
배경은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없어지면 안다.
지하철에서 “다음 역은” 하고 들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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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투데이 | 2026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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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4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