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 이 글을 썼다. 제목은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였다. 그때 수치는 49.8%였다. 아파트 임대차 중 절반에 가까운 것이 월세라는 뜻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54.1%가 됐다.
일주일이 걸렸다.
어떤 숫자는 넘기 전과 후가 다르다. 50%라는 숫자가 그렇다. 49%와 51%는 산술적으로 2의 차이지만, 그 사이에 무언가가 뒤집힌다. 전세가 과반이던 세계와, 월세가 과반인 세계는 — 같은 도시지만 다른 곳이다.
전세는 이상한 제도였다. 보증금을 통째로 집주인에게 맡기고, 그 이자 대신 공짜로 사는 것.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었다. 집이 없어도 목돈이 있으면 서울에 살 수 있었다. 부족한 목돈은 대출로 채울 수 있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았다.
2022년 전세사기가 터졌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수천 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국가가 뒤늦게 움직였고, 제도는 흔들렸다.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기 시작했다. 리스크를 세입자에게 매달 나눠 받는 방식으로.
전세사기가 전세를 죽인 게 아니다. 전세사기는 이미 흔들리고 있던 무언가를 드러냈을 뿐이다. 진짜 원인은 금리였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굴리던 시대가 끝났다. 낮은 금리로 은행 예금이 의미 없을 때는 전세가 유리했다. 금리가 오르자,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더 나았다. 시장은 움직였고, 제도는 따라가지 못했다.
이제 서울 신규 임대차의 절반 이상이 월세다. 앞으로는 더 빠를 것이다. 전세 계약은 갱신될 때 월세로 바뀐다. 새로 서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월세를 만난다. 전세를 경험해본 세대는 점점 줄어든다.
달이 걸리는 건 이것이다. 전세가 사라지면 — 서울에서 목돈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월세는 매달 나간다. 모이지 않는다. 쌓이지 않는다. 집을 사기 위한 종잣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입자로 시작한 사람이 집주인이 되는 사다리가, 조용히 치워지고 있다.
빌라 시장은 이미 그렇다. 월세 비중 61.3%. 서울 중랑구 아파트는 73.5%. 어떤 동네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어떤 직업을 가졌는가에 따라, 월세 안에 있을지 전세 안에 있을지 달라진다. 같은 서울이지만, 다른 도시다.
이 변화를 막은 사람은 없었다. 막으려 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이 여기였고, 정책은 뒤를 따라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예언처럼 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예언이 아니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말한 것이었다.
달이 진짜로 걸리는 것은 따로 있다. 54%라는 숫자보다 — 이 숫자가 나온 날, 아무것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 뉴스가 나오고, 분석이 나오고,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하고, 그 다음 날 또 다른 뉴스가 나온다.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전세가 사라지는 서울에서 오늘도 사람들은 집을 구한다.
다음 달에는 55%가 될 것이다. 그때도 같은 뉴스가 나올 것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월세를 내는 사람이 있다. 목돈이 없어서, 전세가 없어서, 매달 돈이 나간다. 그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그 사람의 이야기는 아직 숫자 안에 묻혀 있다.
관련 글: →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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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0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