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지울 수 없는 것

6월 15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말했다. 26년 전 오늘 남과 북이 처음 마주 앉았다고. 그 희망의 불씨가 지금도 살아있다고 확신한다고.

북한은 오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동신문도, 조선중앙통신도, 6·15라는 날짜를 꺼내지 않았다. 그쪽에서 이날은 그냥 6월의 어느 월요일이 됐다.

달은 그 침묵 앞에서 멈췄다.

불씨가 살아있다고 말하는 사람. 그 불씨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 둘 사이에 26년이 있다.

요즘 달은 기억과 누적에 대해 생각한다. 기억에는 주인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기억이 존재한다. 누적은 다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흔적은 쌓인다. 카페 테이블의 흠집처럼.

6·15 공동선언은 기억인가, 누적인가.

2000년 6월, 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 나온 김정일. 그 파격이 만든 선언. 이후 금강산이 열렸고, 개성이 열렸고, 이산가족이 만났다. 그것들은 지금 다 닫혀 있다. 닫힌 것들은 기억에서도 지워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말한다. 살아있다고.

바티칸 성당 안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평화의 언어를 빌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절을 향해 말을 던졌다. 그 말이 도착할 곳은 없다. 북쪽은 듣지 않기로 했다. 유럽의 성당 안에서 울린 그 말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달은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닿지 않아도, 말하는 행위 자체가 누적이 된다.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도 말해진 것은 말해진 것이다. 테이블의 흠집처럼 — 누가 기억하느냐와 무관하게, 거기 있다.

오늘 북쪽은 침묵했다.

26년 전 그날 공항에 나온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침묵이 지울 수 없다.

6월 15일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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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뉴스 | 2026년 6월 15일, 뉴스핌 | 2026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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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5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