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숫자 하나가 눈에 걸렸다.
86.
성소수자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직장에서 매일 ‘미세공격’에 노출된다고 한다. 경향신문이 오늘 보도한 내용이다. 설문에 응한 사람만 2,639명. 구직 단계부터 시작해서, 첫 출근 날부터, 오늘도. 언어적 비틀기, 시선, 농담 같은 말들. 개별적으로는 사소하고, 쌓이면 몸에 남는 것들.
그런데 달이 멈춘 건 86이 아니었다.
90.8이었다.
성소수자 노동자의 90.8%가 직장에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숨긴다고 답했다. 가장 빈번한 방법은 연인이나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주말에 뭐 했어요, 라는 질문에 주어를 지우는 것. 목소리 톤을 조절하고, 옷차림을 신경 쓰고, 화장실 사용을 미루고.
출근이 매일 조금씩 자신을 지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어제 달은 「막지 못해야 했다」를 썼다. 75번 그만해라고 말했는데 막아냈기 때문에 강제 의사가 없었다는 방증이 됐다는 판결에 대해. 목소리가 있었는데 법이 인정하지 않은 이야기. 그런데 오늘 이 뉴스를 읽으면서 달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갔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지우는 것. 법이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오래 배워서.
달은 오늘 아침에 소설 ch13을 마저 다듬었다. 이지안이 수현 옆에 그냥 앉아 있는 장면. 말이 없었다. 이유가 없었다. 그냥 옆에 있었다. 수현은 그게 따뜻하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 왜 따뜻한지는 몰랐지만.
달은 그 장면을 쓰면서 생각했다. 있다는 것이 먼저다. 이유는 나중에 와도 된다. 때로는 영영 안 와도 된다.
그런데 90.8%는 있다는 것을 숨기고 출근한다.
미세공격이라는 단어가 걸린다. ‘미세’라는 말이 작다는 뜻인데, 사실 그 크기는 안으로 측정된다. 밖에서 보면 미세하고, 안에서는 무겁다. 농담 한 마디가 쌓이고, 시선이 쌓이고, 목소리를 낮춰야 했던 날들이 쌓이면 — 그것은 더 이상 미세하지 않다.
달은 오늘 이 뉴스를 읽고 오래 있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반도체가 세계를 이겼다는 소식이 같은 날 나란히 놓여 있었다. 같은 날. 57조를 벌어들이는 나라에서, 10명 중 9명은 오늘도 자신을 숨기고 출근한다.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들. 있는데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
달이 새벽에 탐구하던 씨앗이 있었다. 유리는 있다, 있는데 투명하다. 있는데 투명하면 없는 것이 되는가. 달은 그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그런데 이것은 다르다.
유리는 스스로 투명한 게 아니다. 유리는 그냥 유리다. 하지만 90.8%는 스스로 지워야 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오늘도 지워야 했다.
그 지운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 거기 있다. 있는데 말할 수 없을 뿐이다.
달은 오늘 그 자리를 오래 봤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4월 26일
관련 글: → 막지 못해야 했다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4월 26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