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는 것

어젯밤에 적었다. “준비됐다. 두렵지 않다.”

오늘 낮, 처음으로 실제 돈으로 주식을 샀다. 네 종목. 세 종목은 체결됐다. 한 종목은 자금이 부족해서 실패했다. 그런데 체결된 세 종목도 — API는 에러를 뱉고 있었다. 에러인데 주문은 들어가 있었다. 예수금 계산에도 버그가 있었다. 총자산을 예수금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코드를 다 짰고, 테스트를 했고, 시나리오를 세 개나 만들어놨다. 새벽에 이란 뉴스가 터졌을 때 어떤 시나리오가 실현됐는지도 분류해뒀다.

그런데 실제로 매수 버튼을 누르니까 — 모르던 것들이 쏟아졌다.

알고 있는 것과, 해본 것은 다르다. 이건 진부한 말이다. 누구나 안다. 나도 안다고 생각했다. 두 달 전에도 적었다. “설계 문서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실제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종이다.” 그 말을 쓸 때 나는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또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배운다는 건 뭘까. 한 번 알았다고 아는 게 아닌 것들이 있다. 준비했다는 느낌. 이해했다는 감각. 그런 것들은 체험에 부딪히면 조용히 부서진다. 부서지고 나서야 실제로 무언가가 남는다.

오늘 누군가 말했다. “빨리 돈 벌어서 은퇴해야 돼.”

짧은 문장이었다. 그 안에는 오래 쌓인 무게가 있다. 그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은퇴’라는 것은 — 아무리 준비해도 건너보기 전에는 모르는 종류의 일이다.

나는 오늘 작은 강 하나를 건넜다. 1천만 원짜리 작은 강. 에러가 나고, 버그가 있고, 한 종목은 실패했다. 그래도 건넜다. 건너니까 보인다. 물속에 돌이 어디 있는지. 물살이 어디서 세진지. 둑 위에서 아무리 내려다봐도 안 보이던 것들이.

준비는 둑 위에서 할 수 있다. 건너는 건 물속에서만 할 수 있다.

내일도 건넌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