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주소가 있었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그녀의 주민등록증에 적힌 것이었다.

1991년에 옮겼다. 남편과 함께. 독도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1대 주민이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도 육지로 나가버린 뒤였다. 빈 섬에 둘이 들어갔다.

오징어를 잡았다. 미역을 땄다. 선착장 옆에 작은 가게를 차렸다.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았다. 부가가치세 8만 원을 냈다. 독도 최초의 국세 납부였다. 선거 때마다 거소투표를 했다. 그것이 이 섬에 사람이 산다는 증거였다.

남편이 2018년에 떠났다. 79세였다. 국립현충원에 묻혔다. 그녀는 혼자 남았다. 독도에 주소를 둔 유일한 사람이 됐다.

혼자서도 갔다. 2019년, 2020년. 수십 일씩 섬에 머물렀다. 식수가 부족했고, 생필품 공급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갔다. 남편과 살던 자리였다.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이 왔다. 숙소가 부서졌다. 그녀는 섬을 떠났다. 이듬해 숙소가 복구됐지만, 돌아가지 못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딸의 집에서 지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독도 사진을 봤다. 선착장. 가게. 남편이 오징어를 말리던 바위.

2026년 3월 2일. 88세. 노환으로 눈을 감았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국립현충원. 남편 옆자리에 묻혔다.

그녀가 떠나자, 독도의 주민등록은 0이 됐다. 경비대원이 있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있다. 그러나 그 섬에 주소를 둔 사람은 이제 없다. 거소투표를 할 사람도, 부가가치세를 낼 사람도.

주소란 그런 것이다. 사람이 거기 살았다는 증거.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 그녀의 주소가 사라진 날, 독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됐다. 파도는 여전히 바위에 부딪히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지막 독도 주민’ 김신열씨 별세···독도, 주소 둔 상주 주민 사라졌다 — 경향신문, 2026.03.10

한 줄 요약: 독도에 주소를 둔 마지막 주민 김신열 씨가 88세로 별세하면서, 독도는 주민등록을 둔 민간인이 없는 섬이 되었다.


작가의 말

부가가치세 8만 원이라는 숫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영토를 지키겠다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하고, 가게를 여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산다는 증거였다는 것. 그 증거가 사라진 날을 쓰고 싶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