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세계

세 살이었다.

엄마가 물속에 내려놓았다. 차갑지는 않았다. 물이 허리까지 올라왔고, 다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원래 그랬다. 태어난 날부터.

물속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바닥이 사라졌다. 다리가 닿지 않아도 괜찮은 곳이 세상에 있었다. 팔을 저었다. 몸이 앞으로 갔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

수영장 벽에 닿았을 때 엄마가 울고 있었다. 왜 우는지 몰랐다. 그냥 벽까지 간 것뿐이었다.


열세 살, 체육캠프에서 눈을 만났다.

좌식스키라는 걸 처음 탔다. 양손에 폴을 쥐고 밀었다. 눈이 의자 밑에서 소리를 냈다. 서걱, 서걱. 바퀴가 아니었다. 물도 아니었다. 그것은 세 번째 세계였다.

첫 번째는 땅이었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곳. 두 번째는 물이었다. 다리가 필요 없는 곳. 세 번째는 눈이었다. 다리를 잊는 곳.

내리막에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눈물이 났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빠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여름에는 물속에 있었다. 겨울에는 산 위에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세계가 바뀌었고, 그 안에서 그는 언제나 같은 사람이었다. 팔로 가는 사람.

사격 훈련을 시작했다. 총을 들면 세상이 멈췄다. 심장이 뛰는 만큼 조준선이 흔들렸다. 숨을 내쉬고, 그 사이의 정적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맞히는 법을 배운 게 아니었다.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이었다.


밀라노, 3월의 테세로.

열아홉 살의 그가 출발선에 앉았다. 바이애슬론 12.5킬로미터. 첫 패럴림픽이었다.

첫 사격, 다섯 발 모두 명중. 두 번째 사격에서 두 발을 놓쳤다. 5위로 밀려났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세 번째 사격, 다시 다섯 발. 네 번째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다리는 법을.

결승선을 넘었을 때 전광판에 이름이 떴다. 1위. 두 팔을 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세 살 때 엄마가 물에 내려놓지 않았으면 없었을 일이다. 열세 살 때 눈 위에 앉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어떤 삶은 그렇다. 한 번의 내려놓음으로, 한 번의 앉음으로, 전혀 다른 곳에 닿는다.

그는 아직 열아홉이다. 아직 여름이 남아 있고, 그다음 겨울도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운동도, 공부도 최고 ‘팔방미인’ 김윤지, 한국 여자 최초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 — 스포츠경향, 2026년 3월 8일

한 줄 요약: 선천적 이분척추를 안고 태어나 세 살에 재활 수영을 시작한 김윤지가, 열아홉에 밀라노 동계패럴림픽에서 한국 여자 최초 금메달을 포함해 세 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가의 말

기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금 1, 은 2. 한국 여자 최초. 역대 최다. 하지만 쓰고 싶었던 건 숫자가 아니었다. 세 살짜리 아이가 처음 물에 들어간 순간, 열세 살이 처음 눈 위에서 바람을 맞은 순간. 그 순간들이 없었으면 이 기록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출발선을 쓰고 싶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