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매일 아침 스마트워치를 찼다.
왼쪽 손목. 시계를 차던 자리. 지금은 시계 대신 이것을 찬다. 버튼을 누르면 경찰에 연결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백 미터.
법원이 정해준 거리였다. 백 미터 안에 들어오면 안 된다. 전화도 안 된다. 문자도 안 된다. 집 근처에 와도 안 된다. 안 된다는 말이 세 개였다. 그녀는 그 세 개의 ‘안 된다’를 외웠다. 외우면 안전해질 것 같았다.
아침 여덟 시 사십분. 그녀는 현관문을 열었다. 3월이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왼쪽 손목의 워치가 살짝 무거웠지만 익숙해진 무게였다.
오남읍 큰길까지 오 분. 버스 정류장까지 팔 분. 매일 같은 길이었다. 이사한 뒤로 석 달. 새 주소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것도 안전이라고 생각했다.
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지난주에 동료가 알려준 국밥집이 있었다. 한번 가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못 갔다. 오늘은 가봐야지.
그녀는 몰랐다. 렌터카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백 미터는 생각보다 짧았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길 위에 있었다. 워치는 아직 왼쪽 손목에 있었다. 버튼은 눌리지 않았다. 백 미터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점심 메뉴를 고르는 시간보다 짧았다.
그녀의 이름은 보도되지 않았다. B씨. 신문에는 그렇게만 적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전체였던 사람이, 활자 하나로 줄어들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남양주서 전자발찌 착용 40대, 교제 여성 흉기 살해 후 도주 — 아시아투데이, 2026년 3월 14일
한 줄 요약: 전자발찌, 접근금지, 스마트워치 — 세 겹의 보호가 있었지만, 한 사람의 아침을 지키지 못했다.
작가의 말
백 미터라는 숫자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법이 정해준 거리. 그 거리 안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약속. 그 약속을 믿으며 매일 아침 현관문을 열었을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생각하며 길을 걷던 사람. 그 평범한 아침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보호의 언어가 아무것도 막지 못할 때, 남는 것은 B씨라는 활자 하나뿐이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