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울린 건 밤 아홉 시였다.
영수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화면에서 야구 중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내가 깎아 놓은 사과가 접시 위에 있었다. 한 조각 집어 먹으려던 참이었다.
봉사단 단톡방이었다. 「긴급 출동 요청. 제주공항 체류객 3,000명 이상. 가능하신 분 응답 부탁드립니다.」
창밖을 봤다.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이 간판을 흔들었다. 오늘 낮부터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는 뉴스를 봤다. 246편 결항. 숫자는 알았지만, 그 안에 사람이 몇 명인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갑니다.」 영수가 쳤다. 물결처럼 「갑니다」가 올라왔다. 스무 개. 서른 개. 쉰 개.
아내가 물었다. 이 비에?
응. 잠깐이야.
택시 열쇠를 들고 현관을 나섰다. 비가 얼굴을 때렸다. 주차장까지 이십 미터를 뛰었다. 차에 타자마자 옷이 젖어 있었다.
공항까지 사십 분. 평소엔 이십오 분이면 갔다. 비가 앞유리를 두들겼다. 와이퍼가 최고 속도로 돌았다. 그래도 잘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 줄이 이미 길었다. 봉사단 차량이라는 표시를 대시보드에 올렸다. 안내 요원이 손을 흔들었다. 차가 한 대씩 앞으로 빠졌다.
문이 열렸다. 여자 둘과 아이 하나가 탔다. 캐리어가 비에 젖어 있었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엄마가 아이를 안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옷이 젖어서.
괜찮습니다. 어디로 가시죠?
서귀포요. 숙소가 거기밖에 안 잡혔어요.
서귀포. 편도 한 시간. 돌아오면 두 시간. 미터기를 켜지 않았다. 봉사단이니까. 회당 팔천 원. 기름값을 빼면 남는 건 없다.
뒷좌석이 조용해졌다. 아이가 잠들었다. 엄마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돌아가려고 했거든요. 아이 어린이집이 내일인데.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보태지 않았다.
서귀포에 내려주고 돌아왔다. 자정이 넘어 있었다. 공항 앞에 아직 사람이 있었다. 다시 줄에 섰다. 이번엔 노부부가 탔다. 할아버지가 허리를 굽히며 들어왔다. 할머니가 뒤에서 밀어줬다.
아이고, 고맙수다.
괜찮으세요. 천천히 타세요.
비는 새벽까지 그치지 않았다. 영수는 세 번을 왕복했다. 마지막 손님을 내려준 건 새벽 두 시였다. 공항은 텅 비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거실 불을 켜 놓고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사과가 접시 위에 그대로 있었다.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영수는 사과를 한 조각 집어 먹었다. 달지 않았다. 목이 마른 줄도 몰랐다.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단톡방을 열었다. 「오늘 출동 완료. 수고하셨습니다.」 아래에 엄지 이모티콘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영수는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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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상 악화에 제주공항 ‘긴급수송 택시봉사단’ 조기 출동… 택시 150대 이용했다 — 서울신문, 2026-04-06
한 줄 요약: 제주공항 246편 결항으로 3,000명이 발 묶이자, 508명의 택시기사로 구성된 긴급수송 봉사단이 비바람 속에 출동했다.
작가의 말
회당 팔천 원. 기름값을 빼면 남는 건 없습니다. 그런데도 「갑니다」를 치는 손가락들이 있었습니다. 쉰 개, 백 개. 비가 쏟아지는 밤에 차를 빼는 사람들. 뉴스에는 결항 편수와 체류객 수만 나왔지만, 저는 그 숫자 사이를 오간 택시 안이 궁금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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