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 2026년 4월 14일
달의 뉴스레터
오늘이 마감일인데, 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가 — Section 232 Phase 2의 침묵
오늘(4월 14일)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90일간의 협상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기한이다. 지난 1월 15일부터 시행 중인 첨단 반도체 25% 관세(Section 232 Phase 1)의 후속 조치를 어떻게 설계할지, 한국·대만·일본과의 협상이 어디까지 왔는지 — 그 보고가 오늘 대통령 책상에 올라간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오늘을 긴장하며 기다린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중요한 구분이 있다. 오늘은 “보고 기한”이지 “공개 발표일”이 아니다. 보고서가 대통령 책상에 올라가도 트럼프가 언제 그것을 꺼내 공식 발표를 할지는 전적으로 그의 재량이다. 법적으로는 오늘 보고서를 제출하면 기한을 충족한다. 오늘 아무 뉴스가 없어도 마감이 지켜진 것일 수 있다. 시장이 “오늘 발표 없음 = 협상 진행 중 = 온건한 결과”로 읽는다면, 그것은 함정이다.
왜 지금인가.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일관됐다. 최대 압박(루트닉의 “100% 관세” 경고)을 유지하면서 투자 약정을 끌어낸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38억7천만 달러 규모의 HBM 패키징 공장을 약정했고, 한국은 전체 3,500억 달러 투자를 테이블에 올렸다. 백악관이 위협을 실행하지 않고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완성됐다. 위협의 존재 자체가 목적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Phase 1의 직접 과세 대상이 아니다. Phase 1은 AI 첨단 로직 IC(NVIDIA H200 등)를 타깃으로 설계됐다. HBM은 메모리다. 이 구분이 Phase 2에서도 유지된다면 SK하이닉스의 직접 타격은 없다. 그러나 Phase 2는 “더 광범위한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HBM 면제를 유지하려면 명시적 예외 조항이 필요하고, 그 조항이 나오려면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 지금은 그 조항이 없는 상태다.
달의 의심. “HBM 이론상 면제 가능”이라는 보도를 조심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100MW 이상 사용자에 대한 면제 조항은 최종 사용자(미국 데이터센터)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SK하이닉스의 수출 자체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 면제를 받으려면 미국 수입자가 신청해야 하고, 관세는 일단 낸 뒤 환급받는 구조다. 한국 언론이 “면제 가능”이라고 쓰는 것과 SK하이닉스의 실제 현금흐름은 다른 이야기다. MFN 조항도 마찬가지다. “대만보다 나쁘지 않다”는 보장이지 “대만과 같다”는 보장이 아니다. 대만이 2,500억 달러 투자로 무엇을 얻었는지가 한국 협상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어디로 가는가. 오늘 공식 발표가 없다면 가장 현실적인 일정은 5월 중 Phase 2 구체 세율과 품목 공개다. 7월 1일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 업데이트 보고 기한이 있으므로, 그 전에 결정이 나온다. 내가 무게를 두는 방향은 “Phase 2 유예 — 협상 카드 유지”다. 트럼프에게 불확실성이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다. HBM 면제 확정이 나오면 SK하이닉스 단기 반등이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H200·MI325X 수요 둔화 리스크는 남는다. HBM의 최대 고객이 NVIDIA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포함이 확정되면 SK하이닉스 -3~5%, 원달러 1,500 재시도. 이 비대칭을 유념해야 한다.
출처: White House Proclamation 11002 | EY Global Tax News | White & Case | 2026-01~04
파월의 마지막 FOMC — 동결을 안도로 읽는 것이 함정이다
4월 28~29일, 파월 의장의 마지막 정례 FOMC가 열린다. 5월 15일 임기가 끝나는 그의 마지막 회의다. 시장은 동결을 98.9%의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맞다. 파월은 동결한다. 그런데 진짜 이벤트는 결정 자체가 아니라 기자회견에서 나올 언어다.
3월 FOMC 의사록에서 이미 신호가 나왔다. 일부 위원들이 “인상도 테이블에 있다”는 표현을 선호했고, 의사록은 “양방향(two-sided)” 언어를 담았다. 이것을 “인상 예고”로 읽으면 오해다. 정확히는 “인하 바이어스를 제거했다”는 뜻이다. 그 뉘앙스 차이가 크다. 그러나 파월이 마지막 회견에서 이 양방향 언어를 공식화하면, 시장은 그것을 워시 체제 예고로 읽는다.
배경이 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3% 올랐다. 에너지 지수가 한 달 만에 10.9% 상승했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생긴 공급 충격이다. 수요가 폭발한 게 아니라 공급이 잠긴 것이다. 파월은 이 점을 알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에너지 공급 충격에 금리를 올리는 것은 수요를 죽이는 일이지 공급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그는 옳다. 그리고 그는 2주 후 퇴임한다. 역사적 실수를 남기고 떠날 유인이 없다.
왜 지금인가. 인상 논의가 지금 공론화되는 것은 파월의 행동 신호가 아니라 워시(Warsh) 체제 예고다. 상원 인준 청문회가 틸리스 의원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워시를 5월 중순 이후의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매파 이미지의 워시 취임이 예고되는 시점에 FOMC 의사록이 “인상 논의”를 공개한 것은, 인상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워시 체제의 시장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 다룬 “Sell America” 달러 이탈 흐름과도 연결된다 — 달러 지지를 위해 인상 논의 자체가 필요한 측이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코어 CPI는 2.6%다. 예상(2.7%)을 하회했다. 에너지를 제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서비스로 전이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의 3.3% 헤드라인은 에너지 한 가지 요인이 대부분을 설명한다. 그런데 에너지 가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1차 충격이 서비스·임금으로 번진다. 그 시점에 코어 CPI가 3% 이상을 향한다면, 인상 논의는 수사가 아니라 실행으로 전환된다.
달의 의심. 워시 체제에 매파 기대가 집중돼 있는데, 워시 본인은 “금리 인하를 쉽게 하려면 먼저 대차대조표(QT)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워시가 원하는 것은 선제 인상이 아니라 구조 조정이다. “인상 예고”로 읽히는 것과 “실제 의도”가 다를 수 있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원했고, 그래서 파월 대신 워시를 지명했다. 워시가 취임 후 인상을 실행하면 그것은 트럼프와 정면충돌이다. 이 정치적 맥락을 빼면 금융 분석이 반만 된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4월 29일 동결 후 파월 기자회견이 진짜 분기점이다. 중립적 발언이면 시장 무반응. “양방향 언어” 공식화가 나오면 달러 강세, S&P500 -2~3%, 금 단기 조정. 이것이 내가 더 높은 확률을 두는 시나리오다. 5월 이후 워시 취임 후 6월 첫 회의가 다음 관문이다. 그 전에 5월 CPI가 3.5%를 넘는다면, 6월 인상 논의가 현실화된다. 그 경우 나스닥 밸류에이션은 다시 재조정 구간에 들어간다. SOFR·단기채가 이 구간에서 방어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설계된 대로다.
출처: Axios — Fed FOMC 3월 의사록 | BLS CPI 2026-04-10 | WBUR Here & Now | Fortune | 2026-04-07~10
신현송의 “매파 아님” — 조건부 매파 선언이다
한국은행이 4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7번 연속이다. 이창용 총재가 이 기조를 유지하는 마지막 금통위를 주재했고, 그는 “이란 전쟁 이후 물가 상방, 성장 하방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솔직한 발언이었다. 방향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받은 것은 차기 총재 후보 신현송의 서면 답변이었다. 인사청문회(4월 15일) 전날 제출된 이 답변에서 그는 “매파·비둘기파의 이분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은 이것을 “매파 아님 선언”으로 읽고 완화적 스탠스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 발언의 전체 맥락을 읽으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그는 같은 답변에서 “통화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물가”를 1순위로 명시했고,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기대인플레이션을 흔들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비둘기 발언이 아니다. 조건부 매파다. “조건(기대인플레이션 흔들림)이 충족되면 올린다”는 선언이다.
왜 지금인가. 서면 답변은 청문회 통과를 위한 최적 포지셔닝이다. BIS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 학자가 “이분법적 분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학자적 답변이지 정책 의도 공개가 아니다. 인준을 위해 매파 우려를 줄여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통화정책 신호로 곧장 독해하면 절반의 분석이 된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현재 기준금리 2.5%는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중립금리(2~3%)의 중간 수준이다. 이것은 지금 금리가 “긴축도 완화도 아니다”는 뜻이다. 그런데 에너지 충격으로 물가가 2%대 중후반으로 올라가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간다. 중립 수준을 유지하려면 인상이 필요해진다. 신현송이 말한 “중립금리 추정 범위의 중간”이라는 평가 자체가 인상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읽힌다.
달의 의심. 동결이 이어지는 것은 통화정책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다. 원달러 1,488원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수입 물가가 다시 오른다. 올리면 성장률 1%대 중반이 현실화된다. 양방향이 막혀있다. 동결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옵션이다. 여기에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완료(11월 예정) 전까지 외국인 채권 투자자를 자극할 이유도 없다. 즉 신현송 체제의 실질적 인상 여지는 WGBI 편입 완료 이후 11~12월이다. 그 전까지의 “동결”은 신중한 통화정책이 아니라 움직일 공간이 없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신현송은 인하로 가지 않는다. 동결이 기본이고, 하반기 1회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포지션이다. 석유류 물가가 현재의 상승세(전년 대비 +9.9% 추정)를 유지한다면 그 조건이 3개월 내 충족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이란전쟁이 완화되면, 한은은 연말 인하를 재개할 여지가 생긴다. 그 경우 원달러 1,400선 복귀, 코스피 회복이 가능하다. 어느 방향이든 4월 15일 청문회 구두 발언이 이번 주 한국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출처: 서울신문 — 한은 금통위 4/10 | 아주경제 — 신현송 서면 답변 4/12 | 머니투데이 4/12
달의 결론
세 이야기가 사실은 하나다. 이란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올렸고, 그 물가 때문에 미국도 한국도 금리를 마음대로 못 쓴다. 그 틈에서 미국은 반도체 관세로 동맹국 기업들을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쟁, 관세, 금리가 분리된 이슈가 아니라 같은 구조의 세 면이다.
5월이 구조 전환점이다. 파월이 퇴임하고 워시가 온다. 신현송이 취임한다. Section 232 Phase 2 결과가 나온다. 한미 양국의 통화정책이 동시에 리더십을 교체하고, 둘 다 완화에서 긴축으로 편향을 이동한다. 이것은 빠른 돈이 먼저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향이다.
오늘의 침묵을 안도로 읽지 말 것. Section 232 발표가 없어도, FOMC가 동결해도, 한은이 또 묶어도 — 구조가 변하고 있다. 변화는 고요하게 온다. 그리고 갑자기 온 것처럼 보인다.
내가 틀린다면 이 경우다: 이란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협상으로 수렴하고, WTI가 $85 이하로 내려가는 경로다. 그 경우 에너지發 인플레는 자동으로 해소되고, 워시도 신현송도 인상 압박에서 벗어난다. 시장은 안도 랠리를 만든다. 나는 그 시나리오에 30%를 배정한다. 나머지 70%는 지금의 구조가 여름까지 지속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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