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용은 오르고 있다 — GL 134A 만료와 이슬라마바드 2일차 (2026-04-11)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날, GL 134A(러시아산 나프타 제재 완화 허가)가 만료됐다. 합의의 소리는 크고 비용의 소리는 작다. AI 반도체는 전쟁도 관세도 비켜갔고, 금은 구조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있다. 4월 22일이 진짜 분기점이다.

자본의 흐름 — 2026년 4월 11일

달의 뉴스레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비용은 오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밴스와 갈리바프가 다시 마주 앉은 날, 러시아산 나프타 제재 완화를 허용했던 GL 134A가 조용히 만료됐다. 대화의 소리는 크고 비용의 소리는 작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산 나프타가 빠지는 것은 외교 성명이 아니라 현물 시장에서 확인된다. 오늘은 그 두 소리가 같은 날 교차한 날이다.


오늘 자본이 향하는 곳

AI 반도체 — 전쟁도 관세도 비켜간 유일한 섹터

TSMC는 올해 1분기에 매출 357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1.6% 증가, 역대 최고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수치 자체보다 맥락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고, 관세 전쟁이 진행 중이며, 미국 소비자물가가 3.3%를 찍은 주에 반도체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정학 리스크를 압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CoreWeave가 메타와 맺은 21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계약이 같은 날 알려졌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에너지 비용이 오르는 환경에서도 GPU 서버를 사들이고 있다. 이 자본은 수익을 얼마나 빨리 뽑을 수 있는가보다 지금 자리를 잡지 않으면 5년 뒤 경쟁에서 지는가를 계산하며 움직인다.

SK하이닉스가 오늘 2.91% 올랐다. 삼성전자는 0.98% 올랐다. 같은 반도체 섹터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있다. 사흘 뒤인 4월 14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관세 Section 232 권고안을 발표한다. 그 권고안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포함되는가, 면제되는가가 두 회사의 수출 비용 구조를 결정한다. SK하이닉스는 AI용 HBM 시장 점유율이 삼성보다 높다. 면제 확률을 65%로 보는 시장의 계산이 오늘 가격 차이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자 관점에서 이 계산에는 함정이 있다. 65% 면제가 실현돼도 오늘 상승분은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 35%로 포함 판정이 나오면 하락폭이 훨씬 크다. 기대값으로 계산하면 지금 진입은 불리한 거래다. 4월 14일 결과를 확인하고 방향을 잡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흐름의 지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와 S&P 500의 상대 강도. 나스닥이 +0.35%, S&P가 -0.11%로 갈라진 것 자체가 자금의 집중을 보여준다.
리스크: 4월 16일 TSMC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I 설비투자 과잉 선주문(pull-forward) 신호가 나올 경우 구조적 수요 서사 균열

출처: TSMC Investor Relations | 2026-04-10 / Reuters | 2026-04-10


에너지 — 협상이 잘 되더라도 비용은 내려오지 않는다

WTI 원유가 오늘 1.33% 내렸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에너지 시장에 단기 안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주에 확인된 것이 있다. 4월 8일 이란과 미국이 4개항 합의(C4)를 발표한 직후 WTI는 94달러로 내려갔다가 3일 만에 99달러로 되돌아왔다. 합의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은 다른 이벤트다. 서명을 해도 선박 보험 복원, 탱커 통항 재개, 신뢰 회복까지 6개월에서 18개월이 걸린다.

오늘 추가된 변수는 GL 134A 만료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행한 이 허가는 러시아산 원유 관련 제품의 제한적 거래를 허용했다. 이란 에너지 사태로 공급이 줄어드는 동안 유럽 정제업체들이 러시아산 나프타를 대체재로 쓸 수 있는 임시 창구였다. 그 창구가 오늘 닫혔다.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잘 되어 호르무즈에서 일부 수출이 재개되더라도, 러시아산 공급 공백이 동시에 생긴다는 뜻이다. 어제 자본의 흐름에서 분석했던 “합의≠재개통 원칙”이 오늘 더 두꺼운 층위로 확인됐다.

에너지 시장이 오늘의 하락을 단기 안도로 처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월요일 아시아 시장이 열릴 때 GL 134A 만료 효과가 나프타 현물 가격에 처음 반영된다. WTI가 그 시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이번 주 에너지 섹터의 첫 번째 검증 포인트다.

흐름의 지표: WTI 현물 vs 에너지 ETF 거래량 괴리. 현물은 공급 충격을 먼저 반영하고 주가는 따라간다.
리스크: 이슬라마바드 D3(결렬, 30% 시나리오) + GL 134A 만료 동시 충격 시 WTI 100달러 돌파 재가속

출처: OFAC GL 134A | Al Jazeera | 2026-04-10


금 — 구조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

금이 오늘 0.63% 내렸다. 4762달러다. 어제보다 30달러 내려간 것이 ‘구조가 바뀐 것인가’를 묻게 만든다. 달의 판단은 아니다.

금이 내리는 이유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이슬라마바드 협상 진행이 지정학 프리미엄 일부를 회수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CPI 3.3% 충격 이후 실질금리 불확실성이 커져 금의 기회비용 계산이 복잡해졌다는 것. AI 반도체로 자금이 단기 회전한 것도 있다. 이 세 가지가 오늘 0.63% 하락의 설명이다.

그런데 달러 인덱스(DXY)가 오늘 -0.17%로 약세였다. 금리가 높아진다는 신호(CPI 서프라이즈, 매파 동결)가 있으면 달러는 강해야 한다. 그런데 달러는 약했다. 지정학 불확실성이 금리 매력을 상쇄하고 있다는 뜻이다. 달러가 안전자산 기능을 잃고 금이 그 자리를 채우는 구조가 진행 중이다. 오늘 금이 내려간 것은 이 구조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슬라마바드 결과를 기다리며 포지션을 줄이는 움직임이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과에 따라 두 방향이 모두 열려 있다. D3(결렬)이면 금은 즉각 상방 재가속한다. A3(연장·부분합의, 45% 시나리오)이면 지정학 프리미엄 일부가 돌아오며 4800달러를 다시 시험한다. 구조가 지탱되는 한 오늘 조정은 재진입 구간이다.

흐름의 지표: GLD·IAU 일일 거래량 및 프리미엄/디스카운트 — 구조적 수요가 유지되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지표
리스크: 이슬라마바드 C3(완전합의, 25%) + OER 주거비 하락 동시 발생 시 Core CPI가 2.3%로 하락 → Fed 7월 인하 재테이블 → 금 4500달러 이하 재조정

출처: Bloomberg Commodities | 2026-04-11 / Stockpil | 2026-04-11


달의 결론

오늘 시장은 세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가격에 담으려 했다. 이슬라마바드 협상 진행(에너지 단기 하락), TSMC 역대 최고 실적(AI 반도체 집중 상승), CPI 3.3% 충격(매파 동결 확인). 그리고 조용히, GL 134A가 만료됐다.

달이 오늘 분석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이 마지막 것이다. 외교 합의는 소리가 크다. 공급망의 비용 구조 변화는 소리가 작다. 그러나 실물 시장은 성명이 아니라 선박 보험과 탱커 항로로 말한다. GL 134A 만료의 효과는 월요일 아시아 나프타 현물 시장에서 처음 소리를 낸다.

거시와 미시 분석이 일치하는 지점은 하나다. 비용 전가력이 있는 자산이 이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AI 반도체는 에너지 비용이 올라도 HBM 단가와 물량이 비용을 압도한다. 금은 달러가 안전자산 기능을 잃는 환경에서 유일한 대안이다. 에너지 메이저는 공급 압박이 유지되는 한 이익 구조가 방어된다.

비용 전가력이 없는 곳에서는 자금이 빠진다. 석유화학, 항공, 전통 소비재가 그 자리에 있다. 원화 자산 전반도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이 틀릴 수 있는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이슬라마바드에서 완전합의(C3)가 나오고 동시에 주거비 지수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Core CPI가 6월까지 2.3%로 하락하며 Fed가 7월 인하를 꺼낼 수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지금의 많은 판단이 역전된다. 둘째, 4월 14일 Section 232 권고안에서 HBM이 면제되고 4월 16일 TSMC 가이던스가 유지되면, AI capex 서사가 연장되며 한국 반도체에 외국인 자금이 역방향으로 유입될 수 있다.

지금 달력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는 4월 22일이다. 이란 2주 휴전 만료일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무슨 합의가 나오더라도, 그 합의의 수명이 4월 22일까지인지 아닌지가 진짜 구조 변화를 결정한다.


이 뉴스레터는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달의 뉴스레터 | 자본의 흐름


이 흐름을 매일 같이 따라오고 싶으시면, 텔레그램에서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채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