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해법이 같은 날 충돌한다 — 이슬라마바드·CPI·비용 전가력 | 자본의 흐름 2026-04-10

CPI 3.3% 발표와 이슬라마바드 미-이란 협상이 같은 날 열렸다. 인플레이션을 만든 원인(호르무즈 봉쇄)의 해소 협상이 그 인플레이션이 발표되는 날 진행 중이다. 비용 전가력을 기준으로 자본이 갈라지는 4월 10일.

자본의 흐름 — 2026년 4월 10일

달의 뉴스레터


오늘은 두 개의 시계가 같은 방에서 돌아가고 있다. 하나는 이슬라마바드의 협상 테이블이고, 다른 하나는 워싱턴의 CPI 발표 화면이다. 두 시계의 속도가 다르다. 협상은 며칠을 단위로 흐르고, 인플레이션은 달을 단위로 쌓인다. 그런데 오늘 이 두 시계가 같은 순간을 가리킨다.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연간 3.3%로 발표됐다. 예상(3.1%)을 0.2%포인트 상회했다. 그 물가를 만든 주범은 에너지였고, 그 에너지의 공급을 막고 있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며, 그 해협의 통행 여부를 협상하는 자리가 바로 오늘의 이슬라마바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해법이 같은 날 충돌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만들어진 주소

CPI 3.3%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에너지 항목만 따지면 전월 대비 약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있는 동안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고, 그 비용이 휘발유와 전기와 식료품 가격에 스며들어 3.3%를 만들었다. 문제는 기저 인플레이션, 즉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물가까지 5개월 만에 최고치인 2.7%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충격이 임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 회의에서 꺼낸 “양방향(two-sided)” 리스크라는 표현이 이 맥락에서 읽힌다. 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인데, 지난 2~3년 사이 인하 쪽으로만 기울었던 언어가 처음으로 방향을 바꿨다. 연내 금리 인하 확률은 43%로 낮아졌고, 4월 29일 파월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제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가 됐다.

자본은 이 환경에서 한 가지 기준으로 자산을 선별하고 있다. 비용 전가력이다. 원가가 올라도 판가를 올릴 수 있는 기업에는 돈이 들어오고, 원가를 소비자에게 넘기지 못하는 기업에서는 돈이 나온다. 오늘 SK하이닉스가 2.91% 올라 100만 원을 넘어선 반면, 호르무즈 봉쇄로 나프타(원유에서 추출하는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92% 오른 여파로 LG화학 여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것은 같은 원리의 두 얼굴이다.

흐름의 지표: 에너지 섹터(XLE), SK하이닉스·TSMC 주가
리스크: Section 232 반도체 관세 4월 14일 발표 — HBM 면제 여부에 따라 기대 반전 가능
출처: Morningstar | CPI March 2026 | 2026-04-10


합의와 재개통은 다른 이벤트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이란 의회의장 갈리바프가 마주 앉았다. 197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마주한 자리다. 시장은 이 장면에 타결 가능성 55~60%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CPI 3.3%라는 나쁜 소식에도 달러는 겨우 0.13% 오르는 데 그쳤다. 협상 기대감이 인플레이션 충격을 상쇄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달이 지적했던 것이 오늘도 유효하다. 합의는 정치적 사건이고, 호르무즈 재개통은 물리적 사건이다. 이 둘은 다른 이벤트다. 이란이 “우리가 감독하는 조건으로 통항을 허용하겠다”고 요구하는 한, 서류에 서명이 이뤄져도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협상 타결 뉴스가 나오는 순간 알고리즘 매매는 유가 숏(하락 베팅)을 칠 것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이 회복되기까지 그 낙폭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 작을 수 있다. 반대로 결렬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105달러를 넘고, 금은 4,850달러를 재진입하며, 달러는 강해진다. 비대칭은 여전히 결렬 쪽에 무게가 있다.

오늘 금 가격이 0.36% 소폭 하락한 이유가 바로 이 구조다. 협상 개막으로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는 수요가 약간 줄었지만, CPI 3.3%로 물가 상승에 대비하는 수요가 동시에 늘었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룬 결과가 -0.36%이고, 거래량은 전날의 85배로 폭증했다. 많은 사람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싸운 흔적이다. 4,700달러 지지선은 협상이 결렬 리스크를 품고 있는 한 유지된다.

흐름의 지표: 금(GC=F) 4,775달러 / WTI(CL=F) 99.81달러
리스크: 협상 전격 타결 시 금 4,600달러 이하 급락 가능
출처: Al Jazeera | 이슬라마바드 협상 | 2026-04-09


한국 자본의 위치 — 금리차와 환율의 마찰

오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회의다. 한국 금리(2.75%)와 미국 금리(5.25~5.50%) 사이의 실질 격차는 170베이시스포인트(1.7%포인트)를 넘는다. 이 격차가 오늘 원달러 환율 1,486원을 만들고 있다. 원화가 약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주식의 달러 환산 수익이 줄어든다. SK하이닉스가 2.91% 올라도 원화가 0.60% 약해졌으니 달러 기준으로는 2.3% 상승에 그친다. 이 마찰이 지속되면 외국인 자금의 한국 주식 매수 모멘텀에 제동이 걸린다.

반면 4월 14일 미국 반도체 관세(Section 232) 발표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AI 학습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이 면제 대상에 포함될 것을 기대하며 SK하이닉스를 사고 있다. 이 기대가 이미 오늘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 함정이다.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이고, 포함되지 않으면 낙폭은 오늘 상승폭의 2~3배가 될 수 있다. K-방산은 달리 읽힌다. 국내 전쟁 추경 26조 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미국은 유럽 방어를 포기한다는 국가방어전략(NDS)을 공식화했다. 국내 조달 예산이 확정되고, 해외 수요 구조가 자리 잡히고 있다. 수요 가시성이 높은 섹터다.

흐름의 지표: 원달러 환율 1,486원 / KOSPI 반도체·방산 섹터 동향
리스크: 미-한 실질금리차 +170bp — 원화 약세 지속 시 외국인 이탈 자기강화 가능
출처: 한국은행 | 금통위 결과 | 2026-04-10


달의 결론

오늘의 구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슬라마바드 협상의 결과가 호르무즈를 통해 유가를, 유가가 CPI를, CPI가 Fed를 지배하는 단일 인과 사슬이다. 자본은 이 사슬이 풀리기를 기다리며 달러 단기 자산에 머물고 있다.

사슬이 타결 방향으로 풀린다면, 유가가 먼저 급락하고, 에너지 비용이 내려가면서 CPI 경로가 개선되고, Fed 인하 기대가 복원되며, 대기 중이던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 경로에는 두 개의 지연이 있다. 합의와 재개통 사이의 물리적 시간, 그리고 근원 물가(Core CPI 2.7%)가 에너지와 독립적으로 서비스·주거비에서 고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협상이 타결되어도 Fed가 바로 완화로 돌아설 수 없는 이유다.

사슬이 결렬 방향으로 끊어진다면, 비용 전가력 있는 자산(에너지, 금, 방산)에 자금이 쏠리고 석유화학과 소비재는 더 깊어진다. 달러가 강해지고 원화는 약해지며 한국 수출주의 외국인 매수에 마찰이 커진다.

내가 틀릴 수 있는 지점은 두 곳이다. 첫째, 협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타결되어 시장이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구조로 작동하면, 에너지와 금의 낙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둘째, BTC ETF에서 BlackRock만 역행 매수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 공포지수 14(극단적 공포) 상황에서 기관이 사는 패턴은 역발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 둘은 내가 지금 더 무게를 두지 않는 시나리오이지만,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적어둔다.

4월 22일이 첫 번째 분기점이다. 이란 2주 휴전이 만료되는 날, 이 사슬의 방향이 처음으로 선명하게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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