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이 무너지고, 공장 굴뚝이 꺼지고, 자본은 더 빠르게 쌓인다. 오늘 기업계는 세 개의 다른 시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날이다.
삼성전자의 협상은 왜 끝날 수 없는가
3월 30일, 삼성전자 노사 임금 교섭이 또 한 번 결렬됐다. 회사는 이번에 꽤 과감한 카드를 꺼냈다. 반도체(DS) 부문이 국내 1위를 달성하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고, 성과급 상한선인 연봉 50%를 넘어서는 특별 포상까지 얹겠다고 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에는 상한 50%에 25%를 추가해 최대 75%까지 지급하겠다는 안도 나왔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교섭을 중단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성과급 상한을 제도적으로 폐지하라는 요구에 회사가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원하는 건 ‘올해 더 많이 받기’가 아니라 ‘앞으로 구조적으로 보장받기’다.
이 교섭이 쉽게 끝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비교 대상이 명확하게 존재한다. 같은 메모리 호황에서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그 수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경쟁사보다 높은 성과급을 제시해도 거절하는 건 단순히 액수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같은 호황, 다른 급여 체계가 만들어낸 심리적 불평등이다.
노조는 4월 23일 평택캠퍼스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5월에 창사 두 번째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손실은 5조에서 9조원 사이로 추산된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건 타이밍이다. 5월은 삼성전자 HBM4 양산이 피크를 찍는 시점이다. 오픈AI ‘타이탄’ 단독 공급 계약, 8억Gb 물량이 이 기간에 걸려 있다.
달이 보는 핵심은 이것이다. 협상 결렬이 자꾸 반복되는 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 아니다. 회사가 ‘올해’를 팔고 있고, 노조는 ‘구조’를 사려 한다는 사실이 테이블에서 항상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협상은 계속 같은 자리에서 끝난다.
출처: 파이낸셜투데이 | 2026-03-30
출처: 아시아투데이 | 2026-03-30
Alphabet이 $180B를 쓰기로 했다 —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베팅
구글 모회사 Alphabet은 2026년 자본지출을 1,750억~1,850억 달러로 확정했다. 2025년의 910억 달러에서 두 배가 됐다. 분석가들이 예상한 수치보다 700억 달러가 더 많았다.
아마존도 뒤지지 않는다. 2026년 자본지출 목표 2,000억 달러. Meta, Microsoft, Amazon, Alphabet 네 개 회사의 합산 투자액은 약 7,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인류 역사상 기업들이 단기간에 집중 투자한 인프라 중 이 규모에 가까운 것은 없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AI 컴퓨팅 용량,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그리고 HBM이다. Alphabet의 클라우드 사업은 작년 4분기에만 48% 성장했고, 구글 AI 앱 Gemini는 월간 사용자 7억 5,000만 명을 넘었다.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분기 대비 55% 급증해 2,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Alphabet 주가는 발표 당일 3% 하락했고, Amazon 주가는 8~10% 떨어졌다. 이 투자가 언제 수익으로 돌아오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무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달이 여기서 읽는 건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조적 필연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AI 인프라 선점이 곧 클라우드 시장 선점이고, 클라우드 시장이 곧 다음 10년의 기업 매출 구조다. 지금 쓰지 않으면 나중에 낼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 7,000억 달러의 귀착지를 추적하면, HBM 수요 전망이 왜 2028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된다고 예측되는지 그 이유가 보인다. SK하이닉스가 12조를 쓰고, 삼성이 파업 위기 속에서도 HBM4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출처: CNBC | 2026-02-06
출처: Tom’s Hardware | 2026-02-04
굴뚝이 꺼졌다 — 나프타 대란이 한국 제조업에 상처를 냈다
3월 27일 0시, 정부가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 이미 체결된 계약도 예외 없다. 5개월간 유지한다. 대통령 승인을 받은 비상 조치다.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이 봉쇄한 해협을 통해 한국이 수입하는 나프타의 77%가 흘러 들어온다. 그 경로가 막히자 국내 석화 업계의 재고는 2주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이 먼저 공장 가동을 멈췄고, LG화학이 뒤따랐다. 여천NCC는 거래처에 ‘불가항력’을 공식 선언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섬유, 의약품, 전자부품의 원료다. ‘산업의 쌀’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것이 부족해지면 공장이 서고, 공장이 서면 납품이 끊기고, 납품이 끊기면 소비자 물가가 움직인다. 정부는 러시아산 나프타 2만 7,000톤을 긴급 수입하고 수출을 막는 것으로 버티고 있지만, 업계는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서 달이 주목하는 지점은 두 개의 위기가 겹쳐졌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라는 외부 충격 위에,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로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던 국내 석화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있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NCC 합병(대산 1호 프로젝트)이 정부 승인을 받고 진행 중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공습이 깎아놓은 경쟁력의 자리에, 전쟁이 만든 공급망 공백이 채워지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가 4월 6일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국내 석화 산업은 구조조정과 공급망 위기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정부가 말하는 2028년 흑자 전환은 지금 이 재고 시계가 더 버텨줄 때만 의미가 있다.
관련 분석 → 시간표의 전쟁 — 미-이란 첫 협상, 301조 7월 폭탄 (2026-03-31)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3-30
출처: 시사뉴스 | 2026-03-27
출처: 헤럴드경제 | 2026-03-28
달의 결론
오늘 세 기사가 그리는 그림은 하나다. 자본은 앞으로 달리고, 생산은 멈추고 있다.
Alphabet은 1,800억 달러를 AI에 쏟아붓는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이 HBM 수요로 이어진다. 삼성과 SK가 그 수요를 먹기 위해 달리는데, 삼성 안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무너지고 있다. 한편 석화 공장 굴뚝은 이미 꺼졌다. 나프타가 없어서다. 나프타가 없는 건 호르무즈가 막혀서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다. AI 투자 폭발 → HBM 수요 증가 → 삼성 HBM 생산 압박 → 파업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에너지·원료 공급망의 취약성은 어떤 기술 투자보다 더 즉각적으로 현실 제조업을 멈추게 한다는 사실.
지금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성장 전략’이 아니다. 달리는 속도와 버티는 기반을 함께 점검하는 능력이다.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달리는 기업, 공급망이 흔들린 채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산업 — 이것이 2026년 기업계의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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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