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의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트럼프는 세 개의 외교 테이블 앞에 서 있다. 12일 뒤 선전 APEC에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는가. 5일 뒤 아부다비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합의할 수 있는가. 그리고 중간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란과의 거래 카드를 꺼낼 수 있는가. 세 가지 질문 모두 11월 안에 답이 나온다.
① APEC 선전 북미 정상회담 D-12 — 김정은은 올까
왜 지금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17~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출석을 확정했다. 아시아 순방 일정은 16일 마닐라 ASEAN 정상회의, 17~19일 선전 APEC으로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기간 중 김정은을 만나는 방안을 참모들과 비공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양원을 탈환하며 트럼프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 약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 외교 성과를 쌓아야 할 동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미 연합훈련 UFS(을지자유의방패)도 당초 예정보다 6일 단축되어 조기 종료됐다. 북한 달래기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다. 어제 뉴스레터(중간선거 결과 분석, 11월 5일)에서 살펴봤듯, 민주당 압승은 트럼프의 외교 행보에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트럼프의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는 발언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7년 이상 끊겼던 북미 대화 채널을 다시 열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북한은 10월 24일 김정은의 중국 단둥 방문에서도 시진핑과의 별도 회담 없이 귀환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공식 반박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이 테이블에 올릴 카드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주한미군 감축 요구다. 이 협상 테이블에 한국은 없다 — 한국이 자국 안보 협상에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 한반도 문제를 당사국인 한국을 빼고 미·북이 직접 처리하는 현상)’ 위험이 다시 현실화될 수 있다.
달의 의심
달은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발언이 협상 레버리지용 레토릭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지고 나서 꺼내는 “외교 카드”는 국내 정치용 쇼의 색채가 짙다. 북한이 선전 APEC에 나타나더라도 — 가능성 자체가 낮지만 — 비핵화 조건 없는 ‘포토 오프(기념사진 촬영 행사)’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2019 하노이에서 패착을 겪은 트럼프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비공개 실무 채널이 먼저 열려야 하는데, 그 증거가 아직 없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70%) — 회담 불성사: 북한이 선전 APEC 기간 공식 초청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시진핑-푸틴 3자 구도가 선전을 채운다. 한반도 주제는 배경음악이 되고, 한국은 선전 APEC의 주된 의제에서 빠진다.
시나리오 B (30%) — 회담 성사: 비공개 실무급 채널 가동이 확인되고 단둥 방문이 사전 접촉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선전 APEC 계기 정상 접촉이 성사된다. 비핵화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선언 — 한국 소외 가속화.
틀릴 조건: 11월 7~10일 사이 북한이 긍정적 담화를 발표하거나 비공개 실무 채널 가동 증거가 나오면 B 확률이 역전된다.
② 러-우 아부다비 협상 D-5 — 겨울이 오기 전에 에너지 휴전이 가능한가
왜 지금인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중재한 우크라이나 남부 올레슈키 국지 휴전이 10월 29일 발효됐다가 11월 2일 종료됐다. 4일짜리 짧은 휴전이었다. 그러나 이 휴전이 남긴 성과는 작지 않다 — 수백 명의 주민이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대피했다. 이제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측은 11월 10~11일 아부다비에서 기술급 3자 회담(우크라이나-러시아-미국)을 예고했다. 의제는 에너지 시설(발전소·변전소·송전망 등 민간 전력 인프라) 공격 중단과 포로 교환이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협상 창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기술급 협상’은 영토 경계나 안보 보장의 큰 틀을 다루지 않는다.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포로 교환처럼 세부 이행 조건을 협의하는 무대다. 러시아가 겨울 에너지 무기(우크라이나 발전소를 공습해 난방·전력을 차단하는 전략)를 포기하는 조건을 얻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겨울 우크라이나 민간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에너지 카드를 쥐고 있을수록 협상력이 유지된다는 계산을 한다.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군사외교위원회를 장악한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조건을 더 강하게 걸 수 있고, 역설적으로 이는 러시아에게 협상 거부의 명분을 추가로 준다.
달의 의심
달은 아부다비 11월 10일 회담이 또 다른 ‘첫 번째 단계’에 그칠 가능성을 높게 본다. 1월과 2월에도 아부다비에서 기술급 회담이 열렸지만 포괄 휴전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멜라니아 모멘텀은 미디어 이벤트로서의 가치가 크지만, 실질 협상은 비키오프(Steve Witkoff, 미국 대통령 특사) 같은 협상가의 몫이다. 러시아가 겨울 공습 카드를 버릴 가능성은 낮다. 에너지 무기를 쥐고 있어야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협상 소강: 11월 10~11일 아부다비 회담은 의제 확인 수준에서 마무리,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소폭 합의 가능성은 있지만 군사 에스컬레이션은 계속된다. 포괄 휴전은 2027년 이후.
시나리오 B (40%) — 겨울 돌파: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합의 + 2개월 군사 소강상태 → 겨울 우크라이나 민간 피해 대폭 감소. 이는 봄까지 협상 채널을 살려두는 조건이 된다.
틀릴 조건: 러시아가 11월 10~11일 회담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자체를 거부하고 11월 중 대규모 발전소 공습을 재개하면 A 확률이 90%로 상승한다.
③ 이란 — 중간선거 패배 뒤 트럼프의 거래 카드
왜 지금인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가 중간선거 패배 직후 “이란 전쟁이 패인이었다”고 공개 발언했다. 트럼프도 11월 5일 “이란과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과의 대화 채널이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미국은 같은 날(11월 4일) 이란 연계 선박 등록처와 항공 지원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협상 발언과 제재가 같은 날 나오는 모순적 풍경이다. 한국에게도 이 협상의 행방은 직결된다 — 한국 에너지 수입의 2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이란이 위협을 가하는 주요 원유 수송로)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트럼프의 “거래” 발언은 이란 핵 프로그램 동결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보장을 맞바꾸는 패키지를 의미한다. 올해 6월 미-이란이 14개 항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주요 언론의 교차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아 미검증 상태다. 확실한 것은 이란 강경파가 “양보는 협상 테이블이 아닌 미사일을 통해 얻겠다”는 논리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변수도 살아있다 —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 옵션을 공식 포기한 적이 없다.
달의 의심
달은 트럼프의 “거래 가능” 발언이 선거 직후 나왔다는 타이밍에 주목한다. 레임덕 트럼프에게 이란 거래 성사는 외교 레거시의 핵심이다 — 이 필요가 오히려 이란에게 협상 레버리지를 주는 역설이 있다. 더 나아가 겨울 오일 가격 상승이 이란 호르무즈 긴장에 기인한다면, 미국 경제 압박이 커져 트럼프가 더 급해진다. 그러나 신규 제재를 계속 추가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이란이 “미국은 진심이 없다”고 거부할 근거를 제공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거래 모색: 중간선거 직후 카타르·오만 경유 비공개 채널이 활성화되고 12월 중 협상 재개 가능성이 생긴다.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동결을 제안할 수 있다. 한국 호르무즈 리스크 소폭 감소.
시나리오 B (45%) — 에스컬레이션: 이란 강경파 주도로 추가 미사일 도발과 미국 추가 제재가 맞물리며 겨울 호르무즈 긴장이 재고조된다. 원유 가격 상승 → 한국 에너지 비용 급등.
틀릴 조건: 이란이 11월 중 비공개 채널을 통해 MoU 이행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면 A 확률이 70%로 상승한다.
선거 결과가 외교 지형을 바꾸는 데는 며칠이면 충분하다 — 레임덕 트럼프는 북미·러우·이란 세 개의 협상 테이블에서 11월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그 압박이 오히려 협상 상대에게 유리한 레버리지를 넘겨주는 역설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