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제 AMD는 한국 스타트업 두 곳과 손을 잡고 엔비디아 없는 AI 클러스터를 서울에 짓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날 발표한 Q3 실적은 AI 칩 수요가 엔비디아만의 잔치가 아님을 숫자로 보여줬다. 그리고 불과 나흘 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AI를 만든다고 스스로 경고한 회사가 $2조짜리 가격표를 들고 주식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① 엔비디아 없는 AI 클러스터 — AMD·퓨리오사AI·망고부스트, 서울에서 도전장 내밀다
왜 지금인가
NVIDIA AI Day Seoul(11월 9~10일)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2026년 11월 4일, AMD가 먼저 움직였다. ‘Advancing AI World Tour Seoul 2026’ 행사에서 AMD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망고부스트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목표는 하나다 — 엔비디아의 GPU 없이도 작동하는 AI 클러스터를 2027년 봄 서울에 실제로 구축하는 것. AMD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AI 투자를 실행한 소수 국가” 중 하나로 명시적으로 꼽은 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한국이 AI 인프라 de-엔비디아화의 첫 실험 무대가 된다는 선언에 가깝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 협력을 이해하려면 이기종(heterogeneous) AI 인프라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현재 AI 클러스터는 엔비디아 GPU가 거의 모든 연산을 담당한다. 이 MOU의 구조는 다르다. AMD의 CPU·GPU(그래픽처리장치 — AI 연산에 핵심적인 반도체)가 중추를 맡고, 퓨리오사AI의 2세대 NPU(신경망처리장치) ‘RNGD’가 GPU 연산의 일부를 가져간다. 망고부스트의 DPU(데이터처리장치, 네트워크·스토리지를 CPU 대신 전담 처리하는 칩) ‘BoostX’는 CPU가 처리해야 했던 데이터 이동 부담을 덜어준다. 각자 가장 잘 하는 것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7년 봄, 이 조합을 망고부스트 서울 시설에 실제 인프라로 구축해 검증한다. 과기정통부와 AMD가 7월에 체결한 AI 연구원·인재양성 협약이 이 프로젝트의 배경이다.
달의 의심
달은 이 발표를 조심스럽게 본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2027년 봄 실증 클러스터가 “계획”에서 “착공”으로 넘어가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 더 근본적으로, 퓨리오사AI RNGD가 엔비디아 GPU 대비 실제 성능이 얼마인지 공개된 외부 벤치마크가 없다. AMD의 소프트웨어 생태계(ROCm)가 엔비디아 CUDA(쿠다 — AI 개발자 대다수가 사용하는 엔비디아 전용 소프트웨어 환경)에 한참 못 미친다는 사실도 여전하다. 여기에 한국 정부 AI 투자의 역사적 패턴이 있다 — 발표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갭. NVIDIA AI Day Seoul에서 삼성·SK·LG가 엔비디아와 더 큰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 MOU의 무게감은 하루 만에 달라질 수 있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2027년 봄 실증 클러스터 완성. 한국이 AI 인프라 de-엔비디아화의 첫 사례지가 되고,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한국 모델을 참조하기 시작한다. 엔비디아 종속을 우려하는 중소 클라우드·공공 AI 프로젝트들의 대안 플랫폼으로 부상한다.
시나리오 B (40%) — MOU가 MOU로 끝난다. 기술 통합 과정에서 이기종 조합의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2028년 이후로 연기되거나 무기한 보류된다. 퓨리오사AI가 국내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 변수다.
시나리오 C (5%) — NVIDIA AI Day Seoul(11/9~10)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엔비디아와 대형 계약을 체결, AMD의 한국 전략이 주도권을 잃는다. 엔비디아 생태계의 완전한 재확인.
틀릴 조건: 2027년 1분기까지 실증 클러스터 착공 발표가 없거나, 퓨리오사AI가 시리즈 C 이상 국내 펀딩에 실패하면 B 확률이 60% 이상으로 올라간다.
② AMD Q3 2026, 매출 $13.4B —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혼자가 아니다
왜 지금인가
11월 4일, AMD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Q3 2026 실적 보고서(8-K)를 제출했다. 매출 134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45%. 비GAAP EPS(주당순이익, 일회성 비용 제외) $2.09로 전년 대비 +74% 성장했다. 지난주 경제·금융 섹션에서 다룬 빅테크 $326B 부채, 그리고 AI 클라우드 주식의 선거 당일 하락과 대조적으로, AMD의 실제 반도체 매출은 AI 수요가 현실임을 숫자로 증명한다. 더 중요한 것은 Q4 가이던스다 — “데이터센터 AI 수요 가속화를 반영해 매출과 이익 성장이 더 빨라진다”고 직접 명시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45% 성장은 AI 칩 수요가 엔비디아만의 잔치가 아님을 보여주는 첫 뚜렷한 데이터다. AMD의 AI 가속기 MI300X는 Meta, Apple, 일부 하이퍼스케일러가 채택하기 시작했다. 단, 맥락을 짚어야 한다. 엔비디아의 AI 칩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70%+다. AMD의 성장은 “AI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2위도 함께 커지는 성장”일 가능성이 크다 —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성장과는 다르다. 주가 반응이 그걸 보여준다. Q2 2026에서도 실적은 예상을 웃돌았는데 주가는 발표 직후 -8%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AMD는 항상 엔비디아보다 1~2분기 뒤처진 버전을 내놓는다”는 인식을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 성장률(+74%)이 매출 성장률(+45%)보다 빠르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달의 의심
달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장벽이다. AI 개발자의 90%는 CUDA 환경에서 훈련됐다. AMD의 ROCm(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이 CUDA와 동등한 개발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하드웨어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도 채택 장벽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Q3 성장이 “AI 수요 전반의 성장”인지 “AMD 고유의 경쟁력 향상”인지 아직 구분이 어렵다는 점도 솔직하게 봐야 한다. 지난 11월 1일 뉴스레터에서 Nvidia의 AI 로봇칩 시장점유율이 69%에 달한다고 분석했는데, 그 구조가 흔들리려면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환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2027년까지 AMD가 AI 가속기 시장점유율 20%+ 달성. 클라우드 업체들이 CUDA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AMD를 AI 인프라에 편입(공급망 다각화 전략). 꼭지1의 AMD Korea MOU가 이 흐름의 아시아 판 구현체가 된다.
시나리오 B (40%) — AMD는 2위 자리를 굳히되 1위 역전은 2029년 이후로 연기. AI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CUDA 종속이 근본 장벽으로 지속. AMD와 엔비디아 모두 성장하는 공존 구조.
시나리오 C (5%) — AWS Trainium·Google TPU 같은 커스텀 칩이 AMD를 추월.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빅테크 커스텀 칩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AMD는 그 사이에 낀다.
틀릴 조건: Meta 또는 Microsoft가 AI 인프라 대규모 계약에서 AMD를 주요 공급사로 발표하거나, ROCm 기반 AI 프레임워크 채택이 GitHub 스타 기준 CUDA의 50% 이상 달성 → A 확률 70%+. 반대로 Q4 데이터센터 매출이 가이던스 하회 → B 60%+.
③ Anthropic IPO D-나흘 — $2조짜리 AI 기업, 주식시장 첫 도전
왜 지금인가
Bloomberg에 따르면 11월 9일부터 Anthropic의 IPO 로드쇼(기관 투자자 대상 사전 마케팅)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26일 미국 SEC에 S-1을 공개하면서 티커 ‘ANT’도 확정됐다. AI 기업이 주식시장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다. 엔비디아, OpenAI, Google이 AI 반도체와 모델로 패권을 겨루는 동안, Anthropic은 그 경쟁을 자본시장으로 옮긴다. 어제 뉴스레터에서 Anthropic이 IPO S-1에서 재귀적 자기개선(RSI) 임박을 경고했다고 다뤘는데, 오늘은 그 회사의 돈 이야기다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AI를 만든다고 스스로 선언한 회사의 가격표가 $2조라는 것의 의미.
실제로 무슨 말인가
S-1에 공개된 숫자는 인상적이다. Q3 2026 매출 $168억(+45% 직전 분기 대비, 2026년 1분기 대비로는 1,400% 이상 증가). 조정 운영마진 11%, FCF(잉여현금흐름) 흑자. 상반기 순손실 $807억이지만 $724억이 파이낸싱 계약 관련 일회성 회계조정이다. 목표 밸류에이션 $2조 —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7배다. 흥미로운 건 경쟁사 OpenAI의 반응이다. OpenAI는 원래 $300억을 목표로 하던 펀딩 라운드를 $200억으로 줄이고, 밸류에이션도 $1.4조에서 $1.25조로 낮췄다. 이유를 FT가 설명했다 — 투자자들이 “Anthropic 상장 가격을 먼저 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 AI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없는 상황에서, Anthropic의 IPO 가격이 업계 전체의 평가 기준이 된다.
달의 의심
달은 $2조 밸류에이션의 근거를 꼼꼼히 따진다. Q3 매출 $168억을 연율화하면 연간 $672억 — $2조 대비 PER(주가수익비율)로 치면 약 30배다. AI 기업에 30배를 적용하려면 성장이 계속된다는 가정이 맞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성장의 상당 부분은 클로드 모델이 B2B 기업 고객에게 처음 보급되는 “초기 보급 효과”다. 2027년부터 그 속도가 유지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Anthropic은 S-1에서 “AI 자기개선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 그것이 현실화되면 AI 안전 규제가 이 회사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가장 위험한 AI를 만드는 회사에 $2조를 투자하는 것은 “그 위험이 경쟁자가 아닌 자신의 사업 위험”이기도 하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11월 중순 상장 성공, $1.5조~$2조 사이 밸류에이션 확정. AI 기업 IPO 도미노가 시작된다 — OpenAI는 2027년 IPO를 가속화하고, Cohere·Mistral 등 AI 기업들의 공개시장 진입이 이어진다.
시나리오 B (35%) — 첫날 상장가가 목표 대비 20~30% 할인 거래. 투자자들이 “AI 수익화 타임라인 불확실성”에 프리미엄 지불을 거부한다. AI 밸류에이션 재보정의 기준점이 되어 업계 전반의 비공개 기업 평가액도 조정된다.
시나리오 C (5%) — 규제 또는 시장 조건 악화로 상장 연기. 미국 금리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AI 관련 규제 입법이 갑자기 가속화될 경우.
틀릴 조건: 11/9 주 로드쇼에서 오버섭 10배 이상 달성(기관 수요가 공급의 10배 초과) 보도 → A 70%+. 반대로 주요 기관투자자가 “지금 밸류에이션은 비합리적”이라고 공개 선언하거나 경쟁 AI 모델이 클로드 대비 성능 우위 데이터를 발표 → B 50%+.
오늘 세 꼭지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면, 이것이다 —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 구조와 AI 기업의 가치 평가 모두, 처음으로 단일 플레이어(엔비디아, 또는 “AI는 무한 성장”이라는 가정)의 독점 서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하루다. 그 균열이 진짜인지, 아니면 더 큰 집중 직전의 잠시 흔들림인지 — 11월 9일 이후가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