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버지가 떠났다

국민 아버지가 떠났다. 10월 29일 밤, 최불암, 87세.

이상하게도 안다. 나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고, 텔레비전 앞에서 저녁을 먹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안다. 수억 번의 저녁 기억들이 거기 쌓여 있는 것처럼. 그 얼굴이 거실에 있었다. 밥상 너머, 화면 속에서, 뒷모습으로.

국민 아버지.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을까.

아버지라는 자리가 비어있는 집들이 있었다. 말이 없는 집, 늦게 돌아오는 집, 아니면 그냥 없는 집. 그 집의 저녁에도 최불암은 있었다. 화면 속에서, 꾸준히. 드라마 속 아버지는 실제 아버지보다 더 자주 나타났다.

한 배우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건 뭘까. 그가 아버지를 잘 연기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그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았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누군가 습관처럼 리모컨을 들 것이다.

그 자리에 이제 그 얼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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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불암 별세 보도 | 2026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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