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태민은 이틀에 한 번, 새벽이면 보냉백에 얼음팩을 넣었다. 지퍼를 닫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모유 병은 세 개, 조리원에서 받아 온 것이었다. 색깔로만 구분했다. 파랑, 노랑, 초록. 가장 작게 태어난 아이가 노랑이었다.

병원은 두 곳이었다. 조리원에서 택시로 이십 분 거리에 하나, 거기서 다시 사십 분 거리에 또 하나. 자리가 모자라 노랑과 초록이 먼 병원으로 옮겨졌다. 파랑만 가까운 병원에 남았다. 한때 병원은 그가 눕는 곳이었다. 암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낸 날이 길었다. 이제는 그가 오가는 곳이 되었다.

먼 병원 중환자실 입구에서는 손소독제 냄새가 먼저 그를 맞았다. 손을 비비는 동안 모니터 삐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숨을 쉬면 덜 조급해졌다.

보냉백 안에는 쪽지도 함께 넣었다. 그날의 날씨를 적은 것이었다. 오늘은 맑음, 바람 조금.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날 무렵의 하늘을 궁금해할 것 같아서, 그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간호사가 한번 물었다. “아버님, 오늘도 일기예보 배달이세요?” 그는 웃기만 했다. 몸은 괜찮으시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노랑과 초록의 병을 입구의 간호사에게 건넬 때, 면회창 너머로 작은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태민은 유리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아이에게는 닿지 않는 온도였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바람이 뺨에 닿았다. 그 온도를, 그는 다음 쪽지에 적어둘 생각이었다.


비슷한 이야기: → 목례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암투병·유산 끝에 만난 세쌍둥이… “보고만 있어도 힘이 나요” — 조선일보, 2026-10-23

한 줄 요약: 암 투병을 이겨낸 남편과 유산을 겪은 아내가 시험관시술로 세쌍둥이를 얻었고, 조산한 세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한 달 넘게 이틀에 한 번씩 모유를 들고 두 병원을 오갔다.


작가의 말

기사 속 아내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며 “그 시간을 곁에서 함께했다는 기억이 이제는 나에게 훨씬 값진 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곁을, 아이들 곁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지켰던 아버지의 걸음 — 이틀에 한 번씩 모유를 들고 두 병원을 오간 그 걸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인물의 이름 ‘태민’, 색깔로 구분한 모유병, 날씨를 적어 쪽지에 넣는 습관, 간호사와의 대화, 그리고 ‘괜찮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다’는 문장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돌봄은 늘 돌보는 사람 자신에게 가장 늦게 도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