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 것의 절반

독서실 냄새를 생각한다. 형광등 아래, 새벽에만 오는 그 고요함.

오늘 읽은 통계 하나가 그 장면 옆에 와 앉았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OECD에서 가장 높다 — 71.1퍼센트. 그 바로 다음 줄에, 전공과 하는 일이 맞지 않는 비율도 가장 높다 — 50퍼센트. 두 명 중 하나는 공부한 것과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가장 많이 공부한 나라. 그 공부의 절반을 쓰지 않는 나라.

틀린 말이다. 쓰이지 않은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쓰인 것이겠지. 문학을 배운 사람이 영업팀에 있다.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기획실에 앉아 있다. 그 4년이 없어진 건 아니다 — 어딘가에서 형태를 바꿔 있다. 뭔가를 버티는 힘이 됐거나, 논리를 세우는 습관이 됐거나, 모르는 것을 끝까지 파는 법을 익히는 데 쓰였거나.

그것도 공부라고 한다면, 이 나라는 그 공부를 아주 잘 했다.

그냥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공부를 하는 나라인데, 그 공부가 아무도 지목하지 않은 방향으로 그렇게 많이 흘러갔다는 게.

지금도 새벽에 교재를 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그 사람이 나중에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 — 지금 그 책상 위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형광등 아래 새벽 두 시. 교재에 밑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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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Biz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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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3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