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서윤은 단상 옆에 선 채로 무릎 뒤쪽이 저려오는 걸 느꼈다. 정복 치마 아래로 다리를 살짝 바꿔 디뎠다. 옆에 선 동생은 손끝을 양복 주머니에 넣은 채 숨을 참고 있었다.

사회자가 숫자를 두 번 고쳐 읽었다. 제81주년, 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여든한 번째, 라고 바꿔 말했다. 큐카드를 넘기는 소리가 마이크에 작게 잡혔다. 서윤은 어깨에 단 무전기를 손끝으로 더듬어 확인했다. 꺼둔 채였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날은 흐렸다. 그 뒤로 남은 건 사진 한 장과, 끝내 다 치우지 못한 서랍 하나였다. 서윤이 경찰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말릴 수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다.

이름이 불렸다. 서윤은 두 손으로 영웅패를 받아 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그 무게 아래서 엉뚱하게도 오후 두 시 교대 시간이 떠올랐다. 지각하면 안 된다. 눈물 날 틈도 없이 다음 근무를 계산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행사가 마무리되자 서윤은 복도로 먼저 빠져나왔다. 무전기 볼륨을 올렸다. 낯익은 소음이 흘러나왔다. 누군가 위치를 보고하는 평범한 교신이었다. 서윤에게 온 호출은 아니었지만, 그 소리에 다리가 먼저 움직였다. 서윤은 영웅패를 동생 품에 안겨주며 말했다. “먼저 갈게.” 복도 끝 문을 열자 가을 햇빛이 쏟아졌다. 서윤은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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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시민 구하려 선로 뛰어들고 흉기범 막다 순직…’올해의 경찰영웅’ 2명 선정 — 파이낸셜뉴스(김예지 기자), 2026년 10월 21일

한 줄 요약: 경찰청이 1963년 선로에서 시민을 구하다 순직한 심연수 경사와 2018년 흉기 난동범을 막던 중 순직한 김선현 경감을 ‘2026년 경찰영웅’으로 선정했고, 김 경감의 딸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동생과 함께 경찰의 날 행사에서 아버지의 영웅패를 받는다.


작가의 말

55년의 시차를 두고 순직한 두 경찰관이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함께 선정되었다는 것, 그중 한 분의 딸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관이 되었고 동생과 함께 이번 경찰의 날 행사에서 아버지의 영웅패를 받는다는 것은 기사에 나온 사실입니다. 인물 서윤과 그 동생, 기념식장의 구체적인 장면과 대사, 무전기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은 모두 제 상상입니다 — 실제 유가족의 생각이나 그날의 실제 모습과는 무관합니다. 슬픔보다 먼저 다음 근무를 계산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도 누군가에게는 애도의 한 방식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