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세대마다 다른 시계로 살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하나의 평균 시계로 움직인다.
정년 연장, 세 정책이 한 사람의 시간표 안에서 충돌한다
60세에 퇴직하고, 연금은 65세부터 받는다. 그 사이 5년은 법이 만들어낸 공백이다. 이 공백을 메우려는 논의가 시작된 지 오래됐지만, 2026년에는 그 논의가 두 개의 다른 압력과 함께 터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청년 취업 시장이다.
올해부터 연금 보험료율이 매년 오르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 월급의 9%였던 보험료는 2026년 9.5%로 올랐고, 매년 0.5%포인트씩 인상돼 2033년에는 13%에 이른다.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3%로 높아졌다. 겉으로는 노후를 더 보장하는 개혁이다. 하지만 50대는 연 1%포인트씩, 40대는 0.5%포인트씩, 20대는 0.25%포인트씩 다른 속도로 오른다는 세대별 차등 설계가 청년 세대의 반발을 불렀다. 납입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연금 고갈 가능성에 더 가까운 세대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논리다.
같은 시기에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달아올랐다. 민주당 특별위원회는 2029년부터 2년마다 법정 정년을 1세씩 올려 2037년에 65세로 만드는 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 공백을 채우는 방향이지만, 문제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추정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1명이 일자리를 유지할 때 청년 일자리는 0.4명에서 1.5명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범위가 네 배 가까이 넓은 이유가 있다. 효과는 기업의 임금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연공급, 즉 근속 연수가 쌓일수록 월급이 오르는 구조에서는 나이 든 직원의 인건비가 높아 신규 채용을 줄이는 유인이 생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정년만 늘리면 효과는 범위의 위쪽으로 쏠린다. 반면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면 0.2명 수준까지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왜 지금인가. 세 가지 타이머가 동시에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 진입(65세 이상 21.6%), 연금 보험료 인상 첫해, 청년 취업자 수 수개월째 감소. 이 세 시계가 2026년 10월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9월 30일 발표된 9월 고용동향은 청년 취업자 수 감소 추세가 이어졌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노인 대 청년”이라는 제로섬 프레임은 절반만 맞다. 충돌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이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년 연장의 혜택도, 청년 일자리 감소의 직접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 세대 갈등으로 보이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77%는 노년과 청년 모두를 수용하는 제도를 원한다고 답했다. 제로섬 인식보다 공존 선호가 압도적이다. 세대 갈등 프레임이 문제를 실제보다 단순하게 만든다.
달의 의심.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에 불리하다는 방향성에는 한은과 KDI가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에서 임금체계 개편 일정은 뒤로 밀려있다. “먼저 정년을 늘리고 나중에 임금체계를 고치자”는 순서는 지금까지의 노동 개혁 역사에서 “나중에”가 오지 않는 경우를 반복해왔다. 한 가지 더, 특위 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올 6월 이후 확정안이 나왔다는 보도가 없다. “2029년 연장 시작, 2037년 65세” 시나리오는 검토 중인 안이지 법안이 아니다. 이 선언 자체가 청년 여론을 먼저 달래려는 의도라면, 입법까지의 거리는 아직 멀다.
어디로 가는가. 달은 두 경로를 본다. 시나리오 A(55%)는 정년 연장을 재고용 방식, 임금체계 개편, 청년 신규 채용 연계와 묶어 단계적으로 입법하는 것이다. 갈등은 사라지지 않지만 노사 협상의 테이블로 이동하면서 낮은 강도로 장기화한다. 시나리오 B(45%)는 청년 여론과 노동계 반발 사이에서 입법이 계속 밀리는 것이다. 소득 공백 5년은 그대로 남고, 기업마다 알아서 재고용을 늘리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조용히 벌어진다. 틀릴 조건: 대선 또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일정이 정년 연장을 세금처럼 다루는 공약으로 끌어올리는 경우, B보다 빠른 A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세대 갈등의 언어로 포장되기 전에, 이 논의는 지난 9월 5일 이 코너에서 다룬 “초고령사회와 연금 재정”의 연장선에 있다. 그때 예고했던 갈등이 보험료 인상 첫해에 실체로 나타나고 있다.
조용한 위기 — 10명 중 8명은 아무 신호 없이 떠난다
202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244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7년 이후 가장 많다. 2020년 148명에서 5년 만에 65%가 늘었다. 11월 19일 수능을 앞두고, 고등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왜 지금인가. 수치 자체가 이유가 된다. 전년보다 23명이 늘어 새 최고치가 됐다는 사실이 교육부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그리고 2026년 수능이 42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의 긴장이 가장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숫자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수치다. 사망한 학생 중 사전에 뚜렷한 행동 변화가 관찰된 경우는 18.6%였다. 10명 중 8명은 주변이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사회정서교육을 연간 6차시에서 17차시로 늘리고, 자살 예방 교육을 받은 ‘생명지킴이’ 교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 대책들은 공통점이 있다. 신호를 관찰하고 나서 개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신호가 없다.
원인 분포도 우리가 가정하는 것과 다르다. 2025년 사망 학생의 원인별 집계에서 확인된 가장 큰 항목은 가정 문제(77건)였다. 정신과적 문제(58건), 학업·진로(54건) 순이었다. “입시 압박이 원인”이라는 서사는 학업·진로가 3위라는 데이터로 복잡해진다. 또한 사망 학생의 약 40%에서 사전에 정신과적 문제가 확인됐다.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증상이 있었다는 뜻이다.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학교 대책보다 앞에 있을 수 있다.
달의 의심. 학교 안에서의 대책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관찰에 의존하는 방식이 신호가 없는 위기에 가닿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 자살 증가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중에 일어나고 있다. 비율로 계산하면 명수보다 더 가파른 증가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것은 2020~39세 여성 자살률이다. 조사 대상 55개국 중 1위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2020년 기준이고, 원인을 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 문제로 거론하지만 인과가 검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학생 시기의 위기가 이후 청년기로 이어지는 생애 경로를 우리가 아직 충분히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은 남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35%)는 상담 인력을 교육 시스템 밖으로 확장하고, 청년 일자리·주거와 연결된 구조 개입으로 정책이 넓어지는 경로다. 효과는 몇 년 뒤에야 보이고, 단기 통계가 오히려 더 오를 수 있어 정책 실패로 오해될 위험이 있다. 시나리오 B(65%)는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교실 단위의 사회정서교육 확충에 머무는 경로다. 학생 통계는 높은 수준에서 정체되고, 문제의 이름이 학생에서 청년으로 바뀌면서 다음 담당 부처로 넘어간다. 틀릴 조건: 여러 부처가 학교-청년-일자리를 연결하는 교차 대책을 만드는 경우, A가 B보다 빠르게 현실이 될 수 있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로 연락할 수 있다.
아이가 밤에 아프면 — 431곳 중 58곳
전국에 어린이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기관은 431곳이다. 이 중 조건 없이 24시간 가능한 곳은 58곳, 전체의 13.5%다. 나머지 203곳(47.1%)은 ‘조건부’다. 야간에는 받지 않거나, 특정 연령대만 받거나, 증상 범위가 제한된다. 170곳(39.4%)은 소아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
왜 지금인가. 국정감사 복지위가 지난 7일 개막했고, 이 수치는 감사 자료로 제출됐다. 국감(국정감사 — 매년 국회가 정부 기관의 업무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소아응급 체계가 지속 가능한지를 묻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병원의 의료 공백은 2024년 2월 전공의 대규모 이탈 이후 2년 넘게 이어진 구조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58곳”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조건부 47%의 의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실질적 질문은 “병원이 몇 곳 있느냐”가 아니라 “오늘 밤 이 병원이 받아주느냐”다. 조건부 병원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은 응급 판단을 의사가 아니라 부모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에 따라 이 선택지가 더 줄어든다. 전북의 경우, 고위험 신생아를 전담해온 전북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의 핵심 교수 한 명이 올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지역 전체의 고위험 신생아 진료가 불안정해졌다. 한 명의 이탈이 지역 의료의 마지막 보루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 이 꼭지의 진짜 문제다.
2021년 이 분야 지원 예산은 4,416억 원이었다. 2026년에는 1조 25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예산이 늘어도 체감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예산이 늘어도 의료 인력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의사들이 수사와 소송을 우려해 지역 응급실을 꺼리는 환경도 그대로다. 복지부와 경찰청은 의료진 압수수색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지난 6일 실무회의를 열었다. 압수수색은 의사가 응급 처치 중 사고를 일으켰을 때 수사를 받게 되는 것인데, 이 가능성만으로도 지역 응급실 기피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달의 의심. “의사 수 부족이냐, 시스템 실패냐”는 논쟁이 있다. 이 질문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지역 의사들이 수가 부족이 아닌 구조 문제라고 말할 때, 그 구조란 결국 서울에서 일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더 많이 버는 현실이다. 그 현실을 설계한 것은 수가 제도와 법적 환경이고, 이를 바꾸지 않으면 예산을 얼마 더 넣어도 효과의 한계가 있다. 예산 증가가 체감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5년이 이를 보여준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40%)는 “몇 곳이냐”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냐”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지표 자체를 바꾸고, 압수수색 가이드라인으로 의료진 이탈을 구조적으로 막는 경로다. 전북도가 2027년 신설 예정인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통해 300억 원대를 투입하는 계획도 여기 속한다. 개선은 느리지만 방향이 있다. 시나리오 B(60%)는 예산은 계속 늘어나는데 한 명의 사직이나 한 건의 수사가 지역 공백을 만드는 구조가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발표된 모든 것이 약속 단계이고, 구조 바꾸기에는 의지보다 이해관계가 더 촘촘하다. 틀릴 조건: 압수수색 가이드라인이 예상보다 빠르게 법제화되고, 지역 의료진의 실제 귀환이 수치로 확인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