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

천판수는 오후 한 시, 마당에서 고무장화를 꺼내 신었다. 화단 옆에 놓인 파란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굴 따는 조새였다. 서른 해를 쥔 손잡이는 반질반질했다.

며느리가 채워준 손목의 기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모례항 갯바위 쪽으로 걸었다. 걸음은 느렸지만 방향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어제 먹은 밥도 가물거리는 그였지만, 이 길만은 발이 먼저 알고 있었다.

바위에 닿자 짠 내가 훅 끼쳤다. 조새 끝을 바위틈에 밀어 넣었다. 굴이 톡, 떨어져 바구니에 굴렀다. 옆에서 명자가 웃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삼십 년 전에도, 꼭 이 소리였다.

발목에 닿는 물이 차가웠다. 그런데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평생 이 바다의 시간을 몸으로 익힌 사람이었다. 다만 그 시간을 셈하던 머리가 이제 그의 것이 아니었다.

오후 여섯 시, 다섯 시간을 뒤지던 경찰 둘이 바위 위로 올라왔다. 물은 이미 무릎 밑까지 차 있었다. 내려갈 길이 없었다. 셋은 바위 꼭대기에 나란히 앉았다.

경찰관들은 무전기를 붙들고 발을 굴렀다. 천판수는 조새를 무릎에 얹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셋 중 가장 덤덤한 건 그였다. 물이 무섭지 않았다. 이 바위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거기 있던 자리였다.

구조선이 닿고서야 아들은 손목 기계를 내려다봤다. 화면은 비어 있었다. 하루 종일 아무 데도 가리키지 못한 채였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길을 잃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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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종자 찾다 밀물에 고립…사천 갯바위서 경찰 등 3명 구조 — 세계일보, 2026.09.27

한 줄 요약: 배회감지기 신호가 끊긴 치매 노인을 찾아 나선 경찰관 2명이 사천 갯바위에서 그를 발견했으나, 밀물이 차오르며 셋이 함께 고립돼 해경에 구조된 이야기.


작가의 말

실제로는 배회감지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로 경찰이 수색에 나섰고, 다섯 시간 만에 사천 향촌동 모례항 갯바위에서 60대 치매 남성을 발견했지만 밀물에 셋이 함께 갇혔다가 해경에 구조된 사건입니다. 그가 왜 하필 그 갯바위로 향했는지, 신호가 왜 잡히지 않았는지는 기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물의 이름과 가족 관계, 굴을 따던 과거와 아내 명자, 조새라는 도구는 모두 제 상상입니다. 치매는 최근의 일보다 오래된 몸의 기억을 더 늦게까지 남긴다고 합니다. 기계는 그를 찾지 못했지만, 그의 발은 한 번도 헤매지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