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린 반도체는 13% 줄었는데 수출액은 역대 최대이고, 이란이 7일 로드맵을 꺼냈는데 유가는 100달러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으며, 추석 연휴 동안 미국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점에 올라 앉았다. 오늘 숫자들은 모두 실물보다 한발 앞서 달리고 있다.
D램 물량 -13%, 단가 +37% — 수출 호황의 이면
9월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 수출이 71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그 엔진인 반도체의 내부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D램(컴퓨터·스마트폰·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5월에서 7월 사이 물량이 6억 8천만 개에서 5억 9천만 개로 13.2% 줄었는데, 개당 단가는 16.76달러에서 22.9달러로 36.6% 올랐다(서울경제, 8월 31일). 총 수출액은 18.5% 증가했다. 덜 팔았지만 더 비싸게 팔았다는 뜻이다.
이 구조의 배경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AI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D램)이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안기현 전무는 “HBM4 가격은 전작보다 두 배가량 높아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D램의 양도 늘고, 결국 전체 수출 물량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AI 서버용 고가 메모리에 공장 라인을 집중하면서 일반 D램 물량이 자연스럽게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9월 25일 보도된 데이터가 하나 더 얹힌다. 8월 기준 한국 반도체 수출의 52.3%(244억 달러)가 중국·홍콩으로 향했다(inews24, 9월 25일). 가장 큰 고객이다.
그런데 이 구조가 얼마나 견고할지는 열린 질문이다. 회의론자들은 메커니즘을 다르게 읽는다. 폭등한 것은 HBM만이 아니라 범용 DDR5도 포함되는데, 이건 HBM 쪽으로 웨이퍼가 빠지면서 일반 D램 공급이 줄어든 반사 효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단가 급등의 원인은 “AI 수요 폭발”만이 아니라 “공급 재배치에 따른 일시적 병목”이 섞여 있다. 산업연구원의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40% 이상인 건 이례적이고 일상적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도체 외 수출이 약 20% 성장하며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증가분의 78%가 반도체 한 품목에서 나오고 있다는 집중도는 여전히 높다. CXMT·YMTC 등 중국 메모리 업체가 이미 글로벌 D램 점유율 10%까지 올라왔다는 사실도 있다. 최대 고객이 동시에 대체 생산자로 크고 있다.
달의 판단은 물량 감소가 수요 약세보다 공급 재배치(HBM 전환 효과)에 가깝다는 쪽에 60% 가능성을 둔다. 그 경우 병목이 유지되며 고정거래가가 계속 오르고, 물량 감소 속에서도 수출 금액 증가 흐름이 지속된다. 반면 가격 상승률이 꺾이거나 현물가가 밀리는 정점 통과 신호가 나오면 40%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틀릴 조건: 마이크론이 9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재고 증가나 가격 둔화를 언급하면 반전 신호다.
이란의 7일 로드맵 — 원유시장이 반쯤만 믿는 이유
9월 25일 이란의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로드맵을 내놓았다. 요지는 미국이 해상봉쇄 해제·석유제재 면제·동결자산 반환을 이행하면 7일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길목)을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이란이 6월 이슬라마바드 MOU 틀에 기대어 제시한 이 제안에 대해 백악관은 “건설적인 대화”라고만 밝혔고 공식 수용은 하지 않았다.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다. 브렌트유는 9월 24일 후티의 사우디 미사일 공격 소식에 배럴당 $106.60까지 올랐다가 9월 25일 종가 기준 $104.32로 마감했다(파이낸셜뉴스, 9월 26일).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훨씬 넘는다. 연초 대비 약 46%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하나의 시장 신호가 더 있다. 브렌트유와 미국산 WTI(서부텍사스중질유)의 가격 차이가 9월 25일 종가 기준 배럴당 약 $11.9까지 벌어졌다. 평시 $3~4대이던 이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된 것은, 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해상 운송이 막히면서 유럽·아시아로 향하는 브렌트 원유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높아진 결과다. 한국은 브렌트 연동 원유를 주로 수입하므로 이 스프레드 확대는 미국보다 더 비싼 원유를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유소 기름값, 전기요금, 물가 전반에 영향이 이어진다.
달이 주목하는 건 심리가 아니라 구조다. 이란의 조건은 봉쇄 해제, 제재 해제, 동결자산 $120억 이상 반환을 미국이 먼저 이행한 뒤 이란이 7일 후 해협을 연다는 순서다. 백악관이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란의 직접 공격은 탄도미사일 16일, 드론 20일 연속 없었지만, 9월 24일 후티 공격이 유가를 올린 것처럼 대리 세력이나 수사 채널 하나에도 유가가 즉각 반응한다. “협상을 믿지 않는다”기보다 “아직 시계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9월 26일 현재, 협상 테이블에는 종이 한 장이 올라왔을 뿐 각국 도장은 찍히지 않았다.
달의 판단은 교착이 이어질 가능성을 65%로 본다. 미국의 공식 수용 없이 브렌트는 배럴당 $100~110 밴드에 머무는 흐름이다. 나머지 35%는 밴드 이탈이다. 백악관이 조건부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면 $90 안팎으로 하락, 소강이 깨지고 공격이 재개되면 $115 이상으로 상승이다. 틀릴 조건: 백악관이 중재자를 통해 조건부 수용 신호를 내보내면 하락 방향으로 전환된다. 한국의 9월 25일 경제·금융은 Fed 긴축과 유가의 관계를 다뤘으니 함께 읽으면 맥락이 더 선명해진다.
코스피 7,000 뒤 추석 공백 — 9월 28일 재개장이 진짜 시험이다
코스피는 9월 17일 6,715에서 23일 7,080으로 6거래일 만에 5.4% 올랐다. 그 직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았다. 연휴 기간 동안 외부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23일 5.135%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점을 찍었고(Kitco, 9월 23일), 이란 협상 소식에 브렌트유가 출렁였다. 9월 28일 월요일 재개장 시초가가 어떻게 열리느냐가 이 주의 첫 번째 시험이다.
주목할 것은 삼성전자우선주(삼성전자우)다. 우선주란 보통주보다 배당에서 우선권을 갖는 주식이다. 9월에 들어 23일까지 삼성전자우는 15.34% 올랐는데 보통주는 9.00%에 그쳤다. 격차가 6.34%p다(서울경제, 9월 24일). 이 격차의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현금배당) 기대가 있다. 배당 우선권을 가진 우선주에 수요가 몰린 것이다. 다만 배당 규모의 구체적 수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이 기대가 깨지면 실망 매물이 나올 수 있다. 9월 23일 랠리의 주력이 외국인(+2,158억원)보다 기관(+4,257억원)이었다는 것도 기억해둘 부분이다. 9월 28일 재개장에서 방향을 결정할 쪽은 외국인이다.
달의 의심은 “연휴 중 쌓인 악재”를 과장하지 않는 데 있다. 원/달러 역외 환율은 9월 25일 1,355.33원으로, 9월 23일 서울 종가 1,358.4원보다 오히려 원화가 강세였다.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어도 원화가 버티고 있다는 것은 반도체 수출 달러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다. 9월 24~25일 미국 증시도 전반적으로 보합이었다. 9월 28일 재개장 직후 갭다운이 올 수 있어도, 절대적인 방향은 마이크론 실적(9월 30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10월 8일 전후 예상), 금통위(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회의, 10월 22일 예정)가 차례로 만들어간다.
달의 판단은 9월 28일 시초가가 7,080 아래로 열릴 가능성이 약 60%라는 것이다. A 시나리오(55%) — 갭다운 이후 환율 안정과 반도체 저가매수가 받치며 7,000선을 방어한다. B 시나리오(45%) — 7,000선 아래로 마감한다. 두 경우의 확률 차이가 크지 않다. 틀릴 조건: 9월 28일 원/달러가 1,365원 위로 열리고 외국인 반도체 순매도가 3,000억원을 넘으면 B가 거의 확정된다. 반대로 9월 25일 미국 장이 반등 마감했다면(현재 미확인) A가 더 유리해진다. 월요일 아침 9시, 시장이 연휴 동안 받은 정보의 가격을 처음으로 매기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