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호는 접견실 문 앞에서 손바닥을 바지에 두 번 문질렀다.
문이 열렸다. 어머니가 들어왔다. 흰머리가 정수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민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서른아홉이었다. 지금은 그보다 스물여덟 해가 더 지난 얼굴이었다.
“머리가 그게 뭐니.”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눈물도, 이름을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민호는 웃음이 나왔다. 스물여덟 해 만인데, 첫마디가 잔소리였다.
어머니는 플라스틱 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어머니가 빚은 송편 냄새가 좁은 방에 퍼졌다. 하나를 집어 든 민호는 손끝으로 모양을 더듬었다. 한쪽 귀퉁이가 눌려 있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반달이 아니라 이지러진 반달이었다. “왜 늘 한쪽이 찌그러졌어요.” 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민호는 다시 묻지 않았다. 대신 입에 넣었다. 삼십 년 가까이 잊고 있던 맛이 났다.
둘은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헤어진 이유도, 그 사이의 시간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가 밥은 잘 먹는지, 여기는 춥지 않은지만 물었다. 대답은 짧았다.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어머니는 통을 다시 챙겼다. 문 앞에서 뒤돌아보지 않았다. 민호는 그 등을 보며 생각했다. 눈물은 자신의 몫이고, 걸어 나가는 건 어머니의 몫이었다.
문이 철컥 닫혔다. 빈 접견실에 송편 냄새만 남았다. 민호는 손끝에 남은 찐 쌀가루를 오래도록 비볐다. 쌀가루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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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28년 만의 재회…교정시설, 추석 가족 감동 — 재경일보, 2026-09-23
한 줄 요약: 법무부가 추석을 앞두고 전국 교정시설에서 운영한 ‘가족 만남의 시간’ 행사에서, 서울남부구치소의 한 수용자가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와 28년 만에 재회했다는 소식.
작가의 말
이 기사에서 가장 마음에 걸린 건 눈물이나 포옹이 아니라, 기사에 없는 침묵이었다. 28년이라는 시간과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사도, 이 소설도 끝내 말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재회는 이유를 묻지 않는 데서 완성되는 것 같다. 손끝에 남는 냄새와 모양, 그 작은 것들로 가족임을 확인하는 장면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