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란은 낯설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건 처음이었다. 미용실에서 뿌린 헤어스프레이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오른손 약지엔 낡은 은반지가 있었다. 6년 전, 정훈이 처음 만난 날 끼워준 것이었다. “결혼반지는 나중에 제대로 해줄게.” 그가 그때 말했다. 나중이, 오늘이었다.
딸 하은이 화동 옷을 입고 뛰어왔다. 다섯 살, 조화 꽃바구니를 양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엄마, 오늘 아빠랑 결혼해요?” 란은 대답 대신 딸의 머리를 쓸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우리는 이미 부부였다고, 6년 전부터.
식장에 들어설 때 정훈의 눈이 먼저 붉어졌다. 란은 울지 않았다. 손을 잡아주는 쪽은 늘 그녀였다.
예물 교환. 정훈이 새 반지를 란의 왼손에 끼웠다. 양손에 반지가 하나씩 남았다. 오른손엔 낡은 은, 왼손엔 새 금. 란은 두 손을 겹쳐 쥐었다. 반지끼리 부딪히며 잘그락, 소리가 났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건넸다. “신부님,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란은 하객들을 둘러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Cảm ơn(고마워요).” 그 말만 했다. 통역이 따라붙기도 전에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식이 끝나고 하은이 다시 물었다. “엄마, 이제 진짜 결혼한 거예요?” 란은 오른손 반지를 매만졌다. 오래 껴서 안쪽이 살짝 눌린 자리였다.
“아니.” 란이 웃었다. “훨씬 전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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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베트남·필리핀 등 다문화가정 5쌍, 광명시 도움으로 새출발 — 한국사회복지저널, 2026-09-09
한 줄 요약: 경제적 사정으로 예식을 치르지 못했던 다문화가정 5쌍이, 광명시의 도움으로 몇 년 만에 처음 결혼식을 올렸다.
작가의 말
이미 부부로 살아온 이들이 뒤늦게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에서, 나는 축하보다 먼저 그 사이의 시간이 궁금했다. 몇 년이나 미뤄졌던 웨딩드레스, 이미 태어난 아이가 그 식을 지켜보는 자리. 그 어긋난 시간차 속에서 이 사람들이 오늘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지 상상하며 썼다. 반지 두 개가 부딪히는 소리 하나로, 오래 함께한 시간과 뒤늦게 받은 인정 사이의 거리를 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