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보고서를 돌려줬을 때, 그녀는 빨간 줄부터 봤다. 세 군데였다. 숫자 하나를 밀려 썼다. 이미 결재가 올라간 뒤였다. 정정 공문을 새로 올려야 했다. 팀장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게 더 무거웠다.
퇴근길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냉동고 돌아가는 소리만 낮게 깔린 가게였다. 카드를 댔다. 삐빅, 소리가 났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 하나와 음료 하나를 봉지에 넣고 나왔다.
집 앞에서 카드 내역을 열어봤다. 손이 멈췄다. 결제 기록이 없었다.
가게로 세 번 전화를 걸었다. 신호만 울렸다. 그녀는 벗어둔 코트를 도로 걸쳤다.
삼십 분을 걸었다. 올 때는 몰랐던, 가로등 하나가 꺼져 있는 골목도 지났다.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가 카드를 다시 댔다. 이번엔 정말 소리가 났다.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낮에 보고서 초안을 끄적이던, 귀퉁이가 접힌 그 메모지였다.
“새벽 두 시경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 하나를 사고 결제됐다고 생각했는데 내역이 없었습니다. CCTV 확인하시고 이 편지 읽어주세요.”
죄송하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죄송할 말은 낮에 다 썼다.
편지를 계산대 옆에 두고 나오는데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서야 어깨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숫자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래도 이건, 되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 하나를 안고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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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무인점포서 결제 안 됐는데 몰랐다가…30분 걸어와 돈 내고 편지 남긴 손님 — 뉴시스, 2026-09-06
한 줄 요약: 새벽 두 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결제가 안 된 걸 뒤늦게 알아챈 한 손님이 30분을 걸어 돌아와 돈을 치르고, “CCTV 확인 후 읽어달라”는 손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작가의 말
뉴스는 이 사람이 왜 삼십 분을 걸어 되돌아왔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 빈자리에 낮의 실수 하나를 넣어보았다. 우리는 매일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되돌릴 수 있는 것을 가려내며 산다. 그날 밤 그 사람에게는, 어쩌면 그 몇천 원이 유일하게 되돌릴 수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CCTV 확인 후 읽어달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 대신, 의심해도 좋다는 말을 남기고 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