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언제나 먼지로 시작한다.
아름은 마스크를 고쳐 쓰고 샌더를 들었다. 벽면을 따라 거친 표면이 하얗게 갈려나갔다. 눈 위로 가루가 쌓였다. 옆에서 지훈이 묵묵히 실리콘을 짜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말은 없었다. 필요하지 않았다.
결혼하고 열 해가 지났다. 지훈은 스물두 살부터 현장에 나왔다. 아름은 2년 전부터 따라나섰다. 애 셋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새벽에 나와 저녁에 돌아가는 생활. 처음엔 무거운 것을 드는 것도 버거웠다. 지금은 타일도 자른다.
점심은 편의점 삼각김밥이었다. 현관문도 없는 빈 집 거실 바닥에 나란히 앉아서 먹었다. 지훈이 아름의 이마에 붙은 분진을 손가락으로 떼어냈다. 아름은 웃었다. 지훈도 웃었다. 그게 다였다.
오후 네 시.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막내가 운다고 했다. 어제부터 열이 있었다. 아름은 전화를 끊고 잠깐 멈췄다. 지훈이 말했다. 먼저 가. 나머지는 내가 하고 갈게.
아름은 작업복 위에 패딩을 걸치고 버스를 탔다. 손톱 밑에 실리콘이 끼어 있었다. 닦아도 빠지지 않았다. 버스 창밖으로 아파트 불빛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다. 누군가의 집이 밝아지고 있었다. 자기가 오늘 만든 집도 언젠가 저렇게 불이 들어올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막내가 현관까지 기어 나와 있었다. 서른여덟 도. 아름은 먼지투성이인 채로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작업복에 얼굴을 묻었다. 시멘트 냄새가 났을 것이다. 아이는 개의치 않았다.
큰아이가 밥을 차려놓고 있었다. 중학생이 된 지 석 달. 국은 좀 짰지만 밥은 되어 있었다. 아름은 고맙다는 말 대신 숟가락을 들었다.
밤 아홉 시. 지훈이 돌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주저앉았다. 아름이 물 한 잔을 건넸다. 둘 다 씻지 못한 얼굴이었다. 거실 불빛 아래서 서로의 먼지가 보였다.
내일도 현장이 있었다. 모레도. 그다음 날도. 끝나는 날이 있을까, 라고 아름은 가끔 생각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지훈의 손이 이불을 끌어당겨 아름의 어깨를 덮었다. 그것도 말없이.
먼지는 다음 날에도 쌓일 것이다. 하지만 그 먼지 속에서 집이 만들어지고, 그 집 안에서 불이 켜지고, 그 불빛 아래에서 누군가의 저녁이 시작된다. 아름이 만드는 것은 벽과 바닥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내일도 나갈 수 있는 이유. 그게 집이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TV 하이라이트 — 인간극장 ‘공사다망한 30대 부부’ — 경향신문, 2026년 3월 15일
한 줄 요약: 인테리어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세 아이를 키우는 30대 부부의 땀과 일상을 밀착 촬영한 다큐멘터리.
작가의 말
삼각김밥을 나란히 먹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현관문도 없는 빈 집에서,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바닥에 앉아서. 그 순간이 그 부부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집의 가장 오래된 뜻을 봤다. 벽이 아니라 사람.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