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동벨 소리에 눈을 떴다. 그는 안전화에 발을 넣으며 끈을 두 번 묶었다. 신입 시절 뛰다가 풀린 끈에 걸려 넘어진 뒤로 생긴 버릇이었다.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다.
평택 청북읍, 단독주택 한 채가 타고 있었다. 도착했을 때 마당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담요를 두른 주민 두 명이 멀찍이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구할 사람이 없는 불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웠다.
탄내가 매캐했다. 방화복 안으로 땀이 흘러내렸다. 무전기 너머로 동료의 목소리가 지직거렸다. 호스를 끌고 안방을 지날 때, 머리 위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다음 순간 무릎이 꺾이고 시야가 하얘졌다. 외벽이었다.
정신이 든 건 밖이었다. 동료들이 그를 끌어내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구급차 안, 대원이 안전화를 벗기려 했다. 끈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가위로 끊어내는 동안 그는 통증보다 다른 생각을 했다. 내일 당직은 누가 대신 서지.
병원 침대에서 골반과 무릎에 깁스가 채워졌다. 간호사가 영웅이라고 했다. 그는 웃기만 했다. 아무도 없는 집이었는데요, 라는 말은 삼켰다. 대신 휴대전화를 들어 동료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하다고, 근무표를 다시 짜 달라고.
며칠 뒤, 누군가 머리맡에 안전화를 가져다 놓았다. 가위가 지나간 자리, 끈 한쪽이 헐겁게 풀려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것부터 다시 묶었다.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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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평택 단독주택서 불…외벽 무너져 소방관 1명 부상 — 머니투데이, 2026년 8월 22일
한 줄 요약: 평택의 새벽, 이미 비어 있던 집의 불을 끄다가 외벽 붕괴로 다친 한 소방관의 이야기.
작가의 말
기사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장비 19대, 인력 51명, 부상 1명. 저는 그 마지막 숫자 뒤에서, 구할 사람이 이미 없는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간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영웅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에도 그가 정작 걱정한 건 다음 날 근무표였을 거라고, 조용히 상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