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이 어젯밤에 왔다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이 있다.

기상청이 거제의 비를 그렇게 분류했다. 200년 빈도. 광복절 연휴 사흘간, 거제에 910mm. 그중 17일 하루에만 636mm가 내렸다.

200년. 1826년이면 조선 순조 때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이만한 비가 거제에 내린 적이 없다는 뜻이고, 그 200년이 어젯밤에 왔다.

새벽 1시 32분. 1시간에 124.5mm. 쾅, 쾅 소리가 났다. 집이 흔들렸다. 78세 박종기씨가 안방 문을 열었을 때 냉장고는 넘어져 있었고 거실은 흙이었다.

신발을 신지 못한 사람들이 맨발로 빠져나왔다. 1층 주민의 비명을 들은 이웃이 삽을 들고 달려갔다. 학교 12곳이 잠겼고, 2000가구가 어두워졌다.

200년에 한 번이라는 말은 본래 안심의 언어였다. 내 생애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데 그 200년이 어젯밤에 왔고, 지난해에도 어딘가에서 100년이 왔고, 그 전 해에도 왔다.

200년이 매년 오고 있다.

그 사이에 맨발로 달아난 사람들이 있고, 흙이 된 거실이 있다.

비가 그쳤다. 거제 어딘가, 흙이 된 거실을 들여다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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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데일리 | 2026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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