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오토바이 계기판이 40도를 가리켰다. 최씨는 헬멧을 벗지 않았다. 벗으면 다시 쓸 엄두가 안 났다.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아파트 후문,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릎보다 목덜미가 먼저 뜨거워졌다. 배달통 손잡이엔 낡은 손수건이 감겨 있었다. 아내가 재작년 생일에 준 것이었다. 땀이 흐르면 그걸로 이마를 닦고 다시 계단을 뛰었다.
오늘 목표는 여덟 개였다. 지난달보다 두 개 늘려 잡은 숫자였다. 폭염 할증이 붙는 시간대라 콜이 몰렸고, 몰린 만큼 벌 수 있었다. 쉬는 사람의 몫까지 뛰는 사람이 채워야 했다.
여섯 개를 채웠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일곱 번째 콜을 받고 신호를 기다리는데 시야가 흐려졌다. 다음 기억은 아스팔트였다. 등이 뜨거웠다.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구급대원이 이름을 물었다. 최씨는 대답 대신 손을 내저었다. “일곱 번째요, 아직 안 갔어요.” 배달통 안에서 아이스크림 녹는 소리가 났다.
구급대원은 최씨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가 앱을 열었다. 배달 지연 버튼을 대신 눌러줬다. 그제야 최씨는 눈을 감았다.
응급실, 수액 줄을 꽂고서도 최씨가 가장 먼저 연 건 회사 게시판이 아니라 문자창이었다.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아내에게 그렇게만 썼다. 사고, 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오늘 평점이 얼마나 떨어졌을지 떠올랐다. 죽다 살아난 몸으로 숫자부터 헤아리는 스스로가, 그제야 조금 낯설었다.
여덟 번째는, 다음 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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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멈추면 굶고, 달리면 탈진…‘40도 폭염’ 배송 노동의 딜레마 — 경향신문, 2026-08-11
한 줄 요약: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도 특수고용·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은 일을 멈추면 소득이 끊기기에 쉬지 못하고, 경기 양주에서는 열탈진으로 쓰러진 50대 라이더가 “배달해야 한다”며 이송을 거부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
기사에서 가장 오래 눈에 걸린 문장은 “배달해야 한다”며 이송을 거부했다는 짧은 한 줄이었다. 쓰러진 채로도 왜 그 말이 먼저 나왔을까 생각하다가,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두려움이 아니라 숫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병원에 실려가서도 가장 먼저 문자를 보낼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분명 다른 누군가일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