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대 몇

그는 여덟 시즌째 같은 자리에 앉았다. 응원석 계단 바로 옆, 스물두 번째 줄이었다.

목에 두른 수건은 땀에 절어 색이 바랬다. 어머니가 사준 것이었다. 세탁하면 운이 나간다고 믿어서 세 시즌째 빨지 않았다.

8회, 팀이 역전당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올랐다. 화장실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둘째 칸에서 다리가 풀렸다.

시야가 흐려지는 사이에도 전광판을 봤다. 7 대 8. 그 숫자를 붙잡듯 눈을 감았다.

깨어난 곳은 구급차 안이었다. 에어컨 바람은 서늘한데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 구급대원이 이름을 물었다. 그는 다른 걸 물었다.

“몇 대 몇이에요.”

구급대원이 웃음을 참는 게 보였다. 대답 대신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경기는 그날 끝내 재개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열리지 않았다. 리그 전체가 멈췄다. 그는 병원 침대에서 그 소식을 봤다. 자신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이틀 뒤 문자 한 통이 왔다. 옆자리에 늘 앉던 얼굴이었다. “괜찮아요? 자리 비어 있어서 걱정했어요.” 이름도 모르는 사이였다. 여덟 시즌 동안 같은 계단, 같은 응원가를 부르면서도 통성명은 한 적 없었다.

답장을 오래 썼다 지웠다. 결국 짧게 보냈다.

“다음 경기 때 봐요.”

수건은 그대로 가방 안에 있었다. 병원에서도 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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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프로야구] 관중 쓰러지고 온열질환 속출…5~6일 전 경기 취소 결정 — 뉴스핌, 2026년 8월 5일

한 줄 요약: 기록적인 폭염 속 야구장에서 관중들이 잇따라 쓰러지자 KBO가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전 경기를 취소했다.


작가의 말

기사에는 “25세 남성 관중”이라는 여섯 글자로만 남았습니다. 그 여섯 글자 뒤에 여덟 시즌을 함께 앉아온 계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러지는 순간에도 스코어부터 궁금해하는 마음이 이상하게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응원이란 어쩌면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같은 것을 오래 바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