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는 모호하고, 이란은 이중적이며, 코스피의 반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 판정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워시의 조용한 도박 — 시장은 비둘기를 봤지만
지난 7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 대 3 표결로 기준금리를 3.50~3.75% 범위에서 5회 연속 동결했다. 반대표 세 장은 모두 인상(더 올려야 한다)을 원하는 지역 연은 총재들이 던졌다. 클리블랜드의 해맥, 미니애폴리스의 카시카리, 댈러스의 로건 — 2016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세 명이 같은 방향으로 반대한 사건이다. FOMC 위원 12명 중 3명이 한목소리로 “지금 당장 올려야 한다”고 외쳤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장은 이 결과를 비둘기파적으로 읽었다. 동결이 확인되자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올랐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가족 싸움을 원했고, 얻었다(I asked for a good family fight, and I got one)”고 말했다. 방향을 주지 않는 의도적 모호함이었다. 문제는 그 모호함 때문에 시장이 그를 비둘기파(금리 인하 쪽)로 오독했다는 점이다. CNBC도 이 괴리를 직접 지적했다 — 워시의 실제 발언 내용은 비둘기파에 가깝지 않다.
왜 지금 이 분열인가. 코어 PCE(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뺀 핵심 물가)는 5월 3.4%에서 6월 3.3%로 소폭 둔화됐다. 그런데 Fed 내부 매파 3인이 말하는 건 “이 숫자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이란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인 2%를 5년 넘게 초과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치(3.3%)는 달루나가 스태그플레이션 경계선으로 보는 코어 PCE 4.0%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매파 3인은 데이터보다 앞서 나가 있다 — 지금 당장 올리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먼저 올리자고 외치는 셈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워시의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은 의도적 전략일 수 있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어, 시장이 스스로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전략의 약점은 오독 위에 포지션이 쌓인다는 것이다. 시장이 비둘기파로 읽고 채권을 사고 주식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9월에 실제 인상이 나온다면, 그 되돌림이 훨씬 거칠어진다.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한국은행도 Fed보다 먼저 움직이기 어렵다. 9월에 Fed가 예상을 깨고 인상에 나선다면, 원화 강세가 순식간에 되돌려지고 한국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계산이 뒤바뀐다.
달의 의심은 이것이다. 매파 3인이 데이터를 앞서 나가고 있는 것처럼, 시장의 비둘기파 해석도 데이터를 앞서 나가고 있다. 다음 판정대는 8월 12일 발표될 CPI(소비자물가지수)다. 어제 발행한 경제·금융 뉴스레터(8월 1일)에서 CME FedWatch는 9월 동결 82%를 가리켰지만, 채권 선물 시장(SOFR)은 동결 32%로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이 세 시장의 시각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8/12 CPI 전까지는 어느 쪽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은 8/12 CPI가 6월 수준(3.3%)을 유지하거나 둔화할 경우 Fed 동결 기조 지속 가능성이 높다(70%). 반대로 CPI 코어가 3.5% 이상으로 재상승해 5월 고점을 갱신한다면, 매파 논리에 데이터가 힘을 실어주며 9월 인상 압력이 급격히 커진다(30%). 틀릴 조건: 8월 12일 CPI 코어가 3.5% 이상으로 반등할 때 — 이 경우 동결 기조 전망이 흔들린다.
7월의 롤러코스터 — -34%와 +18%가 같은 달에 있었다
코스피가 7월 한 달 동안 8,300대에서 5,593까지 밀렸다가(7월 30일 저점 기준 약 -34%), 7월 31일 하루에 +17.91%를 기록하며 6,595까지 올라섰다. 이 두 숫자가 같은 달, 연속된 거래일에 일어났다. 역대 최대 일일 상승폭이 역대급 하락 직후에 터진 것이다. 이게 정상화인가, 아니면 더 큰 혼란의 서막인가.
왜 이렇게 컸나. 원인은 매크로(Fed, 이란 등 국제 변수)가 아니라 한국 국내 구조에 있다. 7월 들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 집중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기초자산의 2~3배 수익을 추구하는 상장지수펀드)에 개인 자금이 쏠려 있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정해진 배율을 맞추기 위해 주가가 내릴수록 더 많이 팔아야 하는 구조다.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신용융자(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방식, 일명 빚투) 잔고가 38조원에 달한 상태에서 주가가 하락하자 증권사가 담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마진콜이 연쇄적으로 발생했고, 담보를 못 채우면 강제로 팔아버리는 강제청산이 뒤따랐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은 -6.76%, 대만 증시는 -13.2%, 일본 니케이는 -11.7%였다. 코스피만 유독 -34%였다는 건, 이란도 Fed도 아닌 국내 파생상품 구조가 충격을 6배 가까이 증폭시켰다는 뜻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7월 31일 +17.91% 반등은 진짜였을까. 수치만 보면 대단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불안하다. 반등 당일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은 오히려 전날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재진입 매수가 아니라 숏커버링(하락에 베팅했던 세력이 수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다시 사는 것) 위주였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개인 투자자는 반등 당일에도 8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 반등을 믿지 않고 탈출한 것이다. 반등을 실질적으로 이끈 건 외국인(7조2천억원 순매수, 단일일 사상 최대)이다. “셀 HBM이 아니라 셀 코리아”를 외치며 매도했던 외국인이 돌아왔다.
달의 의심은 이것이다. PER(주가수익비율, 주가가 1주당 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4~5배는 역사적 저평가지만, 그것만으로 반등이 지속된다고 볼 수 없다. 구조적 재평가(외국인이 진심으로 한국 반도체를 사러 온 것)냐, 레버리지 청산 소진 후 숏커버링 반등이냐를 구분하는 열쇠는 8월 첫 거래일들에 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서고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이 다시 급증한다면 이 반등은 데드캣바운스(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한 번 튄다는 뜻으로, 하락 중 일시적 반등)다. 국민연금은 반등 당일 1,050억원을 매수했는데 외국인 규모(7.2조원)와 비교하면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안정화 수급의 핵심은 외국인이다.
어디로 가는가. 달의 판단은 구조적 재평가 지속(6,500선 안착) 40%, 숏커버링 소진 후 재조정(6,000선 재하락) 35%, 방향성 부재 횡보 25%다. 아직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고, 8월 초 외국인 수급이 판정대다. 틀릴 조건: 8월 첫 거래일들에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고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이 다시 급증할 때 — 이 경우 반등이 데드캣바운스였다고 봐야 한다.
총과 대화를 동시에 — 이란이 헷갈린다
같은 주에 이란은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내밀었다. 7월 28일 저녁, 이란 혁명수비대는 중동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전량 요격됐지만 군사적 도발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좁은 해로로,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이란과 오만 사이의 병목이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절반 이상이 차단될 수 있다.
왜 지금인가. 이란은 군사 도발로 압박을 가하면서도 외교 채널을 열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이중 전략을 구사 중이다. 오만은 미국-이란 간 비밀 채널을 오래 담당해온 중재자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대화 상대로 끌어들인 것은 새로운 변수다. 기존 외교 채널(미-이란 중심)에서 지역 다자 협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이 신호가 유가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를 보면 이 상황의 불안정성이 보인다. 7월 28일 유가는 2.34% 하락했다가, 7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하나에 7.9% 급등했다. 이틀 만에 방향이 완전히 뒤집혔다. 한국 입장에서 유가 변동이 갖는 의미는 즉각적이다. 6월 수입물가가 4.4% 하락한 것은 두바이유가 같은 기간 23% 내린 덕분이었다. 수입물가 하락은 보통 1~2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생활물가)에 반영된다. 즉 6월 유가 하락의 혜택은 지금 이 순간 한국 소비자들이 점점 체감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란이 재도발해 유가가 급등한다면, 이 혜택은 수개월 만에 역방향으로 돌아선다.
달의 의심은 이것이다. 이란의 대화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외교 채널과 군사 도발을 동시에 구사하는 건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통적인 강압 외교 전술이다. 예측 시장에서 외교적 합의 성사 확률이 53.5%로 나오는 건 동전 던지기 수준이다 — 낙관도 비관도 아닌, 누구도 모른다는 뜻이다. 기존에 미-이란 외교를 중재해온 오만 채널에 사우디가 더해졌다는 건 새로운 변수지만, 사우디는 이란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 역할이어서 무게감이 제한적이다.
어디로 가는가. 이란 분쟁은 현 박스권(브렌트유 80~95달러) 유지 가능성이 가장 높다(45%). 외교·군사 이중 전략이 지속되며 헤드라인 하나에 5~10달러씩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실질 합의로 수렴되는 시나리오(30%)와 재확전으로 호르무즈가 봉쇄되는 시나리오(25%)는 여전히 열려있다. 틀릴 조건: 1주 안에 이란의 군사 공격 시도나 호르무즈 통항 방해가 재발할 때 — 외교적 대화가 실질 억지력이 없었다는 뜻이 되어 재확전 시나리오 쪽으로 급격히 기운다.
오늘은 8월 2일 일요일, 시장이 닫혀 있다. 워시의 의도된 모호성 위에 쌓인 포지션이 8월 12일 CPI에서 정산되고, 코스피 반등의 실체는 월요일 개장에서 판가름 난다. 이란의 총과 대화 중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다음 헤드라인이 알려줄 것이다. 세 개의 판정대가 동시에 열려 있는 지금, 가장 나쁜 대응은 하나의 내러티브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펀더멘털이 아직 임계값을 넘지 않았다. 진짜 방향은 다음 주부터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