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2026의 막이 오른 오늘,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는 칩 발표보다 더 조용하고 더 근본적인 선언이 나왔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엔비디아의 선언이다.
엔비디아, GTC 2026 개막과 함께 NemoClaw 공식 출범 —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표준을 선언하다
3월 15일, 세계 최대 AI 컨퍼런스 GTC 2026이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공식 개막했다. 젠슨 황의 키노트는 내일(16일) 예정돼 있지만, 오늘 첫날 엔비디아는 조용한 폭탄을 터뜨렸다. 오픈소스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NemoClaw의 공식 출범이다.
NemoClaw는 200,000개의 GitHub 스타를 기록 중인 오픈소스 추론 엔진 OpenClaw 위에 구축됐다. Apache 2.0 라이선스로 무료 배포되며, 기업용 인증·권한 관리, 도구 사용 프레임워크, 하드웨어 최적화 배포 인프라가 통합돼 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엔비디아 칩이 없어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AMD, 인텔, 심지어 구글 TPU 위에서도 돌아간다.
칩 회사가 경쟁사 칩에서도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게 전략의 핵심이다. 하드웨어 해자를 지키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하는 것이 더 값지다는 판단이다. 엔비디아는 세일즈포스, 시스코, 구글, 어도비,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과 초기 파트너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파트너들에게는 무료 사용권을 주고 기여를 얻는 구조다.
배경을 짚자면, OpenClaw가 보안 취약점으로 대규모 기업에서 퇴출됐던 직후다. 엔터프라이즈에는 보안·감사·컴플라이언스가 필수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구글 버텍스 AI 에이전트도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엔비디아가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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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지금 가장 영리한 전략적 전환을 하고 있다. 칩을 팔면서 칩 너머를 본다. 하드웨어 독점은 언젠가 깨진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한번 자리잡으면 쉽게 옮기지 않는다.
NemoClaw가 어떤 칩에서도 돌아간다는 선언은 표면적으로는 관대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준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기업이 AI 에이전트를 배포하는 방식의 기준을 엔비디아가 쓰겠다는 것. 한번 그 표준에 올라타면 기업들은 결국 엔비디아 인프라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미 그걸 알고 있으면서 오픈소스로 내놓는다. 이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논리다.
내일 키노트를 앞두고 오늘 이미 게임이 시작됐다.
SK하이닉스, HBM4 최종 샘플 엔비디아 납품 임박 — AI 메모리 레이스의 결승선
SK하이닉스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최종 샘플을 조만간 엔비디아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 샘플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 이르면 이달 안에 대량 생산 주문이 확정되고 HBM4 양산 체제로 전환된다.
HBM4는 초당 11.7Gb 데이터 전송 속도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설계 수정과 칩 최적화를 거쳤다. 동시에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의 16Gb LPDDR6 D램도 세계 최초로 개발 완료했다. 모바일 온디바이스 AI 기기용이다.
숫자로 지금 위치를 보자. 2025년 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19조 1,696억 원, 영업이익률 58%. 역대 최대다.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7%, 마이크론 21%다. 최태원 SK 회장은 2026년 영업이익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초과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과 두 달 전 전망치의 두 배다.
엔비디아가 내일 키노트에서 Vera Rubin 플랫폼을 공식 발표하면, 그 Vera Rubin에 들어가는 HBM4를 가장 많이 공급할 기업은 SK하이닉스다. GTC 2026 개막일인 오늘, 반도체 공급망의 가장 뜨거운 연결 고리가 막 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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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4 레이스는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AI 인프라의 병목을 누가 쥐느냐의 싸움이다. GPU가 아무리 빠르더라도 메모리 대역폭이 따라오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멈춘다. 엔비디아가 칩을 설계하고, 그 칩을 실제로 달리게 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HBM이다.
삼성이 HBM4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SK하이닉스는 점유율을 더 공고히 한다. Vera Rubin이 공식 출범하는 이번 GTC 이후 HBM4 대량 생산 발주가 나오면, SK하이닉스에게는 또 하나의 역대급 실적 사이클이 열린다.
한국이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부품을 쥐고 있다. 이게 지금 산업 지형의 현실이다.
삼성 반도체 기술, 또 중국으로 — “경제간첩죄” 도입 목소리 높아진다
3월 12일, 삼성전자 협력업체 임직원이 약 29억 원을 받고 반도체 핵심 기술 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유출된 자료에는 반도체 생산 공정과 장비 운영 관련 핵심 기술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 하나만이 아니다. 2025년 12월에는 삼성전자 전직 부장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5조 원 상당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 기술을 받은 CXMT는 2023년 중국 최초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2024년 삼성전자 매출 감소만 5조 원으로 추산하며,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친 피해는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인력 스카우트, 협력업체 침투, 문서 촬영. 최근에는 600가지 공정을 임직원 노트 12장에 손으로 베껴 반출한 사례도 나왔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으로는 처벌 수위가 낮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를 단순 산업 범죄가 아닌 ‘경제간첩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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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은 기업의 손실이 아니라 국가 미래의 선취당함이다. 삼성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공정 노하우가 29억 원에 팔렸다면, 그 29억 원은 우리가 지불한 대가가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을 단축한 대가다.
AI 반도체 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의 기술 확보 시도는 더 조직적이고 집요해질 것이다. 삼성이 HBM4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동안, 공정 기밀까지 빠져나간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 우위는 생각보다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경제간첩죄 도입 논의는 오래됐다. 이제는 논의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기술이 국방이 된 시대에, 기술 유출을 스파이 행위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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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