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이제 한 해협의 문제가 아니다.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전체가 전선이 됐다.
미국이 하르그섬을 쳤다. 이란은 UAE 항구로 답했다
3월 14일, 미국은 마침내 손대지 않던 곳에 손을 댔다.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통과하는 섬, 하르그(Kharg Island). 미 중부사령부는 군사시설 90곳을 공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다만 “품위를 이유로 석유 인프라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란의 반격은 빠르게 왔다. 그런데 방향이 달랐다. 이란이 공격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아니었다. 두바이 제벨알리항이었다. 호르무즈 우회로로 쓰이던 UAE 항구.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 내 미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쏴 급유기 5대를 파손시켰다.
이 반격이 보내는 신호는 명확하다. “해협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 우리는 해협 바깥도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은 이제 호르무즈 우회로 자체를 위협 대상으로 설정했다. 사우디·UAE·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오만. 페르시아만 산유국 전체의 수출 경로가 이란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선언이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섰다.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 JP모건은 완전 봉쇄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200달러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150여 척의 선박이 발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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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그섬 공격은 군사적 의미와 함께 심리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 섬을 건드리지 않았다. 유가 폭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 중동 전면전 확산. 그 모든 공포가 하르그섬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 금기를 깼다는 것은, 협상보다 압박을 선택했다는 신호다.
그런데 이란의 반격 경로는 이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이 생각한 그림은 이렇다. “하르그섬을 치면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온다.” 하지만 이란이 보낸 메시지는 “우리는 UAE를 공격할 수 있다”였다. 압박에 굴하는 것이 아니라, 압박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이 패턴은 역사적 선례가 있다. 봉쇄당한 쪽은 종종 봉쇄를 깨는 대신, 봉쇄의 비용을 상대방에게 전가한다. 이란은 지금 “우리를 더 압박할수록, 더 많은 곳이 불안해진다”는 논리를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가 “곧 호위 함대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하나를 뚫어도 UAE 항구가 불타면 원유는 여전히 이동하지 못한다.
한국에게 이 전쟁은 멀리 있지 않다. 가스 수입의 20%, 원유 수입 경로가 호르무즈에 묶여 있다. 청해부대는 비상 대기 중이고, 한국 국적 선박 26척이 해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이미 현실이 됐다. 앞으로 미군 호위 함대가 해협을 열어줄 때까지, 그 불확실성의 시간 동안 유가가 어디까지 오를지가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됐다.
G7은 휴전을 원했다. 푸틴은 키이우를 쳤다
3월 14일, G7 외교장관들이 공동 성명을 냈다. 미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30일 휴전안을 환영하고, 러시아에 수용을 촉구했다. 유럽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러시아의 답은 달랐다. 하르키우 공습. 아파트 한 동이 무너졌고 민간인 7명이 사망했다. 푸틴의 외교정책 보좌관은 30일 휴전에 부정적 견해를 미측에 전달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very good call을 했다, 그는 이란 문제에서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휴전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
전선은 묘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460㎢를 탈환했다. 2023년 반격 이후 최대 수복. 동시에 러시아는 드론 공격을 늘리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만 1,300대 이상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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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성명과 하르키우 공습이 같은 날 나왔다는 것이 지금 이 전쟁의 실상을 압축한다. 외교 언어와 군사 언어가 동시에 울리고 있고, 둘은 서로를 무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30일 휴전을 거부하는 이유는 계산이 있다. 첫째, 30일 휴전 동안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를 재정비하고 방어선을 강화한다. 러시아 입장에서 30일은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한 30일’이다. 둘째,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외교 자원이 분산됐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러시아의 협상 레버리지는 커진다. 지금 기다리는 것이 러시아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460㎢ 탈환은 의미 있는 신호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협상 테이블에서 더 좋은 조건을 받기 위한 군사적 포석일 수 있다. 전선에서 이기고 있을 때 협상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젤렌스키가 “선거는 휴전 이후에”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는 레버리지다. 트럼프가 원하는 선거를 무기화하고 있다.
결국 이 전쟁의 향방은 이란 전쟁이 얼마나 빨리 정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트럼프가 중동에 묶여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 협상은 계속 뒤로 밀릴 것이다.
북한이 오늘 선거를 한다. 결과는 예정돼 있다
오늘(3월 15일),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7년 만이다. 북한 전역에서 687개 선거구, 687명의 후보자. 찬반 투표다. 2019년 선거의 투표율은 99.99%, 찬성률은 100%였다.
선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이 선거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선거를 통해 9차 당대회의 결정들이 법적 형태를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과 민족 개념을 삭제한 것, 그 모든 결정이 헌법 조항으로 자리를 잡는다.
인선도 주목된다. 7년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온 최룡해가 9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탈락했다. 후임으로는 김정은의 최측근 조용원이 유력하다. 조용원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항상 동행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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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거를 선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는 의례라고 넘기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북한 정치 구조에서 최고인민회의는 ‘법률 공장’이다. 당이 결정한 것을 법으로 만드는 기관. 9차 당대회에서 나온 것들, 즉 핵을 법제화하고 남북을 두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개념을 지운 것들이 이번 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조문으로 새겨진다. 선언이 법이 되는 순간, 되돌리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한국 입장에서 이 선거의 의미는 크다. 이재명 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펴든, 상대방이 헌법에 ‘우리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적어놓으면 협상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대화를 한다면 무엇에 대해 할 것인가. 남북 관계의 언어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다.
결과 발표는 내일이나 모레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올 것이다. 누가 새 상임위원장이 되느냐, 어떤 새 얼굴들이 대의원 명단에 올라오느냐를 보면 김정은의 3기 체제 설계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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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