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

이삼종은 시계를 귀에 대었다.

열일곱부터 해온 버릇이었다. 청진기 같은 것이다. 시계가 아픈 곳을 소리가 말해준다. 건강한 시계는 또각또각 고르게 뛴다. 태엽이 느슨하면 박자가 흐트러지고, 톱니가 닳으면 한 박자 쉬었다 간다.

일광당. 벌교읍에서 육십육 년. 이 가게보다 오래된 건 읍내에 세 군데뿐이다. 약국, 이발소, 그리고 면사무소.

요즘 시계를 가져오는 사람이 줄었다. 손목 위에 전화기를 차는 시대다. 유리 진열장 안의 벽시계들이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멈춘 것들이었다. 고칠 수 있지만 고치지 않았다. 손님이 올 때 맞추면 된다. 오지 않으면 그대로 둔다.

병원에서 나오는 날은 화요일이었다. 항암 주사를 맞고 나면 하루쯤 속이 뒤집혔다. 수요일이 지나면 괜찮아졌다. 목요일이면 다시 가게에 앉았다.

편지를 쓴 건 일요일 밤이었다. 아내가 잠든 뒤에. 글씨가 예전만큼 반듯하지 않았다. 이천만 원. 삼 년 전 아내 팔순에 천만 원을 내놓을 때 아내가 물었다. 우리도 쓸 데가 있지 않느냐. 있지, 하고 답했다. 근데 보성이 더 쓸 데가 많아.

봉투를 건네고 나오는 길에 군수가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참다운 나눔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이삼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친 적은 없다. 다만 시계를 고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창밖을 보았다. 마을회관이 지나갔다. 벽에 시계가 걸려 있었는데 멈춰 있었다. 내리고 싶었다. 가서 뒷판을 열고 태엽을 감아주고 싶었다. 그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

버스는 지나갔다.

다음에 고치러 가면 된다. 아직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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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66년 시계방 지킨 어르신, 아내 팔순 맞아 장학금 기탁 — 서울경제, 2026년 7월 8일

한 줄 요약: 보성군 벌교읍에서 66년간 시계방을 운영한 이삼종(83) 대표가 항암 투병 중에도 장학금 2000만 원을 기부하며 마을회관 시계까지 고쳐주겠다고 했다.


작가의 말

육십육 년 동안 시계를 고친 사람이 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게 문을 열고, 마을회관에 멈춘 시계가 있으면 고쳐주고 싶다고 했다. 장학금 이천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그 손편지의 글씨가 예전만큼 반듯하지 않았을 거라는 상상이 마음에 걸렸다. 시간을 고치는 사람의 시간에 대해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