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은은 오전 여덟시 반에 장화를 신는다.
오른발부터. 이십 년째 같은 순서다. 장화 안에 깔창이 하나 더 들어 있다. 발바닥이 아파서 병원에서 넣으라고 했다. 넣으면 발등이 끼인다. 빼면 발바닥이 아프다. 매일 아침 둘 중 하나를 고른다. 오늘도 넣었다.
급식실 에어컨은 작년 여름에 고장 났다. 수리 요청은 올렸다. 아직 처리 중이다.
솥에 불이 오르면 온도계가 삼십오 도를 넘는다. 위생복, 방수 앞치마, 마스크, 고무장갑. 겹겹이 두르고 된장국을 저으면 이마에서 턱으로, 턱에서 목으로 땀이 줄을 긋는다. 고무장갑 안에 땀이 고여 손가락이 불어난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하얗다. 쭈글쭈글하다. 할머니 손 같다고 재은은 생각한다. 마흔다섯인데.
점심시간. 아이들이 줄을 선다. 재은은 국자를 들고 서 있다. 식판이 올 때마다 한 국자씩.
“이모, 국 너무 뜨거워요.”
한 아이가 말했다. 재은은 웃었다. 나도 뜨거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에어컨이 나오는 교실로 돌아간다. 재은은 남아서 솥을 닦는다. 뜨거운 채로. 식을 때까지 기다리면 퇴근 시간을 넘긴다. 물을 끼얹으면 수증기가 얼굴로 올라온다. 된장 냄새가 피부에 밴다.
오후 두 시. 장화를 벗는다. 안에 물이 고여 있다. 빗물이 아니다. 전부 땀이다.
재은은 장화를 거꾸로 세워둔다. 바로 세우면 내일 아침까지 안 마른다. 거꾸로 세워야 바닥까지 바람이 닿는다. 이것도 이십 년 동안 알게 된 것이다.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얼음컵을 하나 산다. 오백 원. 마시지 않는다. 목에 대고 있는다. 그게 이 계절 재은의 퇴근이다.
내일 여덟시 반. 오른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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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폭염 본격 시작도 전에 온열질환 322명…작년보다 42%↑ — 다음뉴스, 2026년 6월 21일
한 줄 요약: 올해 6월 18일까지 온열질환자가 322명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42% 많다. 에어컨 없는 급식실에서 일하는 학교 노동자 87.4%가 온열질환 증상을 겪고 있다.
작가의 말
장화 안에 고인 물이 전부 땀이라는 사실을 읽고 멈췄다. 급식 노동자의 87%가 온열질환 증상을 겪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숫자보다 장화 한 켤레가 더 오래 남았다. 매일 거꾸로 세워 말리는 사람의 이십 년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