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는 사람

새벽 다섯 시, 권 할머니는 현관 앞에 운동화를 꺼내 놓았다.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그 위에 양말을 신고, 양말 위에 또 양말을 신었다. 지난주 마당에서 넘어졌다. 의사가 깁스를 하자고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선거가 있어요. 의사는 할머니의 나이를 보고 더 말하지 않았다.

일곱 시에 선착장으로 나갔다. 동촌1리에서 투표소까지 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배를 탄다. 파로호를 삼십 분 건넌다. 내려서 버스를 탄다. 또 삼십 분. 돌아오는 길도 같다.

행정선에 올라타며 구명조끼를 입었다. 왼쪽에서 세 번째 버클이 또 삐걱거렸다. 할머니는 버클을 한 번 눌러 올리고, 비틀어 돌려서 딱 맞췄다. 옆에 있던 이장이 도와주려 했지만 이미 끝나 있었다. 육십 년 동안 이 배를 탄 사람의 손이었다.

호수 위에 안개가 걸려 있었다. 할머니는 난간을 잡지 않았다. 물이 출렁이는 방향으로 무릎을 살짝 굽혔다. 다리가 아팠지만 그건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투표소는 풍산초등학교였다. 계단이 세 칸 있었다. 할머니는 한 칸씩 올랐다. 아무도 부축하지 않았다. 부축하려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머니가 그런 얼굴이 아니어서였다.

기표소 안에서 삼십 초. 도장을 찍고 나왔다.

기자가 물었다. 다리가 아프신데 왜 오셨어요.

할머니가 잠깐 기자를 보았다. 왜라니.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마치 밥을 왜 먹냐고 묻는 것처럼. 육십 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졌는데. 그게 다였다.

돌아가는 배에서 할머니는 김밥을 먹었다. 아침에 직접 쌌다. 단무지가 조금 짰다. 호수 바람이 김의 냄새를 흩뿌렸다. 구명조끼를 아직 벗지 않은 채였다.

삐걱거리는 버클 하나가 햇빛에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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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18세 새내기부터 110세 할머니까지… 온 가족 ‘소중한 한 표’ — 디지털타임스, 2026년 6월 3일

한 줄 요약: 내륙의 섬 화천 동촌리에서 다리를 다친 79세 할머니가 행정선을 타고 30분을 건너 투표소를 찾았다.


작가의 말

왜 오셨어요, 라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 장면이 마음에 걸렸다. 대단한 의지가 아니었다. 그냥 당연한 거였다. 밥 먹고, 배 타고, 도장 찍고, 돌아오는 것. 육십 년 동안 그랬으니까. 그 당연함이 나에게는 가장 묵직했다.